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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를 꿈꾸던, 주인공과 빼닮은 성악가_바리톤 장 철오페라 <붉은 자화상> 윤두서 역

 

 

 

현대 오페라로 재탄생한 공재 윤두서의 자화상에 얽힌 비화가 오페라 선율에 실려 전해온다. 5월 6-7일 국립극장 무대에 오르는 오페라 <붉은 자화상>의 주인공 윤두서 역에 호소력 짙은 연기를 추구하는 바리톤 장철이 노래한다. 섬세하면서도 무게있는 보이스의 장철은 그동안 국악과 서양성악과의 접목을 시도한 국립, 시립, KBS, 세종 등 국내 유수의 국악관현악단과 교성곡 <만수산 드렁칡>, 극음악 <금시조>, 칸타타 <세종대왕>, 단가 <사철가> 외 수십여 편의 국악 작품을 협연해 왔던 터라 이번 창작오페라 <붉은 자화상>에서 제 옷 입은 것처럼 적격이라 더욱 기대를 더한다. 전통 소재의 오페라는 몸에 맞는 옷을 입은 듯 편안함을 느끼는 분야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오페라 <붉은 자화상> 이야기를 들어본다.

 

오늘의 화가 윤현이 조선의 화가 공재에게 묻는다.

당신에게 자화상은 무엇입니까?

성성한 수염을 쓰다듬으며 공재가 씨익 웃는다.

자화상, 시대를 향한 거울이오...

 

 

Q. 그림으로 유명한 윤두서의 초상화 이야기를 오페라로 한 이번 <붉은 자화상>은 어떤 작품인가요?

이번 작품의 모티브가 된 윤두서의 자화상은 국보로 지정될 만큼 역사적으로나 예술적으로 가치 있는 유산입니다. 바라보면 볼수록 특별하고 신비롭기까지 한 이 유일한 자화상(조선 숙종 시대로부터 전해지는 유일한)을 보면서, 당시 거의 금기로 여겨졌던 자화상을 윤두서가 그리게 된 동기가 무엇일까 하는 작가의 호기심에서 출발한 작품입니다. 대본을 쓴 원작자 김민정 작가는 당파싸움으로 소란했던 정계를 피해 해남 땅끝 마을에 은둔했던 윤두서의 생의 실제와 허구를 적절히 섞어 올곧은 문인 예술가의 삶 속에 피어난 사회 정의 구현의 욕구와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를 엮어냈습니다.

 

- 윤두서 역으로 출연하는데, 윤두서는 어떤 인물이라고 생각하나요? 오페라에서 윤두서 역에 대한 캐릭터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 궁금합니다

윤두서는 윤선도의 증손으로 할아버지의 올곧은 성품을 그대로 이어받은 인물입니다. 바른 세상과 바른 예술에 대한 매우 강한 바람과 신념을 갖고 있지요. 자화상에서 보이는 그 눈빛에서 알 수 있는 이 올곧은 캐릭터는 실제 제 모습과도 많이 흡사하여^^ 대본을 받아본 첫 순간부터 마음이 끌렸습니다. 사회 정의와 진정한 예술의 길을 갈망하는 고뇌하는 참 예술가의 모습을 몸 바쳐 그려낼 생각입니다.

 

우리 것을 사랑하고 국악을 즐겨 노래하는 저에게는 전통 소재의 오페라는 제 몸에 맞는 옷을 입은 듯 편안함을 느끼는 분야입니다. 세계무대로 갖고 나갈 우리의 대표 예술 작품을 만드는 일이 우리 예술인들의 숙명이라면 그 작품은 결국 우리 것을 주제로 우리 옷을 입은 모습이어야 합니다.

           "

- 오페라 <붉은 자화상>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매력이라면?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추가된 가공의 인물들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과거의 명장 윤두서와 현대의 화가 윤현이 만나게 되고, 사랑으로 죽음을 감수하는 젊은 화가 영창의 죽음도 그려집니다. 그리고 그 다양한 인물들에 의한 시간의 넘나듦이 박진감 있게 전개됩니다. 요즘 드라마 등에서도 많이 사용되는 타임 슬립 기법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요. 관객들은 한 자리에서 윤두서의 과거와 현재, 미래, 그리고 상상 까지 아울러 감상하며 시공을 초월한 예술가의 삶에 동참하게 될 겁니다.

