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렇듯, 오페라의 작품을 준비하는 순간이 제겐 가장 행복한 순간입니다. 오랜 시간 준비를 통해 작품이 탄생하는 그 순간 큰 희열을 느끼죠. 그래서 종종 그 순간을 산고(産苦)에 비유하기도 하죠.”

10월, 국내 최초 내한공연하는 베로나 디 아레나(Arena di Verona)의 오리지널 오페라 <투란도트 TURANDOT>(10.12-10.19)가 잠실 KSPO DOME에서 공연을 앞두고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솔오페라단 이소영 총예술감독 인터뷰로 제작과정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이 단장은 투란도트의 메시지가 사랑과 희망임을 강조하며, 시대를 넘어 변함없는 최고 권위 작품의 가치를 역설했다. 또한, 직면한 오늘의 한국 사회가 무겁지만 칼라프의 도전 정신과 용기를 되새겨 보는 시간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한다.

Q. 이번 <투란도트>의 제작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특히 어떤 연출적 요소나 무대 디자인에 신경을 썼는지 궁금합니다.

<투란도트>는 지난 2019년 작고한 세계적인 연출가 프랑코 제피렐 리가 디자인하고 연출한 작품으로 2010년 제피렐리에게 헌정된 페스티벌에서 탄생 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80년대에 그가 연출, 디자인해서 유럽 각국과 미국으로 수출되던 투란도트를 지속적으로 개선 발전시켜서 새롭게 재탄생시킨 작품입니다. 그야말로 완전한 결실을 이룬 것이죠.

아레나 디 베로나의 새로운 투란도트를 위해 그는 1986년에 오스카상을 수상한 의상디자이너 에미 와다(Emi Wada, 1937-2021)에게 의상을 의뢰했습니다. 물론 이 작품은 현재 프랑코 제피렐리 트러스트(신탁)가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아레나 디 베로나와 제피렐리 트러스트의 협약에 의해서 오늘날까지 공연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 5 시즌에서 37회의 공연을 마쳤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프랑코 제피렐리는 아주 까다롭게 사실적 고증을 하기로 유명합니다. 특히 그는 고증에서 그치지 않고 이를 확대하고 확장하여 화려함의 극치를 만들어 넘볼 수 없는 그만의 고유한 특성을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공연 전반에 등장하는 베이징의 군중들은 수수께끼에 도전하는 이들의 운명에 참여하거나 때때로 그들의 운명에 대해 단정을 짓는 등 어떤 면에서는 비합리적인 부분이 많죠. 그들을 구현해 내는 것이 연출적으로 가장 어려운 점들 중 하나인데요. 제피렐리는 놀라울 정도로 생생하고 노련하게 그려냅니다. 그의 탁월한 감각을 이 부분에서도 볼 수 있죠.

Q. 이번 공연에서 특별히 새롭게 시도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오랜 전통의 <아레나 디 베로나> 무대를 가져오며 정통성 혹은 새로운 창조, 어느 부분에 더 집중했는지요?

 제피렐리의 진가는 그의 탁월한 디자인 솜씨와 결합된 오페라에서 나옵니다. 평생 120편이 넘는 오페라를 연출한 그의 오페라계에서의 위상은 그야말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죠. 5년 전인 2019년 96세의 나이로 그가 타계하자 오페라 애호가들은 그의 죽음과 함께‘전통적인 오페라 연출’은 이제 끝났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오페라계에선‘제피렐리가 있던 시대의 오페라와 제피렐리가 없던 시대의 오페라가 다르다’라고 할 정도입니다. 그의 무대는 항상 “모든 디테일이 살아있는” 정교하고 철저하게 고증된 정통성을 강조합니다.

또한, 요즘 영상을 이용하거나 미니멀하고 모던한 무대가 유행을 하고 있는데요, 이번 공연은 그야말로 정통 오페라의 진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철저하게 고증된 무대와 의상, 소품들로 웅장하게 만들어진 모든 장면의 프레임 구성의 아름다움은 관객들에게 놀라운 시각적 경험을 선사할 것입니다. 그리고 아레나 디 베로나의 경우 야외공연장이지만 하지만 기본적으로 원형극장이라는 점과 규모 면에서 거의 유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두 곳 다 일반 공연장과는 달리 무대 세팅을 위한 기본적인 장치가 없어요. 그래서 더욱 연출가의 창의적 능력이 요구되죠. 이 작품에서도 역시 제피렐리의 천재성은 빛을 발합니다.

