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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의 힘을 확인시켜준 ‘평창동계올림픽’, 그리고 올림픽 레거시강원도의 겨울을 담다_강원도립무용단 <겨울약속>

 

세 번의 도전 끝에 유치에 성공한 평창동계올림픽, 그리고 패럴림픽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평창올림픽은 당초 3천억 원의 적자가 예상된다던 개최 전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기업들의 후원 기여금 및 공공기관의 후원과 기부 등을 통해 당초 목표액을 초과 달성한 1조 1,123억 원을 확보했고 대회 입장수익 역시 당초 목표를 넘어서며 흑자를 달성했다. 대회가 열린 12개의 경기장과 각종 문화행사들이 이어진 평창 올림픽플라자, 강릉 올림픽파크 등을 찾은 누적 관람객이 140만 명을 넘어서는 등 흥행 면에서도 대기록을 작성했다. 강원도는 경기 관중, 문화행사 관람객, 지역축제 관람객 등 올림픽 기간 중 강원도를 찾은 내외국인 관광객이 500만 명이 넘었다고 발표했다. 단일 국제행사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우리나라는 메달 레이스에서는 금메달 5개, 은메달 8개, 동메달 4개로 총 17개의 메달을 획득해 종합 7위의 성적을 기록했다. 동계올림픽 사상 최다 종목에서 최다 메달을 획득하며 다시한번 새로운 역사를 썼다.

강원도립무용단-겨울철새 두루미와 강원도와의 만남

강원도는 평창올림픽의 비전 중 하나로 ‘문화’라는 키워드를 선정해 일찌감치 문화올림픽 준비에 돌입했다. 문화올림픽 통합추진단은 ‘강원도가 주는 영감’을 주제로 개최지인 강원도의 다채로운 아름다움을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대거 선보였는데, 올림픽과 패럴림픽 기간 동안 펼쳐진 문화행사는 200여 개에 달한다. ‘평창 문화를 더하다’라는 슬로건에 따라 평창겨울음악제와 강원국제비엔날레 등 굴지의 공연 및 전시, 축제 등의 행사가 잇따랐다.

 

윤혜정 안무 <겨울약속>

2016년 강원도립무용단 상임안무자로 부임해 재임 중 평창올림픽을 맞이한 윤혜정 안무자는 문화올림픽의 숨은 조력자다. 상임안무자로 부임해보니 도립무용단의 적은 예산과 20명 남짓한 인원으로 자체 정기공연보다 외부행사 공연을 더 많이 소화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는 우선 정기공연을 매년 치러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라고 판단했고 마침 다가온 올림픽에서 강원도 소속 예술단체로 단체의 역량을 재확인하고 올림픽을 통해 단체의 자긍심을 고양시킬 수 있기를 바랐다.

“<겨울약속>은 평창올림픽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던 작품이에요. 강원도 철원 지방에는 겨울 철새인 두루미가 매년 겨울마다 찾아오는데요, 올림픽을 보러 오시는 분들이 이번 한번만 강원도에 방문하시는 게 아니라 겨울이면 두루미처럼 강원도를 기억하시고 와주시기를 바라는 의미를 담았어요. 작년에 신작으로 선보였을 때 반응이 좋아서 이번 패럴림픽 기간 중에 단독 공연으로 보여드리게 됐습니다. 저희가 공연하는 강릉아트센터에서는 올림픽 기간부터 거의 매일 다른 공연이 올려지는데요, 전국에 있는 무용단체들은 다들 한번씩 와서 공연을 한 것 같고 강원도 내 18개 시군에 있는 예술단체들도 거의 대부분 공연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뜻깊은 자리에 함께 하게 되어 너무 영광이고 아직 공연 날짜가 남았는데도 벌써 티켓이 다 나갔다고 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어요.”

<겨울약속>의 주제는 ‘만남’과 ‘약속’이다. 겨울마다 강원도를 방문하는 철새인 두루미는 남북으로 갈라진 강원도를 자유롭게 왕래하는 평화의 상징이며 눈에 덮인 아름다운 산과 숲은 강원도를 대표하는 이미지다. 강원도를 방문하는 철새 두루미를 여성으로 의인화하고 강원도의 아름다운 겨울 풍광을 빚어내는 눈을 남성으로 의인화해 두루미가 느끼는 찬바람으로 살을 에이는듯한 겨울을 바늘의 날카로운 인상으로 표현하고 눈으로 그려지는 남성무용수들은 눈의 넉넉함과 포근함을 남성들의 상징인 갓을 쓰고 나와 춤추며 우직한 기운을 뿜어낸다. 소리꾼의 호쾌한 소리와 귀에 익숙한 정선아리랑의 가락이 한데 어우러지며, 강원도의 산과 숲에서 모티브를 얻은 영상이 오프닝과 피날레를 장식하고, 미디어아트와의 결합을 통해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함께 가져간다. 움직임에 있어서도 한국무용을 기반으로 하되 현대무용과 발레, 재즈댄스, 탱고 등 다양한 장르에서 뽑아낸 움직임을 어떻게 한국적으로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담겼다. 강원도의 겨울을 담아낸 <겨울약속>이 강원도립무용단과 강원도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남겨질 수 있을지 올림픽 이후를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성공적인 올림픽, 그 명과 암

