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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의 음악읽기] 디지털 시대, 공연예술의 마케팅 전략을 생각한다
  • 이소영 음악평론가. 명지병원 예술치유센터장
  • 승인 2020.12.09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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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퍼포먼스: 미래극장> ,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공연은 대체 불가능하다. 공연을 온라인으로 중계한다? 생선회를 통조림에 넣어서 팔 수 있나? 공연은 현장성이 중요하다” 연극인 송승환의 최근 인터뷰에서 나온 말이다. 순간 격하게 동감했다. 그러면서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떠올랐다. 온라인 공연을 공연의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로 활용할 수는 없을까?

인플루언서(influencer), 디지털 플랫폼(digital platform), 부족(tribe),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커넥팅 익스피리언스(connecting experience), 커뮤니티 비즈니스(community business).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공간 경험. 고객 경험.

며칠 전 “디지털 시대, 팔려고 하지 말고 경험하게 하라!”라는 주제로 열린 특강(강사:이승윤 디지털 문화심리학자)에서 열심히 받아 적은 단어들이다. 대부분 영어이면서 새로운 개념어이다. 대충 요약하자면 이렇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는 스마트폰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고 틱톡에서 실시간 동영상 제작을 즐기는 세대이다. 이들을 포함, MZ세대 마케팅 전략에서 중요한 것은 소비자에게 어떻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느냐에 달려있다. 공간에 대한 개념도 달라진다. 과거에는 오프라인 공간, 즉 가게는 전통적으로 제품을 사고 파는 매장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작금의 혁신적인 오프라인 공간에서는 제품을 판매하는 대신에 제품과 관련된 새로운 경험만을 창출한다. 그렇다면 제품 판매 및 구매는 어디서 이루어지는가? 디지털 플랫폼, 즉 온라인에서 이루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디지털 마케팅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온(오프)라인에서의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

디지털 마케팅은 이제 문화예술에서도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무관중 온라인 공연 관람은 단순히 코로나 시대의 임시방편적 수단이 아니다. 사실 수요-공급의 시장 법칙에서 ‘통조림에 넣은 회’를 좋아하는 새로운 소비자가 생긴다면 ‘통조림 회’가 출시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물론 통조림 회가 접시 위의 회와 같은 것인지, 다른 것인지, 무엇이 더 가치로운지에 대한 미학적 논의는 따로 필요하다.

이미 과학 기술 발달에 따라 20세기 음반시장의 발달은 음악 수용 및 경험 방식을 크게 변화시켜왔다. 비대면 음악 경험은 이미 한 세기 전부터 진행되었고 일반화 되었다. 그런데, 같은 비대면 경험방식이라 하더라도 온라인 공연은 음반이나 뮤직비디오와는 차별되는 특성을 갖는다. MZ세대는 전통적인 클래식 관객과 달리 엄숙하고 경건한 감상 방식에 익숙하지 않다. 영상으로 제공되는 음악 컨텐츠를 보면서 동시에 역동적으로 운용되는 실시간 채팅방에 접속하며 감상과 채팅의 이중 플레이를 즐긴다. 이렇듯, 온라인 공연은 과거 일방향 중심의 대면 공간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쌍방향 현장성’이란 새로운 경험방식을 가능케 한다. 물론 집중화된 감상 대신 산만하고 가벼운 음악소비로 클래식의 엄숙함과 진지함을 선호하는 청중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수도 있다. 이러한 분위기가 불편한 이들은 채팅창을 닫고 영상에 몰입하면 그만이다.

최근 공연예술분야에서 온-오프 커넥팅 익스피리언스의 선두적 실험은 단연 11월 6-7일에 있었던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예술감독: 원일)의 “메타 퍼포먼스:미래극장”이라 할 수 있다. 앞에서 열거했던 공간 경험, 게이미피케이션, 디지털플랫폼 등의 새로운 개념이 가장 잘 적용된 음악회였다. 역시나 원일 감독의 창의성과 실험성, 융합능력이 돋보이는 무대였다.

 

음악회는 24시간 동안, 12개의 음악회와 6개의 연주팀 및 온- 오프라인 관객으로 구성되었다. “미래극장”이 새로웠던 것은 ‘온라인 관객’들이 가상현실 캐릭터를 조종하는 게임플레이어처럼 명령어를 선택해 공연 진행 방식을 직접 결정한다는 점이다. 온라인으로 매 스테이지마다 주어지는 두가지 선택지 중 하나에 투표하고 그 투표 결과에 따라 공연 형태가 결정되는 방식으로 공연이 진행되었다. 오프라인 관객에게도 새로운 경험이 주어진다. 오프라인 관객이 온라인 관객으로 동시에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총 4단계의 공간을 이동하면서 각각의 레퍼토리를 관람하였기에 전통적인 방식과는 사뭇 구별되었다. 마치 놀이동산에서 놀이 기구를 하나씩 타고 이동하다가 놀이동산을 빠져 나오는 경험과 비슷했다. 또 사회자가 있지만 이 역시 전통적인 방식의 무대 위에서 곡의 앞 뒤를 연결해주는 사회자가 아니라 무대 밖(1층 로비) 중계석에서 온라인 관객들에게 끊임없이 상황을 설명해주고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게임 캐스터 역할을 하였다.

문제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1시간 남짓 쉴새없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 경험은 특별하고 강렬했지만 정작 내가 무슨 음악을 듣고 체험했는지 컨텐츠가 기억나는 게 없기에 그 감동의 파고는 짧고 허전했다. 또한 컨텐츠 자체의 몰입을 방해하는 과도한 동시다발적 경험은 경험 피로도를 낳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앞에서 언급했던, 디지털 마케팅 강의의 결론은 온라인 3C 전략, 즉 소비자(Consumer), 플랫폼(Container), 제품(Content)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것으로 맺어졌다. 디지털시대에 소비자의 경험 방식이 중요해진다고 하더라도 컨텐츠의 중요성은 여전히 축소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미래극장’은 아이러니하게도 경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궁극적으로 컨텐츠, 즉 작품이 주는 예술적 감동의 비중이 여전히 크고 중요하다는 점을 상기시켜준다. 경험은 작품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할 뿐이다.

 

이소영 (음악평론가)

이소영 음악평론가. 명지병원 예술치유센터장  themove9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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