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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저의 관심은 근.현대 한국을 음악에 담는 것" _작곡가 김택수<디어 루나>, 달의 순환 주기와 인생길의 유사성에 착안. <짠!!> 은 사람사는 이야기....
작곡가 김택수

 2021년 새봄의 포문을 여는 통영국제음악제와 교향악축제에서 최근 특히 활발한 활동으로 부각되는  작곡가가 있다. 재미작곡가 김택수는 올해 통영국제음악제(TIMF)에서 초연하는 음악극 <디어 루나>의 음악감독으로, <부산시립교향악단 with 임윤찬> 공연에서 초연하는 신곡 <짠!!> 을 선보인다. 또, 코리안심포니와 <컴포저스 아뜰리에 (작곡가의 아뜰리에)>, 그리고 미국에서 한국작곡가들과 <뉴 뮤직 심포지엄> 이 예정되어 있는 등 왕성하게 활동한다. 제목부터 재미있는 <짠!!>은 어떤 곡일지 궁금해 뉴욕에 있는 김택수 작곡가에게 '톡'으로 인터뷰를 해 이야기를 들어본다.

 

"사람사는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Q1. <2021년 교향악축제>- 부산시향에서 연주될 <짠!>은 어떤 작품 인가요? 

초연작인가요? 작품에 대한 소개와 특징에 대해?

 

<짠!!> (느낌표가 두 개 입니다. 제가 언제부턴가 이런 종류의 제목에 항상 느낌표를 두 개씩 붙이고 있더라고요.)은 제가 부산시립교향악단 '2021년 올해의 예술가'로 활동 하게 되면서 발표하게 된 작품입니다. 세계 초연은 통영국제음악제에서 3월 31일에 합니다. 부산시향이 이 곡을 통영, 부산, 서울에서 총 세 번 연주하는데, 그 중 통영 연주가 가장 먼저라서요.

 

원래 2020년 4월에 초연을 할 예정이었던 곡이, 구상부터 따지자면 꽤 오래 전 (2018년 하반기)부터 준비한 작업이에요. 주요 골격 (선율과 화성 진행 등)은  2019년 여름 이탈리아 중부에 있는 Civitella Ranieri 레지던시를 하는 동안 완성했는데, 오케스트레이션 (악기들을 입히는 작업) 그리고 마무리 아이디어가 잘 안 나와서 결국 2021년 초에 완성했고요. (그 사이에 이 곡만 쓴 것은 아니고, 다른 작품들과 병행해서 진행했습니다.)

 

부산에는 수많은 모습, 장소, 역사가 공존해서, 어떤 것을 소재로 삼을지가 큰 고민이었는데,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를 담는 것이 가장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부산 역에 내렸을 때, 그리고 서면이나 깡통 야시장 등에서도 계속 느꼈던 활기가 일단 인상적이었고요. 해운대 근처에서 묵었는데, 바닷가에 있는 세련된 건물들과 바로 밑에 사람들이 새벽 늦게까지 흥과 한을 토해내고 있는 조금 투박한 느낌의 해변가의 대비도, 밤의 끝과 동틀 녘 사이의 짧은 적막도 강렬했고요.

 

“짠”은 우선 술잔을 건배할 때 나는 소리이기도 하고, 또 애잔한 마음을 뜻하기도 하죠.  기본적으로는 전자에 초점을 맞추었어요. 위에서 언급한 거의 대부분의 장면에서 볼 수 있었던 부산의 특정 소주(!)가 작품의 출발점이 되었다고나 할까요? 한국, 그리고 부산에 좋은 것이 많은 데 왜 하필이면 술이냐 물으신다면, 음주 가무는 세계 어디서나 존재하지만, 국가나 지역마다 큰 차이가 있어서, 문화 저변을 잘 담을 수 있는 키워드라 생각이 들거든요. 작곡가로서 제 주요 관심 중의 하나가 근, 현대 한국을 음악에 담는 것이라서요. 술과 음악은 떼놓을 수 없는 관계이기도 하고요.