Q. <투란도트>는 그 자체로도 복잡한 무대 세트와 의상이 중요한 작품인데요, 이번 제작에서의 차별화된 비주얼적 요소는 무엇인가요?

야외극장 공연용으로 연출되고 제작된 ‘투란도트’는 무대 세트 등 그 규모가 압도적입니다. 무대 크기가 길이 50m, 높이 20m에 이릅니다.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볼거리죠. 무대에 오르는 성악가와 연기자, 합창단, 무용수만 500여명에 이르고 오케스트라와 스태프 등을 포함하면 1000명 이상이 공연에 투입됩니다. 이 공연을 위해 아레나 디 베로나의 무대 세트, 의상, 소품 등을 이탈리아에서 한국으로 운송하는데만 40피트 컨테이너 55개가 필요했습니다.

지휘_Daniel Oren

Q. 음악적 해석에서 지휘자와 협력한 부분이 있을까요? 특히 강조된 부분이나 색다르게 표현된 부분이 있다면?

지휘자 다니엘 오렌은 오페라 전문 지휘자로 특히 그는 푸치니의 작품 해석에 있어 독보적이죠. 그의 해석은 오페라 팬들 사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음악적인 부분에 있어서 제가 달리 지휘자에게 요구할 것은 없었습니다. 다만 캐스팅에 관련해서는 다니엘 오렌과 아레나 디 베로나 측이 저와 함께 논의해서 진행했습니다.

아레나 디 베로나 측에서 강력히 권고했어요. 제 생각도 그랬었구요. 

한국인 성악가가 꿈을 펼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구요. 이태리에서 보지 못했던 소프라노 전여진의 <투란도트>를 한국에서 보게 되어 저도 대단히 기쁩니다.

                                                                             ”

Q. 투란도트와 칼라프 같은 주요 배역의 캐스팅에서 중요하게 고려한 요소는 무엇인가요?

이 배역을 맡은 가수들의 어떤 점이 이 역할에 적합하다고 생각하셨는지요?

이탈리아에서는 소위 '테지투라(Tessitura)'라고 해서 성악가들의 소리의 성역을 구분합니다.

그래서 캐스팅을 할 때 그 배역이 요구하는 테지투라에 맞는 성악가를 캐스팅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투란도트의 경우 드라마틱 소프라노가 해야하는 영역이기에 캐스팅이 쉽지 않습니다. 의외로 드라마틱 소프라노들이 드물거든요. 물론 이번에 출연하는 세 사람의 소프라노는 다 아레나 디베로나의 선택이었습니다. 올해 오프닝 공연에 출연했던 올가 마슬로바와 2022년 아레나 디 베로나의 투란도트 주역을 맡았었어요. 두 분 다 투란도트 전문 소프라노들이죠.

소프라노_전여진

특히 한국인 소프라노 전여진은 한국인 최초로 아레나 디베로나의 투란도트 타이틀 롤에 캐스팀 되어서 화제가 되었죠. 캐스팅 관련 회의를 할 때 아레나 디 베로나의 스테파노 트레스피디(Stefano Trespidi) 부감독은 소프라노 전여진을 소개하며 브라바가 아니고 브라비씨마(브라바의 최상급)이라며 극찬을 했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공연 당일 감기와 식도염으로 출연하지 못했어요. 오랫동안 준비해서 드디어 아레나 디 베로나에서 꿈을 이뤄야 할 순간 얼마나 스스로 실망했을지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아레나 디 베로나 측에서 강력히 한국 공연에 캐스팅해야 한다고 권고했어요. 제 생각도 그랬었구요. 한국인 성악가가 꿈을 펼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구요. 이태리에서 보지 못했던 소프라노 전여진의 투란도트를 한국에서 보게 되어 저도 대단히 기쁩니다.

테너 마틴 뮐레 역시 투란도트 전문 성악가로 전 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성악가입니다. 리릭테너의 멋진 빛깔과 안정된 고음으로 각광 받고 있습니다. 테너 아르투로 샤콘 크루즈 역시 혜성과 같이 나타나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 중인 최고의 테너입니다. 티무르역의 페루초 푸를라네토는 백전노장이자 그야말로 세계 최고의 베이스죠. 그의 공연을 눈 앞에서 본다는 것 자체가 너무 기쁘고 설렙니다.

투란도트는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입니다. 

