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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광장으로 모인 국악관현악_'제1회 대한민국국악관현악축제'

 

광장: 열린 공간

‘광장’은 도시의 중심에 위치한 열린 공간이다. 라틴어 platea(넓은도로)가 어원으로 영어로는 Place, 독일어에서는 Platz, 스페인어로는 Plaza등으로 불린다. 일반적으로 도시에서 개인의 사적공간과는 구분되는 공공공간으로 사용되며 도시민들의 자유로운 만남을 통해 여러 공적, 종교적, 상업적, 정치적 행위들이 이루어진다. 고대 그리스의 Agora(아고라)와 로마시대의 Forum(포룸)은 고대 유럽의 대표적 광장으로 이곳에서 시민회의가 열려 공적업무와 법적토론이 행해졌다. 역사적으로 광장은 시민들의 자유로운 교류 속에 사회 여론이 형성되고 당대의 문화 담론들이 피어나고 성장하는 중심 장소였던 것이다. 또한 중세 말이나 르네상스시기에 도시의 광장은 축제의 장소로, 또는 귀족이나 왕의 퍼레이드가 벌어지는 무대장치로 사용되었다. 이러한 전통은 지금까지 이어져 현재 전 세계의 도시에 위치한 넓은 광장들 에서는 도시를 대표하는 여러 공적행사와 축제들이 펼쳐지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광장’은 역시 서울의 중심에 위치한 광화문 광장이다. 조선시대 왕의 권위를 상징하는 궁궐 경복궁 앞 광화문 거리는 국가의 권력과 권위를 상징하는 공간이었고 일제 강점기 등 질곡의 역사를 거치며 다양한 형태로 변화해오며 현재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시민의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이곳 광화문 광장의 중심에는 ‘세종문화회관’이 있다.

 

국악관현악: 변화의 시간

국악관현악의 역사는 약 60여년으로 사람으로 치면 환갑을 막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국악관현악의 역사적 맥락을 살펴보면 근대화시기를 거치며 전통문화의 동시대성 회복을 위한 실천적 움직임의 결과로 최초의 공립 국악관현악단인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이 1965년 창단 되었다. 

이후 1990년대 후반까지 전통예술계의 노력과 한국 고유의 문화를 가꾸어 나가려는 사회적 지지에 힘입어 전국에 국공립 악단들이 창단되며 폭발적으로 양적 성장을 이루게 된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며 양적성장의 결과물에 비해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적 흐름을 감당할 만큼의 질적 성장을 이루어내지 못하며 침체기에 빠져들게 된다. 이후 20여년의 시간 동안 변화는 더디게 진행되고 국악계 내 외부적으로 국악관현악의 존재 의의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생겨났다. 

이에 따라 국악관현악에 대한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져 갔고 부정적인 분위기는 커져만 갔다. 하지만 이러한 비관적인 시선 속에서도 국악관현악은 스스로 변화를 위한 움직임을 시작하고 있었다. 보수적인 국악계의 통념상 가능하지 않게 보였던 일들이 최근 몇 년 사이 벌어지며 작지만 빠른 변화가 시작 되었다. 

연륜과 안정감을 가진 중견 지휘자들에 더해 30대 후반과 40대 초반의 젊은 예술가들이 서울과 지역에 위치한 주요 악단의 상임지휘자, 예술 감독을 맡으며 국악관현악에 젊음과 에너지를 더하고, 여러 기관의 작품 공모를 통해 신진 작곡가들의 기발하고 다양한 스타일의 국악 관현악 작품들이 무대에 올려 지기 시작하였다. 또, 1965년 창단 된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을 제외한 대부분의 악단들이 길게는 40여년에서 짧게는 20여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어 악단을 구성하는 연주 단원들도 한 세대를 거쳐 이제 점진적 세대교체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 다가왔다. 관현악 음악 양식의 주요한 세 주체인 지휘자, 작곡가, 연주자가 모두 움직이는 변화의 시간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중요한 시기에 각 악단의 개별적인 변화를 모아 국악관현악 양식 전체를 발전시킬 큰 변화의 흐름을 추동할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한 시점이 다가온 것이다.

