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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OVE 연간 기획] 한국 오페라계에 바란다‘한스타일의 미래’와‘한국 창작오페라’의 미래

 

 

 

한국 성악가들의 세계적 활약과 더불어 클래식, 오페라 애호가들의 고급한 열망이 증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 국내 오페라계의 제작 환경이나 제도적 시스템, 지원 방안들은 여전히 미흡한 점이 많은 상황이다.

이에 본지는 한국 오페라사 70여 년이 넘는 현 시점에서 국내 오페라계의 발전과 활성화 방안의 하나로 국내 오페라계 현장 전문가들의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생생한 목소리를 전하고, 나아가 작금의 현황을 진단, 발전지향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장을 펼치고자 한다.

특히 각 분야별 ‘한스타일’ 이 시도되는 가운데 한국적 우리 창작오페라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들어본다. 서울오페라앙상블의 장수동 감독은 출발부터 소극장오페라운동을 이끌며 창단 25여년을 맞는 지금도 음악앙상블을 고집스레 강조한다. 불굴의 도전과 모색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실험을 진행 중인 장감독은 또, 새 창작 오페라 <붉은 자화상>을 5월 무대에 올린다.

 

 

시대정신과 관객과의 음악적 소통입니다.

불굴의 도전과 실험, 소극장오페라 운동 25년, 창작오페라 역점

 

- 장수동 서울오페라앙상블 예술감독

 

"한국오페라의 정체성과 위상은 바로 한국 창작오페라수준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70년의 한국오페라사에서 국민 속에 사랑받는 오페라를 꼽기 어려운 것은 오페라라는 장르가 음악을 바탕으로 한 드라마로서의 고도의 종합예술인데 비해, 오페라 작업이 꾸준하고도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일 것 입니다. 오늘의 시대정신과 작가적 인식이 제일 중요하다고 봅니다."

 

 

Q. 그동안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수 십편의 오페라를 제작하며 특히, 창작오페라 제작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오셨는데, 특별한 목표가 있었나요?

한국오페라의 정체성과 위상은 바로 한국 창작오페라수준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500년 세계 오페라 역사 속에서 일천한 70년의 오페라 역사를 가진 한국오페라가 1950년 현제명의 <춘향전>을 시작으로 그동안 많은 창작오페라를 양산해 왔는데도 불구하고 국민 속에 사랑받는 오페라를 얼른 꼽기 어려운 것은 오페라라는 장르가 음악을 바탕으로 한 드라마로서의 고도의 종합예술인데 비해 거기에 버금가는 오페라작업이 꾸준하고도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 할 수 있을 것 입니다. 오늘의 시대정신과 작가적 인식이 제일 중요하다고 봅니다.

Q. 그동안 참여한 창작 오페라와 특히 기억에 남는 작품을 꼽는다면

연출자로 참여한 장일남의 <춘향전>인데요, 글로리아오페라단(단장:양수화)이 헌신적으로 제작한 이 작품은 ‘오페라의 한류’의 원조격 작품이라 할 수 있는데, 동경, 애틀란타올림픽, 파리 등 해외공연으로 한국오페라의 진수를 선보인 작품이라는 점에서 가장 기억에 남고 소극장오페라로는 한강변에 있는 한 아파트를 무대로 힘겨웠던 IMF 외환위기 시절, 한강 기적 세대와 요즘말로 헬조선시대 청년과의 갈등을 그린 김경중의 <사랑의 변주곡>이 제 구겨진 20대 시절이 담겨져 있어 애착이 가는 작품이지요.

Q. 창작 오페라를 제작할 때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시대정신과 관객과의 음악적 소통입니다. 구태여 관객들이 오페라를 공연하는 극장을 찾는 이유는 인위적인 기계음 소리가 아닌 인간의 목소리와 악기들의 울림이 조화를 이룬 오리지널 사운드를 체험하려는 데 있는 것 아닌가요? 특히 처음에 들었을 때 생경한 창작오페라의 경우, 관객과의 음악적 소통을 위해 가장 역점을 두고 하는 작업입니다.

