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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웠던 3일간의 창작 음악 무대들전 공연 매진으로 성황, 창작 음악에 대한 관심과 열기 고조

 

지난 1월 23일 제8회 <ARKO 한국창작음악제> 양악부문(이하 아창제)을 시작으로 24일,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 최종공연인 <차세대 열전 2016!> 음악(관현악) 부문과 25일, 오페라(음악극) 부문 공연이 성황리에 개최됐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한문위) 주관으로 각기 다른 주제와 공모 및 선정과정을 거쳐 다양한 배경의 작품들이 선보인 각각의 공연들은 인터넷 사전예매 신청이 매진되는 등 뜨거운 관심 속에 진행되었으며 모처럼의 열기에 창작계도 놀라움을 표했다.

8회째를 맞이한 아창제는 한국의 대표적인 창작 음악축제로 완전히 자리매김했다. 특히 대편성 관현악곡을 연주할 기회를 얻기 쉽지 않았던 작곡가들에게도 소중한 행사가 되었고, 또 관객들에게도 서양 고전 작품이 아닌 동시대 우리나라 작곡가들의 작품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동시대 작곡가들의 新창작 열전

제 8회 <ARKO 한국창작음악제> 양악부문

 

벌써 8회째를 맞이한 아창제는 한국의 대표적인 창작 음악축제로 완전히 자리매김했다. 특히 대편성 관현악곡을 연주할 기회를 얻기 쉽지 않았던 작곡가들에게도 소중한 행사가 되었고, 또 관객들에게도 서양 고전 작품이 아닌 동시대 우리나라 작곡가들의 작품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지난해 11월 15일 국악부문 공연에 이어 1월 23일 예술의 전당에서 개최된 양악부문은 공모를 통해 리치천(대만/미국), 정미선, 박성미, 이수은, 한정임, 서홍준의 작곡 작품이 선정되었고 코리안 심포니오케스트라(지휘 임헌정)에 의해 연주되었다.

현재 이화여대 초빙교수로도 재직 중인 대만과 미국의 대표적인 작곡가인 리치천(李志純)의 관현악곡 <창의성(Imagination)>은 인류 문명과 예술발전의 원동력이었던 인간의 상상력을 표현한 작품으로 서사적이거나 서정적 이미지를 그려가는 소리로 대체로 음색적 관현악법을 통해 효과적인 장면묘사에 집중한 듯했다. 음색적으로 표현된 순간순간의 장면 묘사들이 연결되며 서사적으로 흐르는데 극적인 표현에 비해 곡이 너무 짧아 한 참 전개 중에 마무리된듯하여 여운이 아쉽다.

길, 인생, 여정을 테마로 한 정미선의 두 대의 대금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길>은 작곡 기술적으로 관현악법이 매우 균형 있고 세련되었으며 특히 음향대비가 우수했다. 초반의 대금으로 표현된 슬랩 텅(slap tongue)이나 노이즈 같은 주법들은 굳이 대금보다 플루트가 더 효과적이란 생각에 왜 굳이 대금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겼으나, 한국의 전통적인 요소를 표현하는 과정에서 중반부터 이어지는 대금 본연의 색과 현대적 특수주법들 간의 교차와 반복을 통해 작곡가가 이질적인 국악기와 오케스트라 사이의 음향적 균형과 배합에 많은 고민을 하였음을 알 수 있었다.

애국열사들의 삶을 이야기하고자 했던 박정미의 첼로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탄식의 노래 (Song of lament)>는 한 작품 안에 단편적인 서사들이 각기 다른 표현들로 묘사되고 있다. 초반 첼로가 비통함을 표현했다면, 오케스트라는 다양한 음색조합에 소리의 강약의 폭을 키운 굴곡진 표현으로 역동적이다.

중반부 귀에 익은 “새야 새야 파랑새야” 선율을 모티브로 한 부분은 장렬한 죽음에 대한 장엄함이 느껴졌다. 바위에서 물이 나오며 이 물이 점점 커져 강을 이루고 심지어 파도까지 치는 큰물이 되는 것을 상상하였다는 이수은의 관현악을 위한 환상곡 <바위, 샘 그리고 물결>은 한 방향으로 흐르는 전개에 집중하는 듯했다. 각 악기군의 서로 다른 움직임을 유기적 총체로서 큰 틀의 흐름 안에 상반된 개개의 움직임이 부딪치는 느낌이다.

다만 작곡가의 의도대로 역동적 흐름의 긴장감이 불협화 음향이 아닌 음악적 전개로서 효과적이었는가는 의문이며 무엇보다 어색했던 건 곡의 마무리다. 마치 정상에 오르기도 전에 산 중턱에서 작곡가의 체력이 다한 듯이 곡이 맥락 없이 급작스레 마무리된 감이 없지 않다.

한정임의 피아노 협주곡 <아라리> 중 1악장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개최를 기원하는 곡으로 강원도 정선 아리랑을 주제로 활용했다. 주제선율을 바탕으로 짧은 단락 단위의 다양한 변주가 다채롭게 펼쳐진다. 주제선율도 그렇고 음악적 언어의 표현에서도 고전적 형식주의를 따르고 있고 곡 전반도 고전음악사 속 여러 표현양식들이 종합적으로 녹아 있어 이날 연주된 곡들 중 가장 관객들이 친숙해 할 만한 대중적 성격의 음악이다.

올림픽과 민요라는 주제 탓인지 애국적 공익광고 같은 느낌도 들었다. 중국이나 티베트 지역의 불교 교파 중 밀교의 그림 ‘만다라’ (대일여래(大日如來)를 중심으로 부처와 보살을 배치한 그림)을 주제로 “깨달음을 소유한 음악”을 형상화한 서홍준의 관현악을 위한 <만다라>의 초반부는 60년대 전위음악의 신 조류였던 초기 음향음악(Klang Komposition)의 전형이라 식상했다.