 

파도가 철썩이는 밤바다와 근처에 있는 저자거리를 배경으로 해서 음악이 시작하고, 술잔 부딪히는 소리, 젓가락으로 상이나 그릇 두드리는 소리, 파도 소리, 왁자지껄한 사람들 소리, 그리고 구성진 노래소리 등이 담겨 있고요– 특히 한국인의 술자리와 잘 어울리는 트로트와 전통 민요의 성격을 대거 반영했습니다.(다만 특정 노래를 인용하지는 않았어요.) 이 음악이 마치 술 취한 사람이 부르는 노래 마냥 음정 박자가 어긋나기도 하고, 했던 것들을 두서 없이 반복하기도 하는데, 여기서 반전은 그걸 그대로 또 음악화하다보면 음악이 굉장히 현대적이 된다는 거죠! 

바라는 점은, 이것이 우리네 지친 삶을 조금 얼큰하게 풀어주는 음악이 되면 좋겠다는 거에요. 특히 사람들과 마음껏 어울리는 것이 쉽지 않아진 지 벌써 꽤 되었는데, 그에 대한 갈증 역시 음악으로 대신해서 풀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2. 통영국제음악제에서 초연되는 <디어 루나> 는 어떤 음악인가요?

- 여러 작곡가의 현대음악을 재해석 하고, 춤과 어울리는 무대라고 하는데, 음악과 춤은 어떻게 어울리게 되나요? 처음부터 춤에 맞는 음악으로 작곡되었나요?

 

우선 한 가지 해명(?)을 해야 할 것이, <디어 루나>에서의 제 역할은 작곡가라기보다는 음악자문+편곡자의 역할에 가깝습니다!

작품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을 드리자면, 발레리나 김주원 선생님께서 예술 감독으로서 각본과 연출을 하셨고요, 달의 순환 주기와 인생길의 유사성에 착안에서 출발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술감독님의 자전적인 통찰과 넓은 예술적 저변이 진솔하고 아름답게 담겨 있습니다.

 알려진 바와 같이 여러 분야의 예술가들 (안무가 최수진, 배우 한예리, 가수 정미조, 피아니스트 윤홍천,등)과 다양한 스타일의 안무가 맞물리는 만큼, 음악도 이런 점을 반영해서 슈베르트, 라흐마니노프, 프랑크, 드뷔시 등 익숙한 음악들과 존 아담스, 이안 디키, 데이비드 랭 등이 쓴 현대음악, 그리고 대중음악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선정한 후, 이들의 사운드와 ‘결’을 정리해서 전체를 다 보셨을 때 일관적이면서도 응집력 있는 흐름을 맞추는 것이 관건이었고요. 

김주원 발레 & 예술감독

그래서 ‘의견 조율사’로서의 비중이 더 컸는데, 어떤 의미에서는 작곡가 치고(?) 성격이 ‘쎄지 않은’ 저에게 잘 맞는 작업이 아니었나 싶어요. 편곡도 많이 해봤고 공동 작업도 처음은 아닌데 (오랜만이긴 했지만요), 이번엔 특별히 협업 마인드가 중요했거든요.

 

혹시라도 궁금하실까봐 과정을 말씀드리자면, 제가 대본과 안무 샘플 등을 받은 후, 거기에 어울릴 것 같은 음악들을 연출팀에게 소개해드리고, 거기에서 연출팀 및 다른 아티스트들 피드백과 리허설 영상을 받고, 그러면 거기에서 저는 작업을 진행하고, 그런 식이었어요. 이 과정에서 통영국제음악제 문종인 피디님께서 외국에 있던 저 대신 리허설도 참여해 주시는 등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도와 주셨어요. (모든 분들께 무한 감사!)

 

3. 한국의 주요 페스티벌 두 군데에서 동시에 흔치 않게 창작곡으로 참여하게 되었는데, 소감은?

 

우선, 항상 주어지는 일들에 감사하고 있고요. 최근 몇 년은 굉장히 바쁘게 지내고 있는데, 국내의 경우, 작년 11월 서울국제음악제부터 시작해서, 일신작곡상 수상 기념 연주, 국립국악관현악단 연주, 코리안 심포니 앨범 편곡 참여, 스테이지 원 기획 <과학x음악 콘서트>, 그리고 이번에 크라이스 클래식을 통해 발매되는 앨범 <Playful> 까지… 정말 많은 프로젝트들을 했거든요. 부족한 사람을 믿고 일들을 맡겨 주신 만큼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다행히 어떻게 다 무사히 진행이 되고 있네요. (그 와중에 학교 수업들도 열심히 하고 있고, 미국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들이 있고요.)

