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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소리 길을 따라 걷고 있는 작곡가 김택수뉴욕에서 만나다_"저의 곡들이 사랑받는 작곡가로 기억되었으면..."

작곡가 김택수, 자신의 작품 <스핀 -플립>과 뉴욕필의 연주 일정이 공지된 링컨센터 데이비드 게펜 홀(David Geffen Hall)게시판을 가르키고 있다.  

2020년으로 넘어가는 뉴욕 타임스 스퀘어 광장은 한마디로 광란의 밤이었다. 한국의 아이돌 BTS의 열풍을 맨해튼 한 복판에서 실감하게 될 줄을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최근 LA 돌비극장에서 펼쳐진 제 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은 한국영화 100주년을 축하하듯 여러 부문에서 아카데미상을 한국인들에게 안겨주었다. 이처럼 두어 달 사이에 펼쳐진 꿈같은 일들은 우리에게 현실로 다가왔다. 지난 세월 미국 이민사회에서의 설움도 많았지만 지금은 어딜 가나 코리아를 알고 한국인을 환영한다. 이는 수 십 년에 걸친 민간외교의 노력이 얼마나 큰 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이기도 하다. 이렇듯 시대적인 요청처럼 대한민국의 한류 붐은 북미, 남미 대륙과 유럽을 아울러 이미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새해 1월, 뉴욕 링컨센터에서 화제의 작곡가 김택수를 만났다. 한류의 중심지에서 한국인의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10여 년 간 현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작품 활동에 열심인 그다. 최근 그의 작품들이 미국 전역에서 연주되고 있어 그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 보다도 집중되고 있다.

 

Q. 뉴욕에서 뵈니 더욱 반갑습니다. 요즘 근황은?

 

현재 시러큐스 대학에서 작곡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올해 발표될 작품들이 서너 개 있는데 그것들을 마저 마무리해야 하고, 감사하게도 올 초부터 미국에서 제 작품들을 여러 곳에서 연주하기에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습니다.

 

 

- 특이한 케이스로 공학도에서 작곡가의 길을 걷게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사연은?

 

너무 음악이 좋았습니다! 어머니는 제가 목사가 되길 바라셨습니다. 그런데 제가 자연과학에 관심 있던 분야가 화학이라서 처음에 공대 화학과로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공학도로 지내면서 늘 제 생활엔 음악이 있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교회에서의 적극적인 음악 활동들을 쉬지 않고 해 왔던지라, 미국의 클래식한 CCM들은 저로 하여금 더욱 음악의 매력에 빠져들게 했습니다. 음대 청강을 많이 하다 보니 화학과를 5년 다니게 되었고 결국 전공을 음악으로 바꾸고 싶다는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유년시절부터 늘 스스로의 의지에 결정권을 부여해 주셨던 부모님의 교육관 때문인지 큰 갈등 없이 음악을 선택하게 되었고 순차적인 과정들을 거쳐 현재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음악공부를 하는 동안 좋아하는 작곡가들이 생겼습니다. 대부분 1900년대에서 1950년대, 20세기 음악의 작곡가들, 그중 라벨이나 버르토크입니다. 특히 버르토크의 음악은 음대 작곡과 편입을 준비하던 당시 실용음악 밴드 활동을 하던 저에게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특히 정통 서양음악과 현대음악 이론들을 공부하면서 버르토크는 저에게 특별한 존재였습니다.

 

 

- 새해 들어 미국에서의 연주 일정은?

 

1월 24일~27일에 미국 오리건 심포니가 미국 초연으로 코리안 심포니의 상주작곡가였을 때 위촉 곡 <스핀-플립>을, 25일에 미국 퍼시픽 심포니가 세계 초연으로 <룩 앳 미!!>, 28일에 미국 뉴욕 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스핀-플립>을 연주합니다.

2월에도 28일~29일에 미국 샌디에이고 심포니가 <스핀-플립>을, 11월 13일~15일에 미국 디트로이트 심포니와 12월 30일~2021년 1월 2일에 뉴욕 필이 <더부산조>를 연주합니다.

2021년 2월 샌프란시스코 심포니가 <바운스!!>를, 볼티모어 심포니가 <스핀-플립>을 연주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2021년 4월에는 매우 특별하고 뜻깊은 연주가 하나 더 있습니다. LA필하모닉에서 감독을 맡으신 진은숙 선생님의 ‘서울페스티벌’ 일정으로 성시연 지휘자님과 <코오>를 연주할 예정입니다.

