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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한국 지역축제를 돌아보며> 백만 개의 촛불이 춤을 춘다

 

2016년 축제 칼럼을 시작하면서 축제가 우리네 일상에 가지는 의미를 전달하고자 했다. 매일 평균 4~5개의 축제가 대한민국의 일상을 비일상으로 만들고 그 일탈의 시간을 통해 역으로 일상의 소중함을 깨우는 역할을 한다.

축제의 5가지 현대적 기능은 원초 제의성의 보존의 기능, 지역민의 일체감 조성의 기능, 전통문화의 보존의 기능, 경제적 기능, 관광적 기능을 꼽을 수 있다. 정부는 축제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들을 가지고 있는데 전통의 계승발전, 사회정치적 기능과 오락적 기능, 지역민의 일체감 조성과 자긍심 고취 등의 역할을 강조한다.

현대에 이르러 축제는 관광의 기능과 경제적 역할에 방점을 두고 지원하고 있고 지역도 축제가 그 지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서의 역할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기를 바라는 측면이 많다. 하지만 축제가 가지는 본질적인 가치를 잃어버리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거나 정치적인 도구로서 부패할 수밖에 없다.

단순히 즐기는 것, 일탈을 경험하는 것이 아닌 경계를 정한 놀이로서의 축제는 그 경계를 뛰어 넘는 것이 최종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본연의 기능을 다할 때만이 비로소 축제가 열어 준 제의적, 유희적, 일탈과 몰아의 경지를 느끼게 될 것이다. 이는 역설적이게도 ‘일상의 삶이 더욱 소중하다’라는 명제를 우리에게 안겨준다. 지난 1년 간의 축제를 돌아보자.

 

 

1. 화천산천어축제

“선순환의 축제, 너를 자유롭게 하리라!”

화천산천어 축제는 CNN이 보도처럼 세계7대불가사의 일지도 모른다. 작은 얼음구멍을 뚫고 모두 같은 자세로 100만 명의 사람들이 보물을 기다리 듯 낚시에 열중인 광경이 세계 어디에 있으랴. 자연으로부터 얻은 날씨와 환경 그리고 농민이 키워 낸 산천어들이 감동과 추억을 선물한다.

축제가 끝나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선순환이 자영의 이치와 맞닿아 있다. 그리고 경제유발 효과에 비해서 예산은 10%를 넘지 않는다. 축제가 살아남기 위해, 중앙정부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지향해야 할 중요한 포인트인 재정의 독립이다. 선순환과 자유의 기운이 여기 축제에서 느껴진다.

 

2. 제주들불축제

“아무도 다치지 않고 손해 보지 않는다면 세상에서 불구경이 제일 재밌지”

농경사회에서 풀은 중요한 생명의 요소이자 삶을 영위하기 위한 실질적 재료이다. 제주도에서는 좋은 목초지를 찾는 것이 중요한 의식처럼 여겨졌고 그 목초지를 태워 해묵은 목초를 없애고 해충을 없애기 위한 행위가 오늘날의 축제로 자리 잡았다.

‘묵은 것을 태워서 새로움을 얻는 가장 뜨거운 의식’을 진행하게 된다. 불이 테마가 되는 세계의 축제들 중 미국 네바다 사막에서 벌어지는 ‘버닝맨카니발’과 스페인 발렌시아의 불 축제인 ‘라스 파야스’가 유명하다. 태움의 미학을 실천하는 이 축제는 근심과 걱정을 모두집어 던지는 것, 아날로그적인 삶의 가치, 비워야 비로소 새로 채울 수 있는 축제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과  제주들불축제와의 차이는 인위적으로 만든 대형 아트 구조물과 조각들, 수백 개의 인형들을 태우는 데 반해 자연과 더불어 공존하는 지혜를 실천하는 삶 속에 체화된 의식이자 축제이다. 아무도 다치지 않으면 불구경이 가장 재미있다는 어릴 적 아버지의 말씀이 이 축제 속에 있다. 제주도는 매년 묵은 것을 태우고 새로운 것을 얻는다.

오늘 대한민국은 다른 의미로 들불처럼 뜨거운 횃불들이 필요한 시기이다.

 

 

3. 진도신비의바닷길축제

“사람의 이야기가자연의 기적과 만나는 판타지, 바다야 열려라!”