푸치니의 다른 오페라들이 비련하게 죽어가는 여주인공들 중심이라면 이 작품은 사랑을 깨달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

”투란도트는 선대 할머니가 이방인들에게 능욕당한 사실로 정신적으로 고통받고 남성 혐오로 가득한 차가운 인물입니다. 하지만 류가 칼라프를 위해 희생하는 모습을 보고 서서히 마을이 녹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칼라프와 투라도트는 사랑의 승리를 하게 되죠. 이번 공연의 키워드가 사랑과 희망인 만큼 그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선사하기 위해 우리 출연진들은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Q. 배우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특히 배우들이 이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감정이나 메시지가 무엇이었을까요?

언제나 그렇듯, 오페라의 작품을 준비하는 시간이 제겐 가장 행복한 순간입니다. 오랜 시간 준비를 통해 작품이 탄생하는 그 순간 큰 희열을 느끼죠. 그래서 종종 그 순간을 산고(産苦)에 비유하기도 하죠.

저희 팀이 이탈리아에 제작에 직접 참여하기 위해 아레나 디 베로나에 도착했을 때 계속 비가 내렸어요. 그 때문에 매번 연습에 열심히 참여했던 소프라노 전여진이 감기에 걸리기도 했었구요. 비가 오는 그 순간에도 연습을 포기하지 않는 그 열정들에 정말 경의를 표했습니

Q. 고전의 오리지널이라 이름 붙은 이번 무대가 오늘날 관객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레나 디 베로나의 작품이 고스란히 해외로 나오는 건 101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최고의 오페라 축제입니다. 이번 시즌에는 한국에서 관람하시면 좋겠습니다.

Q. 이 작품을 통해 지금의 한국 사회에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투란도트>가 가지고 있는 주제들이 현대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꿈을 꾸지 않는자는 꿈을 이룰 수 없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다른 이들에게는 칼라프의 도전이 무모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는 도전했기에 사랑을 쟁취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한국 사회가 직면한 현실은 대단히 무겁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멈추거나 포기하면 안됩니다. 칼라프의 도전 정신이 우리에게도 필요합니다. 투란도트에서 사랑과 희망 그리고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 생각하는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Q. 이번 <투란도트> 제작에서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이었나요? 그리고 그 도전을 어떻게 극복하셨는지요?

모든 순간들이 도전적이었습니다. 계약에서부터 콘테이너에 짐을 실는 것, 항공권에서부터 호텔 예약, 재원마련에 이르기까지 사소한 것들에서부터 큰 것들까지.. 쉬운일이 없었죠.

하지만 한국 오페라의 역사적인 순간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뚜벅 뚜벅 걸어오고 있습니다.

Q. 오래전부터 준비했다고 들었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예술적 목표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성취되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사실 아레나 데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은 예술성과 대중성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은 대표적인 문화예술컨텐츠입니다. 전 세계에서 관객을 불러모을 만큼 지명도와 대중성을 확보하였고 또 세계적인 예술가들과 제작팀을 캐스팀함으로써 예술성과 완성도도 높이 인정받고 있습니다.

저는 유학생활 중 긴 시간을 베로나에서 보내면서 아레나 디 베로나의 오페라 축제의 사례를 보면서 한국에도 이러한 컨텐츠가 필요하다고 늘 생각해왔습니다. 올해 한국과 이탈리아의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여 이번 공연을 한국에 유치하게 되어 대단히 기쁩니다.

이탈리아 대사와 문화원장과

 기념 공연을 어떤 걸로 준비할지 대사관과 문화원과 함께 작년 초부터 오랜 논의 끝에 유치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지원해주시고 도와주신 에밀리아 가토 주한이탈리아대님과 미켈라 린다 마그리 주한이탈리아문화원장 그리고 주한이탈리아대사관과 문화원 관계자분들께 심심한 감사들 드립니다. 이번 공연을 통해 대중이 사랑하는 오페라를 선보이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https://solopera.com/

Q. 앞으로의 계획이나 꿈꾸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언제나 꿈꾸어 왔던 공연은 바로 <아레나 디 베로나>의 프로젝트였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아레나 디 베로나의 내한도 중요하지만, 한국에도 이렇게 오페라를 대중적으로 즐길 수 있는 컨텐츠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가까이는 이번 투란도트 공연이 끝나고 나면 12월에 “이 솔리스티 비르투오지” 내한 공연 전국 5개극장 투어공연을 준비하고 있고, 내년 11월에는 예술의전당에서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를, 그리고 2026년 12월에는 국내 최초로 오펜바흐의 <지옥의 오프레오>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임효정 기자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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