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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버스데이, 윤이상!>9.17- 윤이상 ISANG YUN 탄생 100주년, 가을 하늘에 울리다
윤이상 ISANG YUN

 

베를린, 폴란드 등 유럽 투어 및 예술의전당, 통영음악당 등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를 기리는 음악이 세계 곳곳에서 울려 퍼진다. 평화주의자로 민족의 염원을 누구보다 희망하며 동양의 정신이 충만한 독특한 색채로 동․ 서양을 접목한 음악으로 세계적인 평가를 받아 현대음악의 5대 거장으로 불렸으나 분단의 국내 정치적인 상황에 휘말려 끝내 고국땅을 밟지 못한 채 베를린에서 운명한 윤이상의 음악이 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올해, 탄신일에 맞춰 베를린과 그의 고향 통영 등지에서 연주된다.

특히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아시아 오케스트라 최초로 베를린 뮤직 페스티벌(Musikfest Berlin)에 초청 받아 9월 17일,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에서 윤이상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연주를 선보인다. 윤이상의 교향악 작품 <예악>, <무악>, 윤이상의 제자인 호소카와의 <소프라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탄식>(협연 서예리), 리게티 <론타노> 등을 들려준다.

이번 공연은 윤이상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베를린 뮤직 페스티벌 측이 윤이상의 탄생일인 9월 17일을 ‘윤이상 데이’로 기념하며 마련됐다. 베를린 방송 교향악단, 밍게트 콰르텟 초청 연주, 윤이상 영화 상영, 관련 대담 개최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한다.(8.31-9.18)

이에 앞서 폴란드 카토비체 콘서트홀 공연도 있다.

경기필은 이보다 먼저, 윤이상평화재단과 함께하는 기념 콘서트를 시작한다.(9.9 예술의전당)

 

통영오케스트라

 

앙상블TIMF는 내달 16일 예술의전당에서 윤이상의 5중주 ‘테피스 포 스트링 퀸테트(Tapis for String Quintet·1987), ‘가락(Garak·1963)’, ‘옥텟(Oktett·1978)’ 등 5곡을 연주한다.

 

통영국제음악재단은 윤이상이 꿈에도 그렸던 고향 통영의 바닷가에서 100주년 기념 야외음악회‘윤이상을 기억하며’를 개최한다.(9.9 통영시 도남동 트라이애슬론 광장) 윤이상의 음악을 보다 쉽고 친근하게 시민들과 함께 하기 위한 무대로 윤이상의 <고풍의상>, <그네>, <교가메들리> 등을 비롯한 가곡 등으로 꾸며진다.

윤이상의 탄생일인 17일 통영음악당에서는 소프라노 이명주, 플루티스트 최나경, 프랑스 오를레앙 콩쿠르에서 윤이상특별상을 수상한 피아니스트 앤드루 저우 등이 다양한 2중주와 현악5중주를 선보이는 <해피 버스데이, 윤이상!>을 펼친다.(9.17)

스테판 애즈버리가 지휘하는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TFO)의 첫 유럽투어(9.25-10.2)의 시작은 통영음악당에서 TFO와 클라라 주미강이 들려주는 윤이상 음악 세계의 진수로 막을 연다.(9.22)

고봉인 첼리스트

또, 빈 심포니 플루트 수석 출신 최나경과 세계적 윤이상 스페셜리스트 고봉인(첼리스트)이 20일과 21일에 각각 리사이틀을 펼친다.

임효정 기자

 

TIMF

http://www.timf.org/main/main.do

 

 

"일반적 청취자들에게 음악이란 선율입니다. 사람들은 그걸 가장 핵심적으로 듣습니다. 그런데 윤이상이 유럽에서 만든 대부분의 작품들에는 그것이 없습니다. 익숙한 화성도 없습니다. 그 대신 ‘음향’ 같은 것이 있습니다. 리듬도 없습니다. 음악의 흐름을 셈할 수 있는 일정한 기준이 없어 보입니다. 선율, 화성, 리듬이 없으니 음악이라 할 수 있을까요? 물론 윤이상 음악에는 그 세 가지가 다 있습니다. 단지 그것들이 고전음악의 것과 크게 다를 뿐입니다. 하니 그의 음악을 듣는 방식은 조금 달라야 합니다.”

