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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들려준 소리_김영구 작가
프레임_바다의 기억18, 김영구

 

MOVE 갤러리_8월의 초대작가 _김영구

 

작가는 프레임 속에 프레임을 그린다. 그리고 그렇게 프레임 속 프레임에다가 사계를 그리고 풍경을 그리고 자연을 그리고 섬을 그리고 도시를 그려 넣는다. 작가는 특히 바다를 좋아해서 바다를 곧잘 그리는 편인데, 아마도 실제로 그 앞에 서 있었지 싶은 지점에다가 시점을 설정해 관객의 자연스런 동일시를 유도하고 참여를 유도한다. 거기엔 이러저런 자연풍경과 함께 바이올린과 색소 폰 같은 악기가 그려져 있고, 소라가 그려져 있다. 자연을 음색으로뿐만 아니라 음률로도 재현한 것이며, 음색과 음률이 상호 유기적으로 어우러져서 자연에 대한 감동을 배가하고 증폭시킨 것이다. 말하자면 비록 그림으로 그려진 것이어서 실제로 소리가 나지는 않지만, 그림 앞에 서면 왠지 파도가 밀려오는 소리며, 자연에 대한 감동을 음률로 번안한 바이올린 선율이며 색소폰 연주가 들려올 것만 같다. 특히 소라는 소라를 파도에 떠밀려온 태곳적 소리며 원초적 소리, 자연 저편으로부터 건너와 존재의 비의를 들려주는 소리를 듣는 귀에다가 비유한 상징주의 시인 말라르메의 시를 연상시킨다.

실제로는 들리지가 않는데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음색이 음률을 떠올리게 한다? 소라가 귀에 비유된다? 이것들은 다 뭔가? 여기에는 감각 상호간의 연동이 있다. 비록 감각들 저마다는 각각이지만, 그 이면에서 서로 통한다. 그리고 그렇게 서로 통하게 해주는 것이 공감각이고, 연상 작용이고, 암시다. 어쩌면 예술은 이런 암시의 기술일지도 모른다. 가시적인 것으로 하여금 비가시적인 것을 암시하는 기술일지도 모르고, 음색으로 하여금 음률을 암시하는 기술일지도 모른다. 소라와 귀의 차이를 넘어 귀 대신 소라를 대입시키는, 소라로 하여금 귀를 대리수행하게 하는, 그런 대입과 대리의 기술일지도 모르고, 그런 상호 연상 작용의 기술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작가의 그림 앞에 서면 파도소리가 들리고, 자연의 음률이 들리고, 내면 깊숙한 곳으로부터 유래한 존재의 전설이 들린다.

 

고충환(미술평론)

 

 

김 영 구(金 永 久) Kim, Young-Gu

영남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및 동 대학원 서양화과 졸업수상

대한민국 미술대전 ‘우수상’ 수상(서양화 부문 최고상 1998) 마니프 99 서울 국제아트페어 경쟁부문 MINIF대상전 ‘우수상’수상(1999)개인전 27회작품소장: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서울시립미술관, 킨텍스(KINTEX), 안산시청, 양평군립미술관, 한성모터스

 

프레임- 바다, 우체통

 

작가 노트

 

프레임을 통해 보는 치유와 서정적 화면구성, 자연이 들려준 소리

 

나의 작업에서 프레임(Frame,틀,상자)은 그림속의 한 부분을 차지하거나, 때로는 화면의 가장자리를 차지하며 하나의 창문이나, 카메라의 뷰파인더(View Finder) 같은 형식으로 나타난다. 그림속의 한 부분일 때 프레임은, 화면구성의 주요한 지지대로서 가운데에서 쌓여져 있고, 그 위에 놓여진 들꽃, 소쿠리, 바이올린 같은 악기와 소라는, 서정적이고 기억에 관한 회상적인 화면구성으로 나타난다.

프레임이 전면 아래쪽에만 보여지는 화면구성에서는, 보다 직접적인 구성으로 사물들이 놓여지게 된다. 악기, 소라와 함께, 들꽃, 혹은 오래된 우체통과 함께, 낯선 사물들이 만나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내며 생경한 시각적 체험을 유도한다. 백사장위로 밀려와서는 하얀 포말(泡沫)로 흩어지며 이내 모래속으로 스며 드는 파도는, 끝없이 이어지는 바다의 수평선과 함께, 우리에게 정서적 안정을 가져오게 된다.

직립보행을 시작한 인간에게 수평의 자연이 주는 위안은 크다. 바다 자체가 주는 수평의 잔잔한 이미지와 바이올린이나 트럼펫의 만남은 시공간에 대한 연상작용과 암시적 효과를 불러 일으키게 하며, 어김없이 등장하는 소라의 속으로 부터 시작된 음률이 들리는 듯한 착각을 가져온다.

때론 전면에 수직으로 세워진 오래된 빨간 우체통에서는 디지털 시대를 거슬러, 밤새워 써내려간 편지에서 잊고 있었던 정신적 향수를 가져보기도 한다. 첨단으로 발달된 통신수단과 네트워크의 시스템을 가졌지만 우리의 정신은 여전히 가난하다. 불안하고 지친 현대인의 일상에서 마음속의 어떤 것이 누를 수 없도록 치밀어 오르는 평온하지 못한 어떤 날에는 잔잔한 수평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바다를 바라보며, 격정적으로 요동치던 감정이나, 현대의 도시적 삶에서 경쟁하듯이 쌓아올린 욕망의 그늘을 조금은 덜어낼 수 있을 것 같아 현대인에게 일종의 치유효과를 가져온다. 손편지의 구절에서는 들꽃향기가 나고, 우리에게 바다는 여전히 시리도록 푸르다. 그러한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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