 

링컨센터 데이비드 게펜 홀(David Geffen Hall), 뉴욕필이 상주하고 있다.

- 한국 연주 일정은?

 

가장 먼저 올해 4월의 부산시향과 세계 초연으로 <짠!!>, 10월 서울국제음악제 위촉 곡 <소나타 아마빌레>입니다. <짠!!>이라는 곡은 술잔을 짠! 치어스! 하는 것처럼 사람 사는 이야기가 담긴 음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술잔을 사이에 두고 세상사는 고달픈 이야기를 한 잔 씩 건네듯 인간 내면의 한과 회포 그리고 더 나아가 치유를 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독특하게 지역 색의 사투리나 대중가요의 분위기도 이 곡을 구성하는데 한몫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더 반가운 소식은 10월에 코리안 심포니의 유럽투어에서 <더부산조>가 연주된다는 것입니다.

 

-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작곡과정의 변화는?

 

학창 시절이나 서울시향 아르스 노바에서 진은숙 선생님과 공부할 때만 해도 음악적인 역량을 키우는 데 있어서 테크놀로지에 의존 안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테크놀로지를 활용해서 얼마든지 좋은 결과를 낼 수도 있겠지만, 교육을 그렇게 받다 보니 거기에 익숙해서인지 현재까지는 될 수 있으면 컴퓨터 활용을 덜 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하는 프로그램들에서는 많은 음악을 분석하고 학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과학의 발전은 장단점이 있겠지만 작곡가인 저의 경우는 인간의 삶에 대한 경험과 영혼까지 동반된 창작활동에는 AI보다는 인간이 직접 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또 다른 측면인 실용음악 분야에서는 저희 학교처럼 뮤직 비즈니스, 사운드레코딩, 뮤직 에듀케이션 등과 같이 여러 산업들과의 연계에 있어서는 꼭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작곡 동기 중 한국적 정서의 비중은?

 

초등학교 시절 학교에서 배웠던 단소, 징, 꽹과리, 장고, 북 그리고 사물놀이 등이 저에게는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그 영향 때문인지 항상 머릿속에는 한국 고유의 정서에 대한 생각이 있었습니다. 음대 편입 후 이런 생각들을 본격적으로 풀어보기 위해 국악전공 학생들과의 만남을 자주 가지게 되었습니다. 궁금했던 부분들에 대한 연구와 작곡가로서의 고민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때 만난 국악인들과의 인연은 지금도 이어져 여러 작업들을 같이 하곤 합니다. 미국에 와서부터는 저의 정체성 문제를 두고 본격적인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판소리의 기억들과 잡가와 민요 등을 클래식 음악과 어떻게 접목해서 표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들 말입니다. 일례로 버르토크는 헝가리의 음악을 민속적인 요소를 담으며 현대음악으로 발전시킨 작곡가라 할 수 있습니다. 결국 한국적이라는 부분은 저의 작곡 활동에서 영원한 숙제처럼 느껴집니다.

 

 

- 10년 후 어떤 작곡가?

 

오래전 편입을 준비할 때 선생님으로부터 “왜 음악을 열심히 하느냐?”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때 답은 “사랑받고 싶어요.” 였습니다. 사랑을 못 받고 자란 것은 아니지만 ‘그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입니다. 지금도 음악을 통해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제 음악을 통해 이렇게 서로 사랑을 주고받고 때로는 즐겁고 더 행복해지면 좋겠습니다. 이런 마음이 10년 후에도 아마 작곡가 김택수의 마음속에 여전히 자리하고 있지 않을까요? 인간 김택수보다 저의 곡들이 기억되는 작곡가로 활동하기를 바라봅니다.

여러 나라에서 많은 단체나 연주자들이 제 곡을 연주한다면 무척 감사하고 기쁜 일이겠지만 그보다 더 감사한 일은 제 곡을 기억해 주시고 공감해 주시는 청중 한 분 한 분의 소중함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음악적으로도 깊고 넓게 포용한 사람, 항상 열려 있는 사람. 더욱 부지런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습니다.

 

강창호 (문화칼럼니스트) photo by ©Alex Kang / New York

 

 

 

강영우 기자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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