히브리 민중을 구하기 위한 기적을 모세가 일으켰다면 한국의 진도에는 뽕할머니의 전설 속에 바다가 갈라지는 기적이 있다. 지역에 전해 내려오는 설화나 전설이 축제의 소재로 사용되고 발전한 대표적 축제이다. 이 설화 안에는 사람을 사랑하는 애민사상, 소속, 연대의식 등이 잘 녹아 있고 해안 지역의 특성들이 잘 살아있는 축제이다.

축제에서 얻는 또 하나의 위안인 진도아리랑, 씻김굿 그리고 흥취를 더하는 앉은뱅이 술이 축제 속으로 온전히 빠지는 경험을 선물해준다. 일 년에 한 번 기적의 바다가 열리는 진도는 이야기와 결합된 자연의 선물을 사랑한 대가를 받고 있는 곳이다. 갈라짐은 다시 합치기 위한 선행위이다.

 

 

4. 만종리밀밭아트페스티벌

봄 봄 만종리 바람나다 “낮에는 농부, 밤에는 연극인. 그들의 이중생활“

대학로를 30년 이상 지켜 온 연극인들이 농촌마을 만종리를 찾는다. 대학로에서의 연극적 삶이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정체기를 맞을 때 새로운 연극적(예술적) 실험들을 위해 귀향을 결심하게 된 것이다.

인구 80명, 평균 연령 70세 이상의 어른 신들이 사는 작은 마을. 이들은 직접 농사를 짓고 그 농산물로 피자를 만들어 팔고, 국밥을 대접하면서 만종리에서의 생존방식을 몸으로 터벅한다. 그리고 일 년에 두 번 연극축제를 통해 작은 마을에 문화축제 브랜드를 심고 있다.

싹을 피우고 과실을 따기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들의 문화실험이 성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왜 꼭 연극을 대학로에서만 해야 하지? 마을주민과 이웃주민 100여명이 산허리 아래 설치된 무대 위에서 공연되는 ‘맥베스’와 ‘노인과 바다’를 관람하시는 태도에 우리가 가진 편견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깨닫는다. 만종리가 이들을 만나 젊어졌고, 공연을 만나 즐거워졌다.

 

5. 강릉단오제

“1000년 축제의 이유 그리고 이종 간 문화융합의 키워드“

강릉단오제는 세계무형문화유산인 전 세계가 지켜야할  ‘인류구전 및 세계무형유산 걸작’이다. 음력 4월5일부터 5월 7일까지 펼쳐지는 강릉 지방의 향토 제례 의식이자 축제이다. 대관령서낭을 제사를 통해 안전, 풍어, 태평을 기원하는 제의라 할 수 있다. 강릉단오제의 가장 큰 특징은 유교와 불교 그리고 무속의 제례의식의 결합이라고 하겠다.

강릉단오제는 유교식 의례와 무당의 굿이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전통적인유교식의 제례와 무속의 의식이 결합되어 전승되는 독특한 제의이자 축제라고 하겠다. 여기서 굿은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부정굿, 축원굿, 조상굿, 심청굿, 칠성굿 등은 생명, 가축, 자식, 건강 등의 안녕과 태평을 축원한다.

또한 주민이 함께하는 향토신앙은 대동단결을 도모하고 애향심을 고취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전통의 계승과 이질적 문화 간의 융합, 민간주도의 계승과 발전은 천년역사의 단오제가 또 다른 천년동안 유지되어야 충분한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전통문화인 ‘굿‘이 심하게 변질되어 국정농단의 주인으로 등장한 요즘이다. 정말 잡귀를 쫓아내고 국가의 안녕과 번영을 위해 제대로 된 굿판을 펼쳐야 할 엄중한 시기이다.

 

 

6. 연천DMZ국제음악제

“연천(漣川):느리지만 꾸준하게 분단의 장벽을 넘는 방법”

통일한반도를 꿈꾸는 우리는 헛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예술적 시도가 혹시 단단하게 굳어진 콘크리트 부수고 베를린 장벽의 기적을 맞이할 수 있을까. 어느 영화의 대사처럼 ‘니가 이런다고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독립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하지만 시도는 해봐야 하잖아요. 연천국제음악제는 분단의 상징이자 아픔인 DMZ에서 그런 시도들을 꾸준히 하고 있다.

