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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특색 없는 비슷한 창작곡들 왜 일까?<제8회 ARKO 한국창작음악제 국악부문>

 

국악관현악의 창작환경 개선. 창작 테크닉, 세련미 비약적 발전

편성의 한계와 부족한 인재 풀 극복이 관건

 

대편성 관현악곡의 창작환경 활기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KO)와 한국창작음악제추진위원회가 주최하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창작음악제인 ARKO 한국창작음악제 (이하 아창제) 국악부문 연주회가 지난 11월 15일(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렸다.

아창제는 매년 국악부문과 양악부문으로 나뉘어 개최되는데, 올해로 8회째를 맞이한 이 축제는 그동안 국내에서 특히 열악했던 대편성 관현악곡의 창작환경을 크게 개선하는 데 일조했고 작곡가들에게도 많은 동기부여가 되었다. 이날 연주회는 공모를 통해 선정된 김대성, 강순미, 박영란, 임희선, 이유정 등 5명의 작품과 위촉작곡가 이귀숙의 작품 등 총 6곡이 서울시국악관현악단(지휘. 진성수)의 연주로 선보여졌다.

창작국악계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보이는 김대성은 대금과 피리를 위한 2중 협주곡 <비천도>를 통해 지금껏 보인 작풍(作風)을 탈피해 한층 더 실험적인 성격의 작품을 들려주었다. 고구려 고분벽화 ‘비천도’에서 받은 감명을 표현한 곡으로 비조성적(무조적) 음향 텍스처(Texture)의 가미가 이채롭고 표현 영역이 확대된 국악기의 주법과 리듬에서 다양한 박절구조의 운용이 흥미롭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에서 영감을 받은 강순미의 아쟁협주곡 <세한, 그 푸르름>은 구슬픈 악기라는 산조아쟁에 대한 편견을 깨고 차분하고 절제된 표현으로 다채로운 기교를 부린다. 아쟁 협주를 비롯해 관현악에서도 다양한 연주 기교가 녹아있지만, 전체적으로 차분함을 유지하는 등의 절제로 품격 있는 소리를 표현하는 듯했다.

다른 작품들이 저음부가 빈약한 국악 관현악 편성의 특징 때문에 더블베이스와 첼로 등을 함께 편성하였으나 박영란의 강태홍류 가야금산조 협주곡 <파사칼리아>는 국악기들로만 이루어진 편성을 고집하면서도 이 약점을 기술적으로 잘 극복해 간다. 파사칼리아의 반복적 악구와 화성적 응답 및 엄격한 대위적 변주의 틀이 산조의 자유로운 흥을 조금 무디게 한 면도 있지만, 작곡법적인 진행의 논리가 명확하고 형식적인 구조가 단단해 국악기의 음향적인 한계를 잘 매울 수 있었다.

유일하게 협주곡이 아닌 임희선의 <한가람의 숨>은 이날 연주된 곡 중 가장 대중 친화적인 곡으로 순수 기악공연을 위한 작품이라기보다 퓨전 사극 등 TV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의 OST라는 느낌이 강했다. 실제로 임희선은 TV 사극과 애니메이션 음악감독 경력이 다수 있는데, 대중의 감성에 부합하는 서정성이 짙은 선율과 화음이 곡 전반에 녹아있다.

이귀숙의 거문고와 국악관현악을 위한 <수덕사 거문고>는 거문고의 매력을 충실히 느낄 수 있던 작품으로 서양악기 주법에 영향을 받지 않은 가장 거문고다운 현대주법 계발에 이바지 했다고 생각될 만큼 특색 있었던 반면, 악곡의 형식 및 전반적인 표현양식은 대체로 전통적이고 대중적이다.

마지막 곡 이유정의 여창, 혼성합창과 국악관현악을 위한 <Life……, Still Life!>는 치열한 고민에 비해 성과가 아쉽다. 철학적인 주제(主題) 접근에 합창까지 아우른 규모가 큰 편성의 작품으로 다양한 조합의 소리와 독창적 표현기법 등 의욕은 충만하나 너무 힘이 들어가 완급조절과 세밀함에서 아쉬움이 많다. 전통 창(唱)과 합창 사이의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발성과 언어 간 발음 차이에 대한 미학적 접근은 주목할 만하다.

 

 

뚜렷한 성과만큼 한계도 명확

최근 국악 관현악의 창작 흐름을 보면 과거보다 확실히 기술적인 세련미를 더하고 있다. 작곡가들의 기술적 숙련도가 과거보다 비약적으로 좋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계도 명확했다. 첫째로 현재의 국악관현악단 편성이 가진 근본적인 취약점들이다. 악기간의 음량 차이가 크다 보니 협주곡에서 협주악기의 소리를 부각하기 위해 마이크 등 음향장비를 필수적으로 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실황에서 음향 밸런스가 자주 붕괴한다.

