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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연대와 협력을 통한 플랫폼 구축을 기대하며<2020 한국창작음악페스티벌>_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 이소영 음악평론가. 명지병원 예술치유센터장
  • 승인 2020.10.11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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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에 작곡가와 연주가, 음악가와 청중이 음악회장에서 만나고 국경을 넘어 다양한 기관이 서로 협력하고 연결하려는 모든 예술적 시도들이 현실 공간에서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더운 여름이 오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는 예상은 빗나갔고,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들이 꿈처럼 여겨지는 나날이다. 관객들이 객석을 빼곡히 메우고 수 십 명의 연주자들이 무대를 가득 채운 상황을 상상해보자. 이 얼마나 환상적인 상상인가? 전 지구적으로 가상과 현실이 전도된 시대에 살고 있는 문화예술계는 ‘오늘 나에게 차선의 선택이 무엇인지’를 매일 결정해야 하는 과제에 도전받고 있다. 취소와 축소 사이에서 기약 없는 미래를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이를 현재 가능한 형태로 변경할 것인가 등의 선택을 강요받으며 무엇이 차선이고, 차악이냐를 두고 고민하지만 어떤 결정을 해도 만족스럽지 못하고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 9월 6일, 독일 베를린콘체르트하우스(KonzertHaus Berlin)에서 열린 <2020 한국창작음악페스티벌 Festival für Koreanische Neue Musik 2020> 역시 이 모든 난관을 헤쳐 나오는 과정에서 매우 제한된 선택지의 조합으로 이루어졌다. 올해로 두 번째를 맞이하는 페스티벌은 국내의 ‘한국창작음악제추진위원회(前 아르코창작음악제)’에서 선정한 한국작곡가들의 곡을 독일 현지의 연주가들이 연주하고 70석 이하로 제한된 대면 공연과 함께 리허설이 온라인으로 생중계되었다. 예산 축소와 코로나 장기화 등 외부환경의 악화로 한국의 국악기연주자들이 대거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20-50대의 젊은 작곡가들 중심으로 로컬리티와 모더니티를 배합한 다양한 스타일과 편성으로 구성, 한국 창작음악의 흐름을 현대음악의 본고장에 알리고자 하는 페스티벌의 본래 취지는 비교적 만족스럽게 달성되었다. 아니, 제한된 악조건 속에서도 ‘베스트(Best)’를 뽑아냈다는 의미에서 최선의 음악회였다고 평가해도 지나침이 없으리라.

“어제 최고의 콘서트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숨 막히는 가야금 연주자의 손가락 놀림으로 시작하여 인상적인 피아노 작품과 숨 막히는 플룻 연주로 진행된 이번 연주는 아주 멋진 연주회였다.”라고 말하는 어느 독일인 부부의 감상평은 이러한 심증을 뒷받침해준다.

이번 연주회에 유일한 국악기 연주자로 참가했던 성유진(베를린 거주 가야금 연주자)은 전화 인터뷰로 “코로나로 베를린의 극장들이 셧다운 된 후 처음으로 공식 무대에 오른 연주였어요. 무대에서 마스크를 끼고 연주자간의 거리두기를 하다 보니 여러 가지 어려움도 많았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한 연주였고, 그래서 더 보람도 컸어요.”라고 이번 연주회의 의미와 소회를 밝혔다.

그간 한국 음악의 해외 진출은 크게 국악과 양악으로 나눌 수 있는데, 국악은 전통음악이, 양악은 클래식 연주를 중심으로 전개된 데 비해 한국의 동시대음악을 보여주기 적합한 창작곡 연주는 상대적으로 미비했다. 청중들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개인 차원의 경비 조달에도 어려움이 있어 국내 작곡가들의 해외 무대 진출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안정적인 플랫폼이 없는 상황에서 한국의 현대문화 예술을 독일 현지에 알리는 교두보가 되고자 주독한국문화원이 ‘국제박영희 작곡상’ 개최에 이어, 한국창작음악을 위한 페스티벌을 2019년에 기획한 것은 때늦은 감이 없지 않을 정도로 꼭 필요한 사업이라 생각한다. 나아가 ‘아창제(아르코창작음악제)’를 통해 양악과 국악 창작의 인적 네트워크를 폭넓게 구축해 온 한국창작음악추진위원회(위원장: 이건용)가 작곡가 및 작품 선정을 맡아 양 기관이 협업 체계를 이룬 것은 사업의 지속성과 전문성을 담보하는데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한다.

이렇듯, 현대음악 본고장의 기관과 국내의 권위 있는 기관 사이의 유기적인 공조가 이루어져 한국창작음악의 해외진출이 안정적인 플랫폼을 통하여 지속성을 갖는다면 문화예술계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국내 작곡계에도 일정한 자극과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독일이외의 해외 한국문화원들에게도 한국창작음악의 세계화 사업에 좋은 선례가 될 것이다. <독일 한국 창작음악 페스티벌>이 단발로 그치지 않고 10년, 20년 지속되어 유럽에서 역사와 전통을 갖는 현대음악페스티벌로 자리 잡길 희망하는 이유이다. 예측 가능한 지속성과 안정성이 결국 역사와 전통을 만든다.

 

이소영(음악평론가)

 

이소영 음악평론가. 명지병원 예술치유센터장  themove9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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