- 홍정수(음악학자) ‘다르게 들어야 들리는 윤이상 음악’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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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뷔시를 잘 보면 윤이상이 보입니다. 윤이상은 1950년대 초반부터 -나운영이나 이상근 같은 당대의 다른 한국작곡가들과 함께- 드뷔시의 영향 아래 있었습니다. 드뷔시가 어느 서양작곡가보다도 “동양적” 색채를 가진 작곡가로 이해된 때문이지요. 20세기가 막 들어서면서 드뷔시는 전통적 화성학으로 규정이 어려운 음향을 원했습니다. 테마와 모티브 중심으로 음악을 서로 밀접하게 조직하려는 경향도 거부했습니다. 그는 “미술적”이라 불릴만한 “분위기 창출”을 바랐던 것입니다. 드뷔시에게서 선율 비슷한 것은 유사하게 반복하는 작은 장식적 음형들의 연속입니다. 이것은 테마도, 모티브도 아닌데, 흔히 아라베스크(Arabesque)라 불립니다. 이 말은 의미를 적어놓은 아랍글자가 마치 의미 없는, 기하학적 미술처럼 보이기에 붙은 이름입니다. 구름처럼 피어났다가 사라지는 드뷔시 음악의 장식성은 몽롱한 분위기를 남깁니다. 그 장식성은 점점 색깔을 변화해 가면서 음악을 형성합니다. 윤이상은 드뷔시 음악의 음향적 성격이 ‘멈춘 것 같은데 움직이는 것’ 또는 ‘움직이는 것 같은데 멈춰 있는 것’, 이런 성격의 음향이라 생각했습니다. 이는 그가 “정중동(靜中動)”이라고 자신의 음악을 설명하는 것과 같습니다.

드뷔시나 윤이상의 음악에는 음악적 드라마를 만들어가는 중심인 테마가 없습니다. 그 대신 분위기를 그려내는 장식적 성격의 음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 음들은 자주 반복된다는 점에서 테마와 유사해 보이는데, 생물처럼 자라나면서 일정한 분위기로 변해갑니다만, 테마처럼 주인공스런 자기주장을 하지 않습니다.”

(윤이상의 예는 악보1 참조).

 

윤이상은 자기 음악의 “분위기 창출”에 대해 미술적으로 설명한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붓글씨를 통한 것입니다. 붓을 사용하는 서예나 수묵화는 물이 번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붓이 지나가는 곳에 흔적이 남는데, 붓의 물기가 많고 적음에 따라 색채가 더 진하거나 더 흐릿합니다. 음색의 짙고 옅음이 그렇게 설명됩니다. 붓글씨는 직선을 반듯하지 않은, 구불거리는 방식으로 긋습니다. 구불거리는 음향, 즉 미끄러지고, 휘는 듯한 소리가 붓글씨적인 음악의 특징입니다. 붓글씨에는 번짐(주변 이웃으로 음의 확장), 곡선적 긋기(미끄러지고 구부러지는 음향), 손떨림이 반영되는 긋기(떠는 음), 먹물의 튐(본디음과 멀리 떨어진 곳의 장식음) 등의 현상이 나타납니다.

 

윤이상은 1955년 한국에 있을 때 아악(雅樂)이 발하는 분위기를 “청아(淸雅)와 신비(神秘)”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1950년대 말 이후 유럽에서 한국의 전통음악을 취하면서 저러한 분위기의 차분하고 관조적인 음악을 실현해 보려했습니다. 긴 음들이 계속 이어지며 비교적 드문드문, 또는 덜 격렬하게 장식되는 그의 음악들에서 그런 성향이 나타납니다. 길게 이어지는 음이나 음향에서는 소리가 멈춘 것처럼 여겨지고, 침묵의 분위기가 생성됩니다. 그러다가 다시 움직이고, 다시 긴 소리로 침묵합니다. 악구의 끝에서는 그 긴 소리가 “점점 세게”나 “점점 여리게”로 생성하고 소멸합니다.

윤이상 음악에는 드뷔시에게서 볼 수 없는 강한 감정성이 있습니다. 특히 대비를 이루는 음색들이 교차하면서, 파악이 어려울 정도의 빠른 음들이 강하게 상승하거나 하강하면서, 소리들이 크게 떨면서, 긴 음의 끝이 가볍게 미끄러지며 올라가거나 내려가면서 그러합니다. 대규모 관현악곡에서는 음색 자체의 대비와 점차 상승하는 긴 음들이 “달아오르는” 성격을 갖습니다. “청아”와 “신비”가 격렬한 움직임을 통해 변화하며 거대한 갖가지 음향충돌을 발생시키고 사라지는 것입니다.

 

드뷔시에 의해 시작된 미술적 효과에 대한 관심은 이후 서양작곡가들로 하여금 음색을 주목하게 합니다. 이런 방향은 쇤베르크의 “음색음악”을 낳게 하고, 1960년대 초 리게티와 펜데레츠키 등에 의해 음색이 더 강조된 “음향작곡”을 탄생시킵니다. 윤이상도 바로 이 음향작곡의 창립인 중의 한 명입니다. 음향을 어떻게 “디자인”했는지?, 윤이상 음악은 이런 방식의 듣는 귀를 요구합니다. 거기에 있는 선율, 리듬, 화음을 듣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것들을 음색의 변화로 듣는 것이 필요합니다.

- 홍정수(음악학자)

 

 

임효정 기자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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