 

- 특히 주목해야 할 장면이라면?

스승을 대신해 죽은 영창이 등장하는 장면들을 꼽겠습니다. 영창의 혼으로 등장하는 검은 사내 역이 있는데, 이 사내가 나타날 때마다 검은 영혼들(무용수들)이 주위를 맴돕니다. 극 중 다른 인물들에게는 보이지 않고 윤두서와 그의 딸 영래의 눈에만 보이는 존재입니다. 이 검은 사내 영창의 등장으로 자극받는 윤두서는 결국 자신을 돌아보며 자화상을 그리게 됩니다.

 

- 음악감독도 맡고 있는데, 그림에 얽힌 이야기를 음악으로 표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무엇인가요?

음악감독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작업하고 있는 건 가사와 내용의 전달입니다. 무대에서 아무리 아름다운 장면들을 연출해도 가사에 의해 내용이 정확히 전달되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으니까요. 특히 이번 오페라는 우리말로 노래하기 때문에 가수들의 부담이 훨씬 큽니다. 서양식 발성을 익힌 성악가들이 우리말로 노래하면 발음의 위치와 구조가 달라서 기술적인 애로가 많습니다. 우리말의 말하는 억양을 최대한 살리면서 동시에 가수들의 목소리에도 해가 되지 않을 적정선을 찾는 작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습니다. 또 그를 위해 작곡가, 지휘자와 협의하여 음악 구조와 흐름을 수정하고 언어에 맞게 가사의 리듬을 조정하는 등 세부작업들을 합니다.

 

- 오페라 <운영> 에 이어 <붉은 자화상> 등 전통적 소재의 오페라에 출연하면서 특히 끌리는 점이 있는지요?

한복을 입으면 헐렁해서 편합니다. 격식 다 갖춘 양반의 의관을 차려입을 때는 어떻게 이렇게 겹쳐 입고 살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요. 평소에도 우리 것을 사랑하고 국악을 즐겨 노래하는 저에게는 전통 소재의 오페라는 제 몸에 맞는 옷을 입은 듯 편안함을 느끼는 분야입니다. 세계무대로 갖고 나갈 우리의 대표 예술 작품을 만드는 일이 우리 예술인들의 숙명이라면 그 작품은 결국 우리 것을 주제로 우리 옷을 입은 모습이어야 합니다. 비록 서양의 음악 양식을 배워 사용하고 있지만 그에 온전히 귀속되지 않고 우리 것을 바탕으로 재창조하여 올바른 융합이 이루어져야만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을 가진다고 믿습니다.

 

- 자신의 목소리가 이 작품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나요? 바리톤 장철의 보이스에 대한 매력을 자평한다면?

제 얼굴이 자화상 속의 윤두서와 똑같잖습니까?(하하) 시범공연 때 분장한 사진이 있어 자화상과 나란히 놓고 보았는데 제가 봐도 쌍둥이더라구요. 제 목소리는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 가지 모습으로 정의되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 덕분입니다. 타고난 목소리의 특별함이나 발성의 기술적 완성도 같은 측면에서는 다른 성악가들에 비해 그리 뛰어나다고 자신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배역의 감성 표현과 연기, 악보 분석과 연구에 의한 음악의 정확도, 그리고 특별히 우리말 발음의 전달력은 감히 자긍심을 갖고 있습니다.

 

- 자신의 작품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서울오페라앙상블에서 몇 해 전에 우리말로 번안해 올린 벤자민 브리튼의 오페라 <컬류 리버>를 꼽겠습니다. 당시 우리말 제목은 <섬진강 나루>였는데, 저는 사공 역을 노래했습니다. 브리튼의 오묘하면서도 너무나 아름다운 음악과 우리 것으로 완벽히 고쳐와 번안한 가사들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 어려운 현대 오페라를 악보 받고 3주 만에 무대에 올렸는데, 정말 힘들면서도 가슴 벅찬 아름다운 작업이었습니다.

