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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로봇의 지휘 부재(不在)와 인간의 지휘 생성(生成)_국립국악관현악단 관현악시리즈Ⅳ <부재(不在)>
  • 이소영 음악평론가. 음악평론가, 명지병원 예술치유센
  • 승인 2023.07.16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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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국립국악관현악단 관현악시리즈Ⅳ <부재(不在)>는 그 어느 때보다도 국악계뿐만 아니라 언론과 양악 지휘나 작곡에서도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Chat GPT 등장 이후 그 어느때보다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으며 우리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그 영향을 피해갈 수 없다는 것을 공감하고 있기에 과학기술의 진보가 문화 예술 전반에 미치는 영향과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좀 더 좁혀서 음악분야만을 살펴보면, AI가 음악계의 어떤 직업군을 어떤 형식으로 대체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제 본격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이에 따라 인간 고유의 음악성 구현은 본질적으로 어떤 속성을 가지는가, 인간과 AIrk 어떻게 상호 협력 및 공존 관계로 나아갈 것인가 등에 대한 담론 형성이 시급하다.

이번 국립국악관현악단의 로봇 지휘 기획은 이러한 시류에 어찌보면 양악계보다도 앞서 가는, 매우 시의 적절한 기획이기에 많은 음악 애호가 뿐만 아니라 관련 전문가들도 궁금증을 가지고 이번 음악회를 지켜보았다.

일단 이번 음악회는 로봇 지휘자와 인간 지휘자의 대결? 혹은 대조? 혹은 협력을 논하기 전에 먼저 로봇 및 인간 지휘자 각각의 연주에 대한 비평이 요청된다. 로봇 ‘에버 6’의 지휘는 예상보다 모션 측면에서는 자연스러웠다. 로봇의 지휘 모션이 인간의 지휘, 관절 운동이 매우 자연스러운 스탠다드한 지휘 모션을 잘 구현하고 있어서 그 자체로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이번 로봇을 제작한 한국생산과학기술연구원의 모션 최적화 기술의 승리로 봐야 한다. 또한 로봇학습지휘를 맡은 정예지 지휘의 성과로도 평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휘 모션만 본다면 이번 로봇은 성공적인 기획이자 작품일 수 있겠으나 지휘자의 본연의 역할이 모션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지휘의 가장 큰 역할은 처음에는 박자를 젓는 것에서 출발했으나 관현악의 발달과 함께 지휘자의 역할도 점점 확대되어 왔다. 이번 로봇 지휘는 매우 초보적인 지휘 역할 즉 메트로놈을 시각화 했다는 것의 한계를 보여줌으로써 아이러니하게도 지휘자의 포괄적인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청중들에게 본질적인 질문을 던졌고 인간 지휘자들에게도 지휘자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각성을 하게 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지휘자는 일단 작품의 해석과 그 해석을 단원들에게 언어적 비언어적 지시와 상호 작용속에서 관철을 함으로써 지휘자 고유의 아우라에 따라 같은 곡이라도 매우 다른 사운드를 구사할 수 있기에 지휘자의 지휘는 단순한 재현이 아닌 창의적인 해석 및 텍스트의 재구성에 다름아니다. 또한 템포를 정하고 음악의 다이나믹과 무드에 따라 인간의 음악적 호흡이 아주 미세하면서 정교하게 달라지고 이를 전체 수십명의 단원들에게 정확하게 전달 혹은 리드하면서 단원들의 피드백을 반영하여 상호 작용하면서 탄력적으로 음악의 역동적 흐름을 포착하고 생성시키는 것이 지휘자의 진정한 역할일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번 로봇의 지휘는 단순한 메트로놈을 시각화 한 것 이상의 음악적 의미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손일훈 작곡 “감”(위촉 초연)곡에서 점점 연주자들의 음악이 고조되면서 자연스럽게 템포가 빨라지는 부분에서 에바의 지휘와 단원의 연주가 불일치되는 어색함이 노출되는 것은 불가항력이었다. 이번 에바 로봇의 이러한 한계는 이후 음성 인식, 사운드 인식이 이루어지고 AI 로봇으로 전환되어 인간처럼 순간 판단과 모션 변동이 이루어져야 하는 과제를 과학기술자들에게 던져준다. 또한 음악 역시 템포나 박자가 복잡 다단하게 변화하는 정교한 음악이나 장단의 흐름과 호흡이 중요한 음악은 여전히 인간 지휘자에게 맡기고 오히려 대중음악처럼 시종일관 불변하는 비트 중심의 음악에만 로봇 지휘가 제한되기에 이러한 제한성이 작곡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이번 연주회에서 로봇이 극복할 중요한 한계로 나타난다.

이에 비해 최수열의 지휘는 로봇 지휘와의 대조면에서도 압도적인 전달력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기존 국악관현악의 여러 지휘자들에게도 자극이 될 만큼 해석과 모션에서도 설득력있는 지휘력을 보여주었다. 또한 국악관현악단 단원들 역시 로봇의 지휘에 100프로 의존 할 수 없기 때문에 본인들 스스로 상호 작용 및 음악을 듣는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모습을 가졌어야 하는데 이를 잘 수행한 것도 고무적으로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새삼 단원들과 지휘자의 상호역동성과 소통이 음악 완성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 이번 음악회의 또다른 수확 아닐까..

 

관현악단 지휘자들과 양악 지휘자들도 음악회에 관심을 가지고 청중으로 온 것을 확인하였는데 그들은 이번 에버 6의 지휘를 보면서, 또 인간과 로봇의 협업 지휘를 보면서 무엇을 느꼈는지, 그리고 작곡가들에게는 어떤 창조적 영감을 주었는지가 매우 궁금해지는 연주회였다. 이번 연주회가 어떤 완성된 지점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국악관현악단, 나아가 전체 오케스트라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하는데 여러 어젠다를 던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성공한 기획 아닌가 생각한다.

 

이소영 음악평론가. 음악평론가, 명지병원 예술치유센  themove9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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