<겨울약속> 외에도 강원도립무용단은 문화올림픽의 중심 공연이었던 <천년향>과 패럴림픽 개막식을 함께 준비하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겨울을 보내야 했다. <천년향>은 록음악을 바탕으로 한국무용을 입힌 넌버벌 퍼포먼스다. 무용 외에도 설치미술과 미디어아트 등이 결합되어 무대와 객석 간의 경계를 지운 현장에서 강원도의 풍경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출연자만 70~80명에 이르는 매머드급 공연으로, 강릉원주대학교 내 해람문화관에서 3주가량 공연되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공연에서 2막 안무를 맡아 참여한 강원도립무용단의 윤혜정 안무자는 채 2개월도 되지 않는 동안 안무를 익히고 연습에 임해야 했던 단원들의 노고가 컸다고 치하하는 한편 강원도에서 열리는 문화올림픽의 메인 테마 공연인 <천년향>에 강원도의 대표 무용단인 도립무용단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점이라고 술회했다.

“올림픽은 아무래도 국가 주도형으로 진행되는 행사이고 강원도가 이번에 올림픽에 문화를 더한다는 콘셉트로 문화올림픽이라는 행사를 자체적으로 기획하면서 도 소속 예술단체인 저희는 문화올림픽에 보다 집중하게 됐어요. <천년향>이라는 작품을 한 달 가까이 공연하면서 패럴림픽 개회식도 준비해야 하고, 또 패럴림픽 기간에 올려지는 저희 단독 공연 연습도 진행해야 해서 단원들이 고생이 많았는데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마무리해 기쁩니다.”

문화올림픽 공연을 마친 강원도립무용단은 곧이어 패럴림픽 개막식에서 국립국악원 무용단, 경기도립무용단, 강원대학교 무용과 학생들과 함께 준비한 <환영의 춤>을 공연했다. 궁중정재 <가인전목단>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작품으로, 서울시 무형문화재 한량무 보유자 조흥동 명무가 안무를 맡아 삼지화를 중심으로 모란꽃을 꺾으며 추는 춤을 선보였다. 공연 전 폭설이 여러 날 계속되어 현장 리허설에 차질을 빚는 등 개막날 까지도 근심 속에 공연을 준비해야 했다. 올림픽과 패럴림픽, 그리고 강원도가 야심차게 준비한 문화올림픽까지, 행사는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진행 과정에서 준비 부족과 한계도 드러났다. 정부와 강원도 간의 소통 부족과 예산 편성 지연, 대통령 탄핵 등 여러 악재가 겹쳐지며 문화올림픽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야 할 문화올림픽 통합추진단의 구성이 지난해 7월에 완료되고 국비 지원 또한 10월이 지나서야 배정되는 등 난항을 겪었다. 절대적인 시간 부족, 행사 대부분이 이벤트성 기획에 쏠려 있었거나 기상 문제에 대한 대책이 미흡했던 점, 문화올림픽의 행사 프로그램들이 강릉에 몰려 ‘평창 소외론’이 대두된 것이나 운영상에서 강원도의 목소리가 축소․배제된 것도 아쉬운 점이었다.

“이제 평창올림픽도 성공적으로 끝났으니 강원도가 이 올림픽을 통해서 한번 더 도약하고 부흥하는 시기인 것 같아요. 제가 도립무용단을 맡아 강원도민들에게 자긍심을 드릴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게 소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는데요, 사람들이 강원도 하면 감자만 주로 떠올려요. 그런데 이번 평창 마스코트가 수호랑이었잖아요. 강원도에는 금강산 호랑이가 있다, 금강산 호랑이를 통해 강원도의 긍지가 될 수 있을 작품을 만들고자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2년 동안 강원도에 있으면서 도청 공무원들과도 많은 대화를 하면서 도립무용단의 위상을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을까에 대해서도 고민을 하고 있어요.”윤혜정 안무자의 고민은 강원도와 도 단체들의 공통된 고민이기도 하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문화올림픽을 통해 얻은 문화 자산을 강원도에 정착시킬 수 있도록 이른 시일 내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낸 강원도민들이 이 올림픽 레거시를 어떻게 받아 안아 강원도의 힘을 다시금 보여줄지, 도립무용단의 다음 행보를 지켜볼 일이다.

글 윤단우 작가, 무용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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