이날 연주에서도 스피커를 통해 들리는 협주악기의 음량이 과도하게 큰 데다 리버브(reverb. 음향장치에 의한 인공적인 잔향음)가 지나쳐 듣기 불편했다어쿠스틱 음악으로서 국악관현악이 자리 잡기까지는 아직 논의할 것이 많다또 저음부가 없는 것에 대한 대안으로 더블베이스 등을 사용하는 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나 그 활용법이 너무 제한적이다.

인도의 라가음악의 경우도 영국 식민지배의 영향으로 바이올린 등 서양악기가 유입되어 폭넓게 쓰이는데, 그 연주법은 마치 처음부터 인도 악기였던 것처럼 매우 독창적이다. 서양악기도 조건이 맞으면 개량 없이도 연주법의 변화만으로 향악(鄕樂)화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첼로나 더블베이스도 지판에 플랫이 없어 한국 전통음악의 특징인 시김새 등 미세음정의 연주가 쉽다. 그러나 현재 작곡가들은 첼로나 더블베이스를 “서양악기”다 라는 관념에 가두고 극히 제한적인 역할로만 다루고 있는 것 같다.

이렇듯 관현악단 편성이 갖는 음량, 음향적 한계 등이 명확하다 보니 작곡가들이 여러 독창적이고 실험적 시도들을 하다가도 그것의 효용성에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가장 악기의 특색에 맞는 소리로 음향 벨런스의 효율이 검증된 방식을 즐겨 사용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작곡가들 간에 관현악법이나 표현방식이 상당 부분 겹치게 된다특히 악곡을 마무리하는 방식(종지형)은 이날 연주된 6곡 중 5곡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같거나 거의 흡사해서 국악관현악의 꼭 지켜야할 마무리 공식이 있는 것 같았다.

 

 

부차적인 효과악기로 전락한 타악기

가장 크게 아쉬운 건 타악기다. 장구를 비롯해 한국 전통음악에서 타악기가 갖는 역할과 위상은 매우 크다. 그러나 오늘날 국악 관현악에서 타악기의 위상은 더는 중요한 반주악기가 아닌 듯하다.

이는 작금의 국악 관현악의 음악미학이 서양 오케스트라의 영향 아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부유럽을 제외하면 타악기는 대부분 문화에서 매우 핵심적인 반주악기이다. 작금의 국악 관현악에서 작곡가들의 타악기 활용은 타악기의 위상이 크지 않았던 서양 클래식 음악 및 오케스트라 음악에서의 역할과 별반 다르지 않으며 결과적으로 부차적인 효과악기로 전락한 느낌이다.

 

 

부족한 인재풀로 인한 중복적인 작곡가 선정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건 양악 부문보다 현재 국악창작계가 가진 매우 좁은 인재풀이다. 이것이 국악 창작계가 가장 시급히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닐까 싶다. 일례로 이번 아창제가 8회째인데, 이날 연주된 6명의 작곡가 중 무려 4명이 과거에도 선정되었던 중복 출연자다.

임희선(7, 8회)은 두 번째 선정이고, 김대성(제5, 6, 8회)과 강순미(제6, 7, 8회)는 각각 세 번째 선정이며 이귀숙은 무려 4번째(제4, 5, 6, 8회. 제2회 양악부문 선정까지 합하면 5번째) 선정이다. 이들 말고도 아창제 역대 작품 목록을 보면 국악부문이 양악부문에 비해 중복 선정자가 압도적으로 많으며 이귀숙의 예를 보듯이 중복된 횟수도 많다.

이는 근본적으로 국악 관현악 작곡자 많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현재 국악 창작계의 풍토에서 많은 국악관현악단의 위촉이 특정 작곡가들에게 쏠린 탓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심사위원 구성도 대체로 비슷하고 전회 심사위원 이었던 사람이 다음회의 공모에 참여하는 웃지 못 할 일도 벌어진다

이렇게 좁은 인재풀 안에서 운영되다 보니 심사위원의 인적구성도 특정 성향이나 인맥에 쏠리기 마련이고 그만큼 심사기준의 공정성과 다양성도 의심받게 된다. 따라서 국악계 내부의 작곡가 양성과 더불어 다양한 배경의 더 많은 인재가 국악 관현악곡 창작에 참여할 수 있는 동기 부여와 지원책을 고민해보아야 할 것이다.

 

류창순 (작곡가, 음악블로거)

무직자(Muzik者)의 음악이야기(http://muzikza.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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