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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시인의 발자취 찾아 일본 문학투어 가다

 

윤동주 시인이 동경 유학 후 첫 입학한 도쿄 릿쿄대학

 

윤동주 탄생 100주년 기념 문학투어

- ‘윤동주 시인 추모의 밤’ 릿쿄대-도시샤 대학- 우지강 일대 탐방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天命)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볼까,

.............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윤동주, ‘쉽게 씌어진 시(詩)’  중

 

올해는 ‘서시’, ‘별 헤는 밤’ 으로 한국인이면 누구나 익히 알고 있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시인 윤동주의 탄생 100주년, 또 그가 순절(殉節)한 지 72주년이 되는 해다. 서울시인협회(회장 민윤기)는 지난 1월 11일, 2017년 한 해를 윤동주 시인을 기리는 ‘윤동주 100년의 해’ 선포식을 열고 다양한 행사를 발표하며 그 첫 번째로 윤동주 시인이 순절한 지난 2월 16일, 2박 3일 일정으로 윤동주 시인이 일본 유학을 가서 후쿠오카형무소에서 순절하기까지 시인의 발자취를 찾아보는 문학투어를 떠났다.

 

윤동주 시비가 있는 교토 도시샤 대학, 이른 봄 홍매화가 활짝 피었다.

   

본지는 30여 명의 시인과 함께 한 일본 문학투어에 동행해 시인의 삶의 궤적을 따라 현지를 탐방했다. 우리 일행은 일제 강점기에 더 수준 높은 공부를 위해 창씨개명의 굴욕을 감수하며 일본 유학을 갔다 ‘독립운동’을 했다는 혐의로 체포당해 후쿠오카형무소에 투옥된 채, 생체실험으로 1945년 광복을 6개월 앞둔 2월 16일 참혹하게 순절하기까지 시인이 공부했던 도쿄 릿쿄대학, 교토 도시샤 대학, 고향을 생각하며 시를 썼던 하숙집, 마지막 친구들과 추억을 남긴 우지강 아마가세 다리 등지를 돌아봤다.

16일 저녁에는 시인이 처음 일본에 당도해 묵었던 YMCA 도쿄-한국 호텔에서 ‘윤동주 시인이 그리운 밤’으로 추모행사를 열고 강연과 시 낭독이 열려 시인에 대한 그리움이 더했다.

 

 

 

윤동주 탄생 100주년 ․ 순절 72주년 기념 문학투어

- ‘윤동주 시인이 그리운 밤’ 추모 행사, 릿쿄대-도시샤 대학- 우지강 일대 탐방

 

봄이 오는 아침,

...............

기차는 아무런 소식도 없이

나를 멀리 실어다주어

봄은 다 가고ㅡ

동경교외 어느 조용한 하숙방에서,

옛 거리에 남은 나를 희망과 사랑처럼 그리워한다.

오늘도 기차는 몇 번이나 무의미하게 지나가고,

오늘도 나는 누구를 기다려 정차장 가차운 언덕에서

서성거릴게다.

ㅡ 아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

 

- ‘사랑스런 추억’ 중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르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서시

 

 

윤동주 시인의 발자취를 찾아 일본으로 문학 여행을 떠나는 마음은 일견 비장하고 무거웠다. 우리 일행 30명은 윤동주 시인의 시를 좋아하고 시인을 그리워하는 사람들로 윤동주의 시를 하나씩 마음에 품고 그의 삶과 시를 기리고자 했다.

도쿄 하네다 공항에 내려 첫 번째로 윤동주가 동경 유학 가 첫 입학한 릿쿄 대학으로 향했다. 정문에서 학교 관계자와 윤동주 연구자로 ‘윤동주 시인을 기념하는 릿쿄회’의 일원으로 활동하는 야나기하라 야스코씨의 안내로 채플, 도서관 등 교내 곳곳을 돌아봤다.

야나기하라 야스코씨는 한글 인터넷 신문 JP뉴스 발행인이며 재일 르포 작가로 활동하는 유재순씨의 요청으로 안내를 맡았다고 했다. 담쟁이 덩굴이 외벽을 두른 캠퍼스는 고아한 분위기에 조용하고 한가했다. 윤동주는 1942년 릿쿄대 영문학과에 입학해 한 학기를 다녔는데, ‘영어학연습’과 ‘동양철학사’를 수강했다. 1104호 잠겨진 동양철학사 강의실 안을 들여다보며 시인이 공부하던 모습을 상상해보기도 했다.

 

 

고풍스럽고 세련된 서양식 인테리어의 학생 식당에서 학생들처럼 줄서서 돈까스와 덮밥으로 늦은 점심을 먹은 후 시인이 고향에 편지를 부치던 매점을 돌아봤다. 나오는 길에 이곳 릿쿄대에서 2월 19일 ‘시인 윤동주와 함께 ․ 2017’ 행사를 한다는 소식과 함께 전단지를 받았다.