 

- 많은 작품들도 봤을 것 같은데요, 본인이 본 작품 중 최고의 오페라 작품을 꼽는다면요?(세계 무대를 포함해서 관람 및 참여, 경험한 최고의 오페라 무대)

돈을 많이 들여 거대한 무대를 세운다고 훌륭한 작품이 나오는 건 아니겠지요...

유학 시절 이탈리아 북부의 작은 휴양도시에서 본 아주 작은 마을 오페라 무대가 제게는 최고였습니다. 마을 광장에 임시로 세운 야외 무대에서 로시니의 <알제리의 이탈리아인>과 메노티의 <전화>를 공연했었는데, 동네 사람들이 가족과 함께 나와 공연을 관람했고, 무대 위 젊은 가수들은 객석과 하나 되는 실로 유쾌한 공연을 펼쳤습니다. 실력도 뛰어난 가수들이었지만 무엇보다도 장소나 규모에 연연하지 않고 무대와 객석을 오가며 진정 관객과 더불어 함께 즐기는 생활 속 오페라를 노래했습니다. 마치 우리의 전통 마당놀이와도 같았지요. 우리나라에도 관객과 직접 소통하는 이런 소규모 상설 오페라 무대가 융성한다면 참 좋겠습니다.

 

- 음악 인생에 접어들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요? 어릴 때부터 꿈이 음악가였나요?

제 어릴 적 꿈은 화가였습니다. 윤두서에 더욱 공감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중학 시절 교회에서 기타 치며 노래를 부르게 되었는데, 여학생들에게는 그림보다는 노래가 직접적으로 어필하기도 하고... 7080 세대라면 대개들 아시는 그런 경로로 음악에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음악가가 되면 밥 굶는다고 집에서 무척 반대하셨지만 끝내 우겨서 전공을 시작했지요.

 

- 꼭 해보고 싶은 필생의 작품 배역이 있다면?

기존 작품 중에서는 <리골렛토>였는데 이미 이루었습니다. 후에 창작 오페라로 기회가 주어진다면 영화 <가면 속의 아리아>에서 호세 반 담이 맡았던 엄한 성악교사 같은 종류의 배역을 해보고 싶습니다. 작년까지 서울시국악관현악단과 매년 공연했던 국악극 <금시조>에서도 딱 그런 역할을 노래했었지요.

 

- 향후 작품 계획은?

올해에는 마스네의 오페라 <돈 키호테>가 계획되어 있고, 서울시오페라단의 창작오페라 리딩공연에도 참가할 예정입니다. 개인적으로도 여러 가지 모습의 콘서트와 음반 취입을 계획 중입니다.

인터뷰 임효정 기자   사진 문성식

 

https://www.youtube.com/watch?v=-M4Q4wyGYJA

 

 

바리톤   장 철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를 졸업하고 이탈리아로 건너가 리치니오 레피체(Licinio Refice) 국립음악원과 로마음악예술(A.R.A.M.) 아카데미를 졸업. 마리오 델 모나코 국제성악콩쿠르와 움베르토 죠르다노 국제성악콩쿠르에서 1등으로 입상, 쟈코모 라우리볼피 국제성악콩쿠르 2등, 리카르도 잔도나이 국제성악콩쿠르에서는 잔도나이 부문 우승 및 오페라 부문 4개의 특별상을 수상했다.

<리골렛토>, <라 트라비아타>, <팔리아치>, <라 보엠>, <돈조반니>, <모세>, <춘향전>, <이순신>, <운영>, <컬류 리버> 등 수십여 편의 오페라에 주역으로 출연, 백 여회의 종교음악 연주회에 독창자로, 13회의 독창회를 비롯해 국내와 유럽에서 천여 회의 연주회를 가졌다. 국악과 서양성악과의 접목을 꾸준히 시도해 국립, 시립, KBS, 세종 등 국내 유수의 국악관현악단과 수십여 편의 국악 작품을 협연, 이건용 가곡집 <우리가 물이 되어>, 바리톤 장철 한국가곡 선집, 다수의 창작가곡 등 20 여장의 음반을 녹음했다. 현재 서울오페라앙상블 음악감독, 크로니스앙상블 예술감독, 한가사모 회원, 우리가곡 연구회 회원 및 전문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다.

 

강영우 기자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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