그 다음 우리말 딕션입니다. 세계적인 성악가라는 사람들도 이태리오페라나 독일권 오페라는 이태리사람이나 독일사람들이 “너 전생에 우리나라 사람 맞지?”할 만큼 그쪽 오페라 구사력은 빼어난 데 비해 창작오페라 곡을 주면 젬병일 때가 많아요. 라흐마니노프는 기가 막히게 치는데 박태준의 봄의 교향악 악보 주면 “이거 어떻게 치죠?”하는 피아니스트와 같은 이치지요. 교육의 문제도 있지만 소설과 희곡이 다르듯이 오페라의 언어는 시어와 성악가의 입을 통해 전달되는 가사가 오페라에 따라서 굉장한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Q. 국내 창작오페라의 현황과 관련해 검토되어야 할 문제점이라면

창작오페라가 창작자들의 자유로운 영혼의 발상으로 출발해서 동시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다른 공연예술과 다르지 않는데, 최근에 와서는 그러한 자유로운 창작자 중심의 작업이라기보다 지방정부의 요구나 행사성에 치우친 일과성 창작오페라가 여전히 기승을 부려서 창작오페라의 정신을 훼손하기 경우가 있어서 종종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동안 어찌됐든 문체부나 지방정부 혹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지방문화재단 등에서 지원받고 제작된 창작오페라 중에서 객관적으로 살아남은 창작오페라 작품이 도대체 몇 편이나 될까요? 늘 말하지만 창작의욕을 북돋아 주는 지원은 하되 작가의 자유로운 발상을 기반으로 한 예술적 열정만이 국민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창작오페라를 견인해 낼 수 있으리라 믿고 싶습니다.

Q. 오페라는 워낙에 제작비 부담이 크다 보니 국내 창작오페라는 대개 위인, 인물, 역사와 연계한 지자체의 예산 지원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에 대한 소재의 확장 등 방안이 있을까요?

일본 작곡가들은 전통적 이야기는 물론이거니와 미카엘 엔테의 소설 모모를 비롯한 남미의 초현실주의 소설, 동유럽의 이색적 사건 등 자기 작품 성향에 맞는 소재라면 다 갖다 오페라를 만들어요. 일본 작곡가가 쓰면 일본오페라라는 거죠. 그러다보니까 우리보다 두터운 작곡가군이 형성되면서 일본 창작오페라가 나오는 거예요. 창작오페라가 나아갈 방향은 오페라소재의 자재로움에서 찾아야 해요. 무엇보다도 창작자들의 뜨거운 예술혼이 먼저이겠지만.

Q. 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 지원으로 서울오페라앙상블에서 창작오페라 <붉은 자화상> 제작 중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작품인지요?

국보 제240호로 지정된 <자화상>에 얽힌 조선 숙종 때 문인화가인 윤두서의 삶을 그린 오페라로 문화예술위원회가 창작공연 개발을 위해 만든 젊은 극작가와 젊은 작곡가를 매칭교육프로그램인 오페라창작아카데미를 통해 만들어진 첫 번째 창작오페라입니다.

일종의 회화(그림)오페라라고 할 수 있는데, 해남 녹우당을 찾아온 현대화가 윤현의 시각으로 시공을 넘나드는 타임슬립 형식의 공연으로 이제 막 초벌구이한 오페라지만 유약도 잘 바르고 정성껏 가마에 구워서 꺼내어 첫 선을 보이는 오페라입니다. 무엇보다도 공연 일정이 탄핵정국 끝에 연휴까지 겹친 스케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정-로 애를 먹고 있는데 5월 9일, 대통령선거까지 겹치게 되니 객석 채울 걱정이 태산(?)입니다. 오페라 관람하시면서 대통령은 누굴 뽑을지, 신성한 한 표는 누구에게 줄지 생각한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하하!

Q. 소극장오페라페스티벌을 오랫동안 열어오고 있는데, 이 페스티벌이 활기를 띠려면 어떤 방안이 있을까요?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수억씩 들여가면서 실험 공연을 하기는 매우 어렵죠. 그곳은 철저하게 상업적 계산을 깔고 하는 공연이라면 소극장오페라 공연은 연극의 소극장무대에서 볼 수 있듯이 오페라를 통한 실험과 모색이 가장 큰 기조였습니다.

창작오페라의 개발,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오페라의 초연 그리고 지휘자, 연출가, 무대미술가, 오페라코치 그리고 젊고 재능 있는 성악가의 발굴과 공연기회 부여 등 대형오페라 공연에서는 엄두도 못 낼 작업들의 연속이었죠. 실험과 모색, 현대오페라의 도전, 창작오페라의 개발. 이런 아젠다가 소극장오페라공연을 운동차원에서 벗어나 관객과 직소통하는 오페라로 이끈다고 믿습니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대부분이 소극장오페라에서 출발한 것이기도 하니까요.