DMZ에서의 음악은 우리가 가진 장애와 장벽을 거침없이 극복하는 가장 아름다운 무기가 이다. 그리고 예술의 역할에 대한 질문의 대답이다. 소리는 심장을 두드려 마을을 열게 하는 매체가 아니던가. 소리의 파동은 담장 속으로 파고들어 단단함을 허물고, 그 소리는 높은 담장을 타고 넘어 마음의 눈을 마주하게 하고, 아름다운 선율은 하나의 소리로 이념의 두께를 극복하는 힘이 될 것이다.

시도가 잦으면 그 속에 의식이 깃든다. 그 의식들이 모여 염원이 된다. 멈춰 서지 않는 강물처럼, 바람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통일을 노래해야 한다. 평화를 소리쳐야 한다. 이 멈추지 않는 잦은 시도들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습관처럼 여겨질 때 이 음악축제의 꿈이 이루어 질것이다. “연천DMZ국제음악제” 의 주제는 연천(漣川)이다. 잔잔한 물결에 클래식 음악을 실어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을 흘러 보낸다는 의미이다. 쉼 없이 통일의 그 날까지 이 흐름이 이어지기를 기원한다.

‘통일대박’의 값싼 언어들이 최소한 이 자리에서는 부끄러워진다.

 

7. 무안연꽃축제

“내가 너의 마음을 안다. 내 미소가 너의 마음이다.“

불교의 '염화시중(拈華示衆)'의 고사로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하는 일’이란 의미를 가진다. 가만히 보기만 하여도 상대의 마음을 온전히 알아서 미소가 번지는 것, ‘염화시중의 미소’라는 말의 기원이기도 하다.

무안연꽃축제는 가장 더러운 곳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연꽃이 주인공이다. 사실은 인간의 본성이 결코 더럽혀지지 않는다는 의미를 연꽃을 통해 알려주는 철학적인 의미가 내포된 축제라고 하겠다.

연꽃 하나에 큰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의미를 일상 속으로 가져오는 것, 익숙해지고 당연시 되는 것들에 불편할지도 모를 그 의미를 적용시키는 노력들이 필요하겠다. 인간은 본디 착하게 태어났으니 지금 하찮고 보잘 것 없는 상태에 놓여 있다고 할지라도 포기하지 말자.

국가나 사회의 역할은 긍정과 희망의 공기를 만드는 일이고, 상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내가 결정했으니 따라오라‘가 아니라 ’너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라는 자세가 더 필요한 게 아닐까. 국민이 지쳤다. 삶의 밀도가 너무 짙어 숨 쉬는 일조차 힘들 때 긴 호흡으로 달릴 수 있도록 배려하는 장치들이 필요한 시기이다.’연꽃은 민중의 꽃이다‘

 

8. 산청한방축제

“지리산이 품은 7개의 시. 군은 산청, 함양, 하동, 구례, 장수, 남원, 곡성이다. 한국의 영산인 지리산의 기운들이 넘쳐나는 이곳엔 1000여종의 약초가 그 기운을 품고 자란다.”

동의보감은 유네스코 등재 세계문화유산이다. 동의보감하면 떠오르는 인물은 허준이다. 산청은 딱히 동의보감과 허준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으나(스승인 유의태 선생이 지리산에서 생을 마감했다는 설이 있기는 하다) 2013년 동의보감발간 400주년을 기념하여 산청세계전통의약엑스포를 대대적으로 개최하였다.

그 이후로 매년 한방축제를 열러 건강의 중요성, 산청과 지리산에서 자라고 사람을 치료하는 귀한 약초들을 통해 약산이자 영산의 위용을 알리고 있다. 이 축제는 지역의 천연환경에서 자라는 약초와 명의의 이야기가 잘 결합된 융합형 축제라 하겠다. 어쩌면 직접적인 연관이 없지만 ‘주제를 잘 선점’한 축제의 발굴이라 하겠다.

많은 지역에서 지역특산물을 활용하고, 약초나 인삼을 활용한 축제들이 많지만 엑스포 수준의 축제와 시설들을 갖춘 축제가 드믄 것을 보면 주제의 선점을 통해 후발주자가 가지는 한계를 잘 극복한 사례라 하겠다. 산청한반축제를 통해 우리가 새겨야 할 메시지인 ‘국민건강권’에 대한 사회적 이슈도 중요하다 하겠다.

