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도시가 인식되는 다양한 방법 중 문화로 마음속에 자리매김 되는 것은 얼마나 바람직한 일인가. 고대 철기문화의 발현지이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직지'가 태어난 인쇄의 고장 ’청주‘는 공예 분야 세계 최초 국제 전시인 공예비엔날레를 12회째 이어오면서 확실하게 문화도시로 각인되고 있다. 차분한 교육도시 이미지에 세련된 공예의 이미지가 더해졌다고나 할까?

청주공예비엔날레는 당연하게 여겨지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여겨지는 시대 앞에 ‘공생의 도구'를 이야기하고 있다. 코로나 19로 모든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기 된 요즈음 인간의 편의를 위해 과잉생산하고 소비하고 버려진 것들이 세상을 얼마나 위태롭게 바꿔놓았는지 목격했고, 발전이라는 이름 아래 무분별하고 이기적으로 사용한 도구들의 역습이 우리 삶을 공황에 빠뜨리는 것을 알게 되어 함께 산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2021 청주비엔날레>는 ‘공생'의 가치를 생각하게 하고 우리 삶을 이롭게 만드는 ’도구'의 진정한 용도에 대해 새삼 인식하게 한다. 최근 들어 더욱 관심이 높아진 공예의 다양한 분야는 도자, 섬유, 금속, 목칠, 유리 등 다양한 재료와 장인의 손끝이 빚어내는 기술로 공예의 미학과 가치를 생각하게 한다.

산업공간의 문화적 변용은 공간이 갖는 이야기의 힘으로 더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비엔날레가 지니는 환경에 대한 담론을 품기에 가장 적합한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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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공예비엔날레가 진행되는 공간은 버려진 담배공장에서 시민들의 문화향유공간으로 탈바꿈한 문화제조창이다. 이곳은 청주의 근대산업을 이끌었던 곳인데 2011년부터는 청주공예비엔날레를 개최하면서 문화예술공간으로 거듭났다. 2018년 12월에는 청주연초제조창 건물 일부에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가 조성되어 공간의 매력을 더하고 있다. 신생공간이 아닌 이러한 산업공간의 문화적 변용은 공간이 갖는 이야기의 힘으로 더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비엔날레가 지니고있 는 환경에 대한 담론을 품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공예박물관’ 개관과 ‘이건희 컬렉션’ 등으로 어느 때보다 미술과 공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코로나로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미에 대한 욕구와 감상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체험하고자 하는 의지가 높아지고 있다. 다양한 키트로 준비되어있는 작가의 작품들은 공예에 도전하고픈 욕구를 채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듯하다.

전시 주제는 ‘공생의 도구 Tools for Conviviality'인데 이반 일리치의 저서 [자율적인 공생을 위한 도구]에서 차용한 것이다. 동시대 공예의 지속가능한 가치와 폭넓은 스펙트럼을 조명하여 공예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히는 기회가 됐다. 24개국의 100명의 작가(국내 62명/ 해외 38명), 600여 점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규모는 흔치 않은 경험이다. 다양한 감각을 동원하여 만져볼 수 있는 작품들도 있다.

1부 노동-사물의 고고학에서는 무형문화유산의 계승발전을 이끈 전통장인부터 현대장인까지를 소개한다. 2부 생명 일상의 미학에서는 의식주를 바탕으로 하는 패션,장신구, 테이블웨어, 가구 조명까지 삶을 총망라한다. 더불어 자원재생을 실천하는 ‘업싸이클’ 제품을 전시하고 도자, 옻칠 등 단일매체로 다양한 작업을 하는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3부 언어- 감성의 분할에서는 정치, 사회, 문화에 대한 비판적 사유를 담은 작품을 전시한다. 세계화, 산업화, 고령화 및 과잉생산과 소비, 환경파괴, 도시재생 등의 문제를 고찰한다. 4부 아카이브 -도구의 재배치에서는 제 1차 산업혁명에서부터 4차 산업혁명까지 이어온 도구의 역사를 살펴보고 공예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상상하는 자리다.

가장 인기 있었던 곳은 수중세계를 뜨개로 표현한 인도네시아 작가 물야나의 작품이었다. 상상속 생동감있는 칼라가 넘치는 세계와 환경오염으로 백화되어 뼈만 남은 고래의 모습이 대조를 이루며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는 장면은 아름다우면서 충격적이었다. 특별히 벨기에 작가 피엣 스톡만의 전생애 작품을 볼 수 있었는데 고정관념이나 경계가 공공미술,디자인,산업미술 등 여러 모습을 보여주었다. 도자라는 소재로 바람이 부는 듯한 모습을 표현하기까지 해서 코로나시대에 위로가 되는 '백장의 사랑의 편지'작품을 보며 "연약한 삶은 도전으로 가득한 삶이다" 라는 1940년생 작가의 메세지가 가슴에 남는다. 공모전 수상작 중에는 빗살무늬토기를 말총으로 만든 작품이 있었는데 바람이 불면 유연하게 움직이되 다시 원상태로 세워져서 쓰러지지는 않는 작품이 인간의 모습과도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형태가 있되 고정되지않고 경계를 두되 통하는 작품은 여러 철학적 사유를 하게 했다. 공모전 수상작 중 아기장수우투리를 형상화한 작품도 인상적이었다. 안타까운 전설속 인물이 캐릭터화해서 예술로 승화되어 친근하게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프랑스 수교 135주년을 맞이하여 직지로 맺어져있는 프랑스가 주빈국이 되어 한국의 매듭을 배운 뒤 프랑스의 감성으로 표현한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잠자리날개같은 작품은 입은듯 안입은듯 날개처럼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프랑스관에서 프랑스 작가가 한명 한명의 화가들을 생각하며 전시한 작품이 있었는데 우리나라 화가 나혜석을 생각하며 만든 작품이 있었다.우리가 보기에는 나혜석같아보이지 않았는데 작가에게 나혜석의 삶은 어떻게 다가왔을까? 작품으로 남고 추억되는 프랑스작가의 시선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한 사람의 수집품으로 가득 찬 공간이 있었는데 다양한 종류와 엄청난 물량에 한사람의 물건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양이었다. 수집가들이 있었기에 일반인들이 관람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으리라. 공예로 사회적인 메세지를 담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 이번 비엔날레가 마음에 남긴 메세지이다.인간은 결코 시련에 굴복하지 않고 한땀한땀 정성으로 예술혼으로 각자의 삶을 일구어나가고있는 것이 아닐까? 모든 사람이 예술가가 될 수 있고 거창한 예술을 직접 하지 않더라도 예술의 감상자로서 느낄 수 있는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우리는 모두 예술가이다. 창조자이든 감상자이든 간에 기쁨을 느끼는 것은 같다.

미술관 프로젝트 ‘아트 브리지'는 청주시 내 박물관 6개소에서 진행되는데, 국립청주박물관,국립현대미술관 청주, 청주시립미술관, 쉐마미술관, 스페이스몸미술관,우민아트센터, 운보미술관과 협력하여 공예뿐 아니라 지역 미술까지 재조명하여 지역과 함께 공생하고 다양한 예술을 엮었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는 ’천대광:집우집주를 선보여서 문화제조창 야외광장에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인다. 12회째 이어온 청주공예비엔날레의 발자취는 충분한 만족감을 주는 축제로 다음을 기대하게 만든다.

정혜령 살롱 드 메라키 문화기획 대표  themove9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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