Q. 창작오페라에서‘한스타일’로서 세계시장에 내놓을 한국적인 오페라를 제작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개인적으로 ‘한스타일’에 대해 상당한 알러지(?)가 있습니다. 한식,한복,한옥,한지, 한국음악...이런 한국화 문화사업에 엄청난 국가예산을 지난 MB정부 때 했는데, 성과가 무엇이었나요? 인위적으로 ‘한스타일로서의 한국오페라’도 타이틀에 연연할 게 아니라 현지화한 오페라 (오페라 언어 등), 상대국의 국민적 스토리를 한국오페라로 제작한다거나 아니면 오페라가 만국의 언어라고 가정할 때, 세익스피어 문학이나 스페인 문학을 비튼 새로운 양식의 한국형 오페라를 개발하거나 더 나아가 한국형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산업과 결합된 새로운 형식의 오페라로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다고 봅니다.

특히 고급문화로 인식되어 있고 오페라가 문화강국의 나라나 도시의 한복판에 위치한 오페라극장을 중심으로 공연되고 있고 그 사회를 이끄는 오피니언 리더들이 객석을 점하고 있다는 데 착안하여 ‘한국문화의 고유성과 우아함’을 한국오페라 공연을 통해 선보이는 것은 우리 한(韓)문화의 고급화를 위해서도 문화운동이라고 생각합나다.

Q. 매년 개최되고 있는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이 많은 오페라인은 물론 다수의 관객들이 함께 하는 축제라고 하기에는 미흡합니다. 축제다운 면모를 갖추기 위해서는 어떤 점이 필요할까요?

국가예산이 그래도 제작비 일부로 지원되는 오페라인데도 불구하고 흥행을 이유로 외국프로덕션을 그대로 직수입해서 이름만 교체하고 공연하는 등의 최소한의 예술적 에스프리가 실종된 작품들이 여과 없이 대한민국오페라축제라는 타이틀로 공연되는, 오페라계가 청산해야 할 오페라의 적폐들이 그대로 노정되고도 여전히 그런 축제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은 크게 개선할 사안 입니다.

오페라를 공연하는 단체들은 작가적 정신을 살짝 비켜놓고 대중적이면서도 안전한 운행이 가능한 레퍼토리들을 선호하다 보니 레퍼토리의 다양성은 말장난에 불과하고 관객몰이에 축제의 기능을 기대하는 격이지요. 축제 관계자들도 그 사실을 잘 알면서도 무난하면 된다는 안이한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게 작금의 현실입니다.

고학찬 예술의전당 사장이 첫 부임해서 오페라축제 폐막식-희안하게 개막식은 없는 축제다-에서 축제의 발전을 위해 무대 뒤에서 묵묵히 무대장치를 져 나르는 무대수의 마음으로 살펴보겠다고 했는데 난 그분이 임기 끝날 때 까지 그 말을 지키는지 지켜볼 생각입니다.

전체 축제는 예술의전당이 관리하되 축제의 테마부터 전체 축제의 작품 선정, 부대공연에 이르기까지 디테일한 부분을 책임 있게 관장하는 에술감독제라도 시행해서 책임운영하게 하여 축제를 업그레이드 시키려는 노력이 최우선적으로 선행되어야만 정당한 국가지원의 개선책도 마련할 수 있을뿐더러 전체 오페라 발전을 견인하는 대한민국오페라축제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서울에서 하는 오페라축제이면 서울국제오페라축제로 격상시키면 되는 것인데 대한민국오페라축제라고 해야 축제보조금을 지원하겠다는 전근대적인 관료적 발상을 털어내는 일도 함께 해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Q. 향후 계획은?

내년 그러니까, 2018년은 대한민국오페라 70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50주년, 60주년기념사업도 공연에는 연출자로, 세미나 등에는 발제자로 흔쾌히 참여한 기억이 납니다. 그렇지만 부끄럽게도 한국오페라 70년사를 소개하는 영문책자 하나 없는 게 오늘의 현실입니다.

국립오페라단, 한국오페라단연합회, 한국성악가협회 그리고 오페라 유관단체와 더불어 대한민국오페라 70주년 기념문집, 기념오페라공연 등 뜻을 같이하는 분들과 함께 (가칭) 대한민국오페라70주년기념사업회를 한시적 조직으로 발족시켰습니다. 많은 오페라인들의 뜻을 모으고 궂은 일 마다하지 않고 잘 준비해서 한국오페라 발전에 미력하나마 도움이 되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좋은 기념사업이라서 진정성을 가지고 누군가 시작하면 모든 오페라인들이 참여하시리라 믿습니다.

 

임효정 기자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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