다음 일정은 야나기하라씨가 두툼한 파일첩에서 펼쳐 보인 지도를 따라 시인의 첫 하숙집터인 다카다노바바역 근처였다. 지금은 플라워디자인학원과 점자도서관이 되어 있는 두 곳의 하숙집은 ‘육첩방’ 같은 전형적 일본 주택이었을것 같다. 시인은 이 하숙집에서 ‘쉽게 씌어진 시’와 ‘사랑스런 추억’, ‘흐른 거리’, ‘흰 그림자’를 썼다.

오후 5시에 윤동주 시인이 동경 유학 와 처음으로 15일간 머물렀던 도쿄한국YMCA호텔 9층 강당에서 ‘윤동주 시인이 그리운 밤’추모의 밤 행사가 열렸다. 한국에서 온 시인 34명과 윤동주의 시를 사랑하는 재일한국인, 일본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일본, 한국의 여러 언론들도 주목했다.

 

 

민윤기 시인(서울시인협회 회장)의 사회로 시작된 추모 행사는 1부 주제 강연과 2부 시 낭송으로 이어졌다. 민회장은 개회사에서 “이 행사를 시작으로 윤동주의 시를 매개로 한국인과 일본인들이 서로 이해하는 이웃이 되는 데 불씨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첫 번째 강연에 오른 우에무라 다카시 교수(카톨릭대)는 전 아사히 신문 기자로 김학순 위안부 할머니를 인터뷰해 보도함으로써 일본에 위안부 실체를 알려 해직되었는데, 윤동주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일본의 역사수정주의들과 싸우고 있다고 역설했다.

김재홍 문학평론가에 이어 유자효 시인은 “인간에 대한 사랑도, 시대를 슬퍼하지도 못했다는 자의식이 윤동주 시의 ‘부끄러움’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허형만 시인에 이어 유재순 작가는 일본 국어 교과서에 윤동주의 시가 실리는 과정을 주도한 일본 DUFBN시인 이바라기 노리꼬 선생의 공적을 소개하며 이바라기 노리꼬의 대표작 ‘내가 가장 예뻤을 때’를 낭독했다. 이어 서울시인협회의 민문자, 손영란, 조경란, 조은주와 아태문학회 김명자, 재일한국인회 이향숙, 김용진 등 7명이 윤동주의 시를 낭송했다.

 

 

KYOTO

 

도쿄에서 버스를 타고 7시간 여 지나 교토 도시샤 대학에 도착했다. 고풍스러운 붉은 벽돌 건물과 윤동주 시인이 다녔던 예배당 앞에 활짝 핀 도시샤 대학 캠퍼스는 무척 아름다웠다. 학교 안 윤동주 시비 앞에는 앞선 추모객들의 꽃이 가득 쌓여 있었다. 이근배 시인 일행과 만나 도시샤코리아동창회 박희균 회장이 도착한 후 시비 건립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시낭송을 추모식을 했다.

윤동주 시비 바로 옆에는 윤동주가 스승으로 모셨던 정지용 시인의 시비가 있어 함께 참배했다. 버스를 타고 10여 분 정도 간 압천변에 윤동주를 투옥한 시모가모경찰서가 있었다. 경찰서 뒤쪽으로 기찻길이 있어 시인이 감옥소에서 기차 소리를 들으며 시를 썼을것이라 짐작케했다. 인근에 10개월 간 머문 타케다아파트에 들렀는데, 당시 조선 유학생들이 대거 하숙하던 그 곳은 지금 교토조형예술대학 다카하라 분교가 들어서 있었다.

 

 

건물 앞에는 윤동주 시인의 ‘서시’가 새겨진 ‘윤동주유혼지비’가 세워져 있었다. 셋째 날인 18일, 아침 일찍 마트에서 70송이의 국화꽃을 사서 버스에 싣고 우지강으로 향했다. 우지강은 윤동주가 학우들과 마지막 소풍한 곳으로 이곳 우지강 아마가세 다리에서 찍은 사진이 남아있는 윤동주 최후의 사진이라고 한다. 시내에서 40여분 지나니 우지역이 나왔다.

강가 주차장에서 내려 2.3km 를 강을 따라 걸었다. 푸른 산들이 깊숙이 펼쳐지며 맑은 강줄기를 따라 시원한 눈맛과 함께 청정한 공기가 봄기운을 전했다. 강물을 따라 청둥오리떼들이 활발히 노닐며 유유히 이어져 여유롭고 즐거운 마음이 들었다. 아마가세 다리에 당도해 헌화한 후 이청옥 캘리그래퍼의 퍼포먼스와 함께 시낭송으로 시인을 추억했다. 봄이 오는 우지강에 윤동주 시인의 혼이 실려와 우리 마음에도 전해져 오는 듯 했다.

 

임효정 기자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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