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호성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이 3월 11일 코엑스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콘텐츠대상' 시상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_사진제공 문체부

최근 문화예술계의 가장 핫한 화두는 국립예술단체를 둘러싼 통합과 지방 이전 문제다. 발표 직후 해당 단체를 비롯한 문화계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며 뜨거운 반응이다. 왜 이렇게 민감할까? 

해당단체의 조직 개편에 대한 우려와 노파심은 무엇보다 자리보전에 대한 불안과 예산편성에 대한 축소에 근거한다. 반대하는 단체의 내용을 보면  공통적으로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이라는 지적인데, 국가문화의 근간인 국립예술단체의 백년대계를 위한 장기적인 비전에 대한 문제점이라기보다 당장의 사안에 대한 생계와 집단이기주의의 단면이 엿보여 명분의 미흡함이 드러난다는 지적이다.

 이참에 조직개편에 대한 찬반에 앞서 국립예술단체의 존립 위상과 역할, 향후 미래를 향한 비전에 대한 점검과 검토가 필요하다. 혁신이 필요한 때다!

국립예술단체연합회 사무실이 있는 국립예술단체 연습실 공간 N스튜디오

글로벌 K-콘텐츠 발굴과 지역특화 육성 및 상생

이 사안이 불거진 발단은 3월 6일 문화체육관광부 유인촌 장관이 발표한 중장기 문화 비전 ‘문화한국 2035’ 프로젝트다. 문체부는 현재 우리 사회의 지역 문화 불균형과 저출생, 초고령화 등 사회문제에 대한 위기대응과 산업 생태계 혁신을 포함한 6대 방향 30대 핵심과제를 제시하며, 국가문화의 중추 역할을 하는 국립예술단체에 대한 개편을 제시했다.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내 상주하고 있는 5개 국립예술단체에 대한 사무처 통합과 지방 이전에 대한 계획안으로 상반기 내, 빠르면 5월부터 단계별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문체부의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명분은 지난해 2024 문광부 소속 민형배 의원이 문체부로 받아 발표한 자료에 의해 최근 5년간(2020-2024.8) 전국 17개 시도 광역자치단체 공연 4236회 중 89.3%(3656회)가 서울에서 진행된 것으로 “국립예술단체 공연 10번 중 8번이 서울서 열렸다”는 데이터 등에서 비롯된다.

특정지역(서울)이 아닌, 전 국민이 골고루 (문화)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국립예술단체가 앞장서야 한다는 명분은 일견 타당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국립예술단체의 가장 큰 미션과 목표가 무엇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국립예술단체의 역할은 무엇보다 우수한 작품 제작에 있다. K-클래식 한류 붐에 발맞춰 글로벌 무대에 선보일 자국의 정체성 깃든 한국적 정서의 수월성 있는 작품 생산이 전국적 보급과 배포에 앞서 우선하는 목표가 아닐까?

중앙에서 일괄적으로 퍼나르는 보부상 형태의 문화공급은 시대의 변화에 역행하는 전근대적 발상이다. 문화의 보급은 자연발생적으로 트렌드의 붐업에 따른다. 소외지역 문화 수혈은 필요에 따라 비정기적 기회를 통해 할 수 있고, 기술의 발전은 이를 뒷받침한다.

또한, 국가의 문화정책은 보급만이 아니라 지역 예술단체의 자생력 육성과 지역 특성화 예술 콘텐츠 개발에 대한 역할과 책임도 있다. 이에 대한 다양한 방안이 필요하고 다양한 국내외 사례가 있다.

피나 바우쉬

일례로 ‘탄츠테아터(Tanztheater)’라는 혁신적인 장르를 발전시킴으로써 20세기 최고의 무용가 반열에 오른 피나 바우쉬와 독일 부퍼탈(Wuppertal) 지역의 관계를 보자. 피나 바우쉬가 36년 동안 예술혼을 불태운 부퍼탈무용단이 소재한 부퍼탈은 독일 서부의 인구 35만여 명의 작은 도시다. 시대의 변화에 파산 직전의 도시가 피나의 부퍼탈무용단이 자리 잡으며 ‘탄츠테아터’를 알리고 세계적인 명소가 된 사례다. 지역의 예술은 중앙공급식이기보다 자생적 탄생과 육성에 있음을 증명한 예가 아닌가.