 

저에게 많은 기회가 주어진 것에 정말 감사하지만, 저 말고도 정말 많은 좋은 작곡가들이 있다는 것도 잘 알기에, 조금이라도 더 많은 작곡가들을 청중들에게 소개할 기회를 만들기 위해 이 와중에 일들을 조금 더 벌리고 있습니다. 

코리안심포니에서 작곡가들 다섯 분의 신작을 발표하는 <컴포저스 아뜰리에> 프로그램, 그리고 보스턴 한미 예술 협회를 통해서 한국계 작곡가들을 미국에 계신 분들께 소개하는 <뉴 뮤직 심포지엄> 등이 여기에 해당해요.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두려움도 굉장히 큽니다. 잘 할 수 있을까, 잘 하고 있는 걸까? 좋은 기회가 주어졌으니, 그만큼 잘 해야 할텐데 하는 부담감, (드디어 내 바닥이 보일 거야! 하는 두려움?) 등 말이지요. 그래도 일단 믿어 주신 분들 생각하면서 하루 하루 악보와 컴퓨터와 씨름하고 있습니다.

 

 

4. <교향악축제>나 <통영국제음악제> 등에 한국창작음악이 많지 않은데, 이에 대한 참여 방식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쿼터제 등의 필요성이 대두되기도 하는데, 이에 대해 생각해 보신 적이 있는지요?

 

한국의 경우, 제가 100% 현실을 다 안다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아창제, 오작교, 그리고 그 이외 창작 음악을 지원하는 사업 자체는 적지 않다고 생각이 들어요. 통영의 경우는 워낙 현대음악제이기 때문에 그래도 한국 작곡가들의 무대가 있고요. (제가 2013년 통영국제음악제 아시아작곡가쇼케이스를 통해 작품을 발표했었는데, 지금도 그 시리즈를 계속 진행하고 있더라고요.) 

교향악축제의 경우, 제 기억에, 코리안심포니가 <스핀-플립>을 발표했던 2014년의 경우에는 다른 한국 작곡가의 곡들도 조금 더 있었는데, 올해에는 많지 않기는 하더라고요. 물론 올해는 상황이 워낙 특수하기는 하지만요.

 

미국에는 우리나라 같은 방식의 교향악축제가 없으니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겠지만, 많은 오케스트라들이 창작 음악을 보다 자주 (정기 연주회 두 번에 한 번 정도는, 아니면 그보다도 많이) 프로그램에 포함시키는 분위기에요. 물론, ‘아직도 부족하다’는 이야기는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요. (작곡가도 그만큼 많으니까요.)

 

한국 관현악단에서도 정기 연주회에서 한국 작곡가의 작품을 가끔 발표하는 것을 보는 만큼, 관심이 아예 없다고 쉽게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특히 실내악, 합창, 국악 계에서 창작곡 발표가 많이 활발해 진 것을 보면, 앞으로 관현악계에서도 점점 더 창작의 비중이 높아지지 않을까 조심 스럽게 생각은 하는데요. 진은숙 선생님께서 서울시향 상주작곡가로 오셨던 2006 년과 비교하면 창작음악에 대한 관심 자체는 확실히 늘었다고 느끼고요.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굉장히 많은 좋은 작곡가분들이 한국에 계십니다. 스타일도 굉장히 다양하고요. 이 작곡가들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잘 정리해서 관현악단들에게 넘겨드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그 데이터베이스가 나오려면 또 계속 기회가 있어야 되겠죠? 그런 의미에서 현대음악을 모아서 소개하는 음악회를 꾸준히 하는 것도 중요하겠고요.  다만 더 장기적인 안목에서 창작음악 저변 (청중의 관심) 확대를 위해서는  정기 연주회 등에서 다른 클래식 음악과 함께 소개하는 것이 보다 도움이 되겠죠?

 

낙관적인 것인지 모르겠지만, 좋은 방향으로 서서히 나아가고 있다고는 믿고 싶어요. 다만, 이건 결국 한 나라의 문화적 체질을 바꾸는 문제이기 때문에, 꾸준한 관심을 갖고 지속성 있게 사업들을 진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인터뷰_임효정 기자  사진제공_TIMF

 

임효정 기자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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