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연극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며 연극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스페인 예술가 안헬리카 리델(Angelica Liddell)의 첫 내한작 <사랑의 죽음. 피비린내가 눈에서 떠나지 않아. 후안 벨몬테>가 국립극장은 해외초청작으로 5월 2일(금)부터 5월 4일(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선보인다.

스페인 출신의 작가이자 연출가, 배우 등으로 활약 중인 전방위 예술가 리델은 강렬하고 도전적인 연극으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아왔다. 위선과 합리적 이성에 의한 질서를 강하게 비판하며 인간 존재의 본질을 깊이 탐구하는 주제 의식이 특징이다.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9편 이상의 작품을 발표했고, 베니스 비엔날레 연극 부문 은사자상을 비롯해 다양한 수상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1993년 아트라 빌리스 컴퍼니(Atra Bilis)를 창설한 이후 30년 넘게 꾸준히 창작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사랑의 죽음>은 벨기에 엔티겐트(NTGent) 극장 상주 예술가 밀로 라우가 기획한 ‘연극의 역사(Histoire(s) du Theatre)’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으로, 2021년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초연됐다.

스페인의 전설적인 투우사 후안 벨몬테와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 중 ‘Liebestod(사랑의 죽음)’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

제목에 포함된 ‘피비린내가 눈에서 떠나지 않아’는 영국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의 대담집 제목을 인용한 것으로,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예술에 비판적 메시지를 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

리델은 이 작품을 “사랑에 빠진 불멸의 여인이 작업하는 과정이자, 스스로를 제물로 바치는 희생제”라고 설명한다. 자신의 예술 행위를 목숨을 건 투우사와 비극적인 사랑의 아름다움에 빗대어 표현하며, 동시에 영성과 신성함을 상실한 현대 사회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Angélica Liddell

리델은 “관객이 작품을 받아들이고, 그 깨달음을 행동으로 옮긴다면 엄청난 만족감을 느낄 것”이라며, “나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과 명예가 아니라 오직 관객이며, 그것이 내 인생의 구원점”이라고 강조했다.

노란빛의 광활한 투우장을 연상시키는 무대 위에는 거대한 황소 오브제와 소 사체 등 독특하고 전위적인 시각 요소들이 등장해 강한 인상을 남긴다. 전통적인 연극 형식을 따르지 않고, 가톨릭 신비주의와 자기희생적 퍼포먼스를 결합한 독창적인 구조로 진행된다. 여기에 루마니아 철학자 에밀 치오란, 프랑스 시인 아르튀르 랭보 등 다양한 예술가와 텍스트가 소환되며, 예술의 본질을 향한 영적인 여정을 펼쳐 보인다.

작품은 스페인어로 공연되며 한국어 자막이 제공된다.

5월 3일(토) 공연 종료 후에는 프로듀서이자 출연 배우인 구메르신도 푸체(Gumersindo Puche), 출연 배우 파트리스 르 루직(Patrice Le Rouzic)과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 시간이 마련돼 작품에 대해 심도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예매 및 문의 국립극장 홈페이지(www.ntok.go.kr) 또는 전화(02-2280-4114)

안헬리카 리델 | 극본·연출·무대·의상디자인┃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페인의 작가이자 연출가, 배우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는 공연 예술가다. 1993년 아트라 빌리스 컴퍼니(Atra Bilis)를 창설한 이후 30년 넘게 연극을 제작해왔으며, 급진적이고 시각적으로 파격적인 작품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녀의 작품은 세상의 악과 폭력을 반영하거나 내면의 고통을 주요 주제로 다루며 강한 인상을 남긴다.

2013년에는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은사자상(Silver Lion)을 수상했으며, 2017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예술과 문학 분야의 공로를 인정받아 ‘슈발리에 드 로드르 데 자르 에 데 레트르(Chevalier de l’Ordre des Arts et des Lettres)’ 훈장을 받았다. 아비뇽 페스티벌에서도 9편 이상의 작품을 선보이며 큰 주목을 받았다.

비평가들은 그녀의 작업을 “훌륭하고 금기를 깨며, 타협하지 않는” “활기차고 과도한 이미지의 향연”이라 평가하며, ‘스페인의 분노’ 또는 ‘마드리드에서 온 괴물’이라는 별명으로 부르기도 한다. 대표작으로는 <주홍글씨(The Scarlet Letter)> <너는 내 운명(You are my destiny)> <힘의 집(La casa de la fuerza)> 등이 있다.

강영우 기자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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