또한, 연 매출 6천억 달러의 21세기 글로벌 브랜드 <태양의 서커스 Cirque du Soleil>는 어떠한가. 캐나다 몬트리올 동북쪽 생 미셸 지역은 ‘태양의 서커스’ 산지이자 서커스계의 메카로 부상했다. 캐나다와 퀘백 정부는 신생 서커스단에 대대적인 재정지원을 했고, 이로써 ‘태양의 서커스’는 미국 라스베가스로 진출할 수 있었고, 세계적인 이름을 얻기 시작했다고 한다. 국가와 정부가 예술을 진흥하고 부흥케 하는 방식이 어떠한가를 여실히 보여준 셈이 아닌가. <태양의 서커스>가 보여준 사례는 철저한 세계화 전략과 고급화만이 성공 비결이라는 것이다. 대표 브랜드 작품 하나 없어서 지난해 파리올림픽 기념 유럽투어에 콘서트오페라로, 갈라 발레로 하고 있는, 현 국립예술단체의 지방 공연 배포에 앞서 우선적으로 시급히 해야 할 미션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비엔나 슈타츠오퍼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전용극장과 상설화 프로그램 필요

현재 국립예술단체는 총 8개 단체인데, 이 중 6개 단체(국립오페라단, 국립발레단, 국립합창단, 국립현대무용단,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서울예술단)가 전용극장 없이,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4층에 세 들어 살며 사무실만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외 2개 국립예술단체로는 국립정동극장, 국립극단이 있다.

우리 국립예술단체는 유럽의 각주마다 주립극장(Staatsoper 슈타츠오퍼, 국가운영의 국립극장)이 있는 극장식 시스템과 확연히 다르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차별화된 방식이 필요하다. 독일 극장의 경우, 제작극장으로서 전용극장 내 각각의 예술단체가 소속되어 협업하며 상설 프로그램이 연중내내 돌아가는데 반해 우리의 극장은 어떠한가? 상주하는 예술의전당은 전용극장이 아니기 때문에 매회 공연할 때마다 대관료를 지불해야 하고, 이로 인해 정기공연조차 횟수도 4-5회로 한정된 상황이다. 국립오페라단 공연 한편 당 10억~15억의 예산을 들여 4회 공연을 하니, 얼마나 소모적이고 낭비인가?

무엇보다 국립예술단체의 전용극장 마련으로 제작극장화 시스템으로 개선이 필요하다. 그래야 상설 프로그램이 가능해지고 관객의 확장과 다변화가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립오페라단도 발표 직후 문체부 관계자와 면담을 통해 전용극장 신설과 숙원사업이 우선임을 피력했다고 하니, 그 절실함이 공감된다. 한 나라의 국가를 대표하는 국립예술단체가 전용극장이 없어 이곳 저곳 떠돌아 다니며 공연해서는 최적의 퀄리티를 담보하기 어렵다. 유럽에는 각 주마다 있는 전용극장이 우리 국립예술단체는 집이 없다는 현실이 씁쓸하다. 집도 없어 제작도 원활치 못한 상황에서 또 이번에는 전국 각지로 보부상처럼 내몰리고 있는 형국이 아닌가.

조직 개편과 혁신 왜 필요한가?

또한 조직 개선과 더불어 간과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요건은 국립예술단체 통합 사무처와 연관해 전문 인력 채용이 급선무다. 현재 국립예술단체의 홍보와 제작 및 경영은 전문 인력이 없는 상황에서 전문성, 효율성이 떨어진다. 이는 제작의 퀄리티와 창작오페라 등 장기적 비전에 맞춤한 계획과 인력풀, 관객의 확장 등이 어렵다. 특히 글로벌 콘텐츠와 해외 공연을 염두에 둔다면 해외 제작 경험이 있는 전문 인력과 해외 홍보를 위한 자체 전문 인력이 시급하다. 혹여 이번 조직 개편을 기회삼아 문체부의 인사 적체 해결방안에 이용돼서는 절대 안될 것이다. 비전문인 낙하산 인사 의혹을 불식시키길 바라며 혁신의 새바람으로 변화를 기대한다.

Editor – in – Chief 임효정

임효정 기자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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