 

제1회 대한민국국악관현악축제 제작발표회

 

 

축제: 새로운 물결

2023년 10월 광화문 광장에 위치 한 세종문화회관에서 <제1회 대한민국 국악관현악 축제>가 펼쳐졌다. 2주에 걸쳐 전국에서 모인 8개의 주요 국악관현악단들이 개성 있는 무대를 선보였다. 9월 중 열린 제작 발표회에서 악단들이 축제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무대를 각자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한곳에 모여서 프로그램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개별 악단의 개성과 음악적 지향점이 매우 다양하다는 사실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제작발표회의 주요 담론중 하나는 국악관현악은 무엇인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이었는데, 국악관현악은 이미 완성되어 고정된 양식이 아니라 현재도 변화하고 있는 현재 진행형인 양식으로 각각의 악단들이 다양한 음악적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고 그러한 다양성이 국악관현악의 높은 발전 가능성과 잠재력을 보여준다는 필자의 견해에 대체적인 공감을 받았다.

전야제 기념

 

KBS국악관현악단의 개막 공연

10월 10일 전야제 행사가 열렸고, 10월 11일 KBS국악관현악단의 개막공연을 시작으로, 12일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14일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17일 대전시립연정국악단, 18일 전주시립국악단, 19일 대구시립국악단, 20일 강원특별자치도립국악관현악단, 21일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폐막공연까지 8개 단체가 순차적으로 무대를 선보였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_협연 카이 브라운
 

개인적인 여러 일정으로 8개 악단의 공연을 모두 보지는 못했지만 공연프로그램을 통해서 또는 하나의 공연이 끝날 때마다 들려오는 주변의 이야기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개별 공연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현재 다양한 방향으로 가지가 뻗어나가고 있는 국악관현악의 특성을 그대로 보여주듯 진지한 아카데미즘의 미학부터 형식의 해체를 통한 실험, 전통적인 형태의 국악관현악과 대중성을 강화한 무대까지 다채로운 무대가 펼쳐졌고 같은 공연장에서 비슷한 시기에 각기 다른 모습의 국악관현악단을 비교하며 감상 할 수 있는 재미가 컸다는 관객 평가가 주를 이루었다. 직접 무대에 참가한 단체 연주자들과 지휘자, 협연자들도 <대한민국 국악관현악 축제>무대가 악단들이 서로 교류하며 많은 관객들을 만날 수 있고 또한 선의의 경쟁을 통해 서로 발전을 이루어 나가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 크게 공감했다. 이런 의미를 남기며 512명의 연주자가 참여한 12일간의 축제는 4900여명의 관람객의 박수 속에서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KBS국악관현악단_지휘 박상후

이렇게 우리는 광장에 모여야 한다. 중세 유럽에서 시민들이 광장에 모여 교류하고 토론하며 시대의 발전적 흐름을 만들어 갔듯이, 우리 국악관현악도 축제라는 형식의 광장에 모여 관객들과 더욱 많이 교류하고 이야기 나누며 동시대의 예술로 한걸음 더 나아 가야한다.

국악관현악 발전의 마중물 역할로 시작된 첫 번째 축제가 온 국민의 관심과 사랑 속에서 <제100회 대한민국 국악관현악 축제>로 성장하여 광화문 광장 특별 무대에서 펼쳐지는 즐거운 상상을 하며 이 글을 마친다.

 

글_박상후  / 사진_세종문화회관 제공

 

박상후

KBS국악관현악단 상임지휘자,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부지휘자 역임

전통 음악에 기반한 한국 창작 음악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탐구하고, 국악 관현악 양식의 발전과 미래에 대한 사명감을 가지고 다양한 무대를 통해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는 지휘자.

 

강영우 기자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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