 

 

9. 수원화성문화제

“이 시대 정조의 소환, 능행차행렬속에서 백성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그를 만난다.“

한국역사드라마 중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왕은 누구일까. 아마 정조일 것이다. 그리고 정조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비극의 상징인 정조의 아버지 ‘사도세자’이다. 정조는 좋은 터를 마련하여 아버지를 모시고 그 지역의 주민들을 이주시키고 보호하기 위해 또 북방정책의 하나로 수원화성을 축조하게 된다. 화성 축조를 명받은 사람이 정약용이다.

정조는 대함민국사의 위대한 왕으로 추앙 받는데 그 이유들이 학식, 무예, 군사. 효심, 애민 등 모든 부분에 탁월한 지도자이기 때문이다. 정조는 매년 어머니 혜정궁홍씨와 아버지 사도세자를 찾는 지극한 효심을 보인다.

한양에서 수원화성을 찾는 이 왕의 행차행렬이 오늘 날의 축제로 탄생하게 된다.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수원화성은 파괴되게 되는데 이후 복원을 통해 세계에서 유일하게 파괴된 문화유산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게 된다. 그 이유가 화성축조의 설계도가 완벽하게 남아있었고 그 설계도에 따라 전통의 방식대로 복원한 때문이다.

정조대왕의 행차행렬에 숨어있는 의미는 탕평과 백성을 위하는 마음이다. 국민이 힘들다. 아프다. 국민을 위하는 위대한 왕을 다시 만나기를 앙망한다. 오늘 정조의 소환이 필요한 이유다.

'소통하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바흐친

 

 

10. 서울빛초롱축제

“빛이 그림자를 보게 만든다.

빛초롱축제는 대표적인 도심형, 야간형 축제이다. 조선시대 치수사업의 일환으로 개천을 정비하면서 난 도심의 물길이다. 2003년 대재적인 정비를 거쳐 지금의 청계천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초기 ‘서울 등 축제‘란 이름으로 실시되다가 2년 전 진주유등축제 측의 강력한 항의로 등축제에서 빛초롱축제로 개명하여 사용하고 있다.

매년 300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하는 축제로 주제의 선정과 그 주제에 맞는 등디자인이 볼거리이다. 최근에는 융합형 등 전시, 지자체, 글로벌화된 등 전시를 통해 규모와 다양성을 확장시키고 있다. 빛을 소재로한 리옹빛축제는 지역의 산업과 잘 결합한 400만명이 방문하는 축제로 온 도시를 빛의 캔버스로 변화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서울빛초롱축제는 빛을 등 안에 가두고 스며나오는 빛의 아름다움을 역설한다. 도시의 불빛은 너무도 밝은데 즐거움이 없고, 노동의 빛은 가득한데 휴식의 불빛이 없다. 불면의 도시에 켜진 불은 잠시 꺼두고 마음 속의 환희의 불을 켜는 시간을 갖자. 빛이 가지는 속성인 밝음과 어둠의 양면에 축제에서 만큼의 밝음의 편에 발을 들이자.

세상이 너무도 어지럽다. 어두워서가 아니라 너무 밝아서 어지럽다. 오히려 그림자를 발견하는 시간, 성찰의 시간이 축제 속에 있다. 비일상이 일상의 소중함을 깨운다. 비정상이 상식의 가치를 알려준다. 빛의 축제가 우리 안의 그림자를 보게 만들기를 기대한다.

격랑의 시기를 맞이한 대한민국은 환희의 축제도 슬퍼 보이게 한다. 축제는 그 시대의 정치,사회, 문화를 반영한다. 자연환경, 특산물, 역사, 문화유산, 인물, 설화, 예술 등의 이야기들이 축제의 주요 콘텐츠를 이루지만 축제는 동시대를 함께 사는 사람들이 함께 즐기는 것이 아닌가. 현실을 부정하고, 일탈을 꿈꾸고, 카니발적 냉소와 비판을 쏟아 내고, 아름다운 이야기들 공유하는 이유들이 끝내는 일상이 더욱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데 있다.

어지러운 시대에 몇 백만 개의 촛불이 춤을 춘다. 의지를 가지고 있는 촛불들이 축제와 닮아 있는 점이 있다면 ‘경계를 정하고 그 경계를 뛰어 넘는 것‘이 아닐까. 촛불의 질서 있는 경계가 염원을 담아 경계를 뛰어 넘는 것, 백만 명의 함성 속에 느끼는 망아의 경지, 온전히 나를 잊어버리는 제의적 축제가 대한민국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다.

 

권재현 (축제기획자, 중앙대학교 공연예술학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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