그러나 중반부에 들어 좀 더 다채로운 표현들이 발현되었고 각 악기군의 서로 다른 패턴들이 순환적 얽힘을 주고받음과 동시에 투티(tutti)로 모이는 악센트의 강조로 유기적인 음향의 흐름을 엮어내었다. 한 가지 의문은 불교의 그림에 대한 사색으로부터 시작한 깨달음의 과정을 표현하면서 왜 형식적으로는 범패가 아닌 시작과 종지에 집박을 활용한 예악의 형태를 빌려 왔는가 하는 점이다.

 

 

“국악과 양악의 융합” 신진 작곡가들의 무대

섬세한 음향 기술 지원 필요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 <차세대 열전 2016!> 음악부문 최종공연

 

Mosaic Music이라는 타이틀로 24일 롯데 콘서트홀에서 군포 프라임 필하모닉 오키스트라 (지휘 장윤성)가 연주한 <차세대 열전> 음악부문 공연은 특별히 “국악과 양악의 융합”을 주제로 창작된 신진 작곡가들의 무대였다. 윤태규는 국악관현악단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무위(無爲)>를 통해 노장사상을 비롯한 동양 철학 속 자연에 대한 순응과 조화를 사색함과 동시에 동서양 철학의 사이의 탐구한다.

20대의 젊은 나이임에도 고전 철학에 대한 고민과 깊이 있는 소리에 대한 탐구심이 흥미롭다. 악기군의 구성에 따라 악장별 특징을 나누었는데 다소 음향효과에 집중한 측면이 있지만 전통적인 주법을 최대한 절제하고 다양한 특수 주법들을 엮어 자연의 소리를 묘사하고 전개시키는 감각이 돋보인다.

강경묵의 시나위 합주, 타악합주, 관현악을 위한 <삼중협주곡>은 가장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강경묵은 기술적으로 충분히 안정적이 곡을 쓸 수 있는 기본기가 좋은 작곡가임에도 올해로 30세가 되는 젊은 작가답게 성공을 담보할 수 없는 매우 실험적이고 모험적인 도전을 과감히 택했다. 음악에서 창작자와 연주자가 분리되지 않은 사물놀이와 시나위 등을 통해 작곡가가 관여할 수 없는 연주자들의 즉흥적인 창작과정에 흥미를 느꼈다는 작곡가는 지휘를 통해 통제되는 오케스트라와 즉흥성이 적극 반영된 시나위, 타악 합주가 경쟁하는 듯이 다양한 패턴과 음악언어들이 융합되어 나타난다.

그러나 국악기 사용에서 전통적으로 생기는 기술적인 음향문제 등으로 오케스트라와 즉흥연주간의 융합에서 섬세함이나 상호간의 조화를 느끼기 어려워 “조작된 자유로움”이 작곡가의 의도대로 잘 펼쳐지지 못했다. 진도 씻김굿의 사설과 선율을 레퀴엠으로 재해석한 정송희의 <천국의 길>은 앞선 두 곡과 달리 매우 대중적이다. 마치 영화나 게임의 OST 같은 도입도 그렇고 오케스트라와 합창에서 장엄하게 표현하는 선율과 화음의 묘사는 대체로 클리셰(Cliché)가 많다. 정송희 보다는 부분적으로 영화음악의 대가 한스 짐머(Hans Zimmer)의 음악 같다는 느낌도 든다.

그러나 대중적 관점에서는 오케스트레이션도 훌륭하고 가사와 사설에 따른 서정적인 표현도 잘 와 닿는다. 이고은의 시나위를 위한 <돗가비굿>은 전통의 현대적 재해석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 진도 서외리 도깨비굿놀이에 영감을 받은 작가는 굿의 즉흥적 사설과 도깨비 탈춤 등을 차용하는 과정에서 작가의 재해석과 재창조가 무엇인지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단지 시나위의 전통적 어법과 서양음악 어법의 ‘공존’ 이라는 컨셉으로 어떠한 재창조 없이 나란히 두었을 뿐이다. 나라면 도깨비의 모습 (탈과 복장)부터 현대적으로 완전히 새롭게 재창조 하였을 것이고 장단도 새로 조합하고 탈춤의 안무도 새로 하겠다. 이고은의 음악은 전통의 재해석이 아니라 한국전통이 오히려 생소한 한국의 특수한 상황에 기댄 시나위의 아류작일 뿐이라 생각한다.

유일하게 국악기를 사용하지 않은 김민규의 <사이에>는 관점에 따라 “국악과 양악의 융합”이라는 주제에 적합한지 의문이 들 수 있다. 작곡가는 국악에 대한 본인의 무지를 솔직히 인정하고 장단이나, 선율, 시김 등 국악의 표면적인 요소들보다 내면적 미학에 집중하며 악보에 정확히 담을 수 없는 호흡과 제스처(gesture)에 집중했다. 장음과 단음, 악센트의 강조와 스쳐 지나는 순간적 제스처의 대비를 통해 반복되는 리듬감으로 공간을 형성한다. 그렇게 특별한 선율이나 단단한 형식보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음악을 들려주었다.

이날 연주에 대해 짚고 넘어갈 것은 음향장비의 세팅이다. 김민규의 작품을 제외한 다른 작품들에서 국악기 사용으로 인한 음향 불균형을 보완하기 위한 음향장치들이 세팅되었는데, 기술적 음향조율이 너무 불안정해 감상에 심대한 지장을 주었다. 이는 리허설 과정에서 음향세팅이 충분히 점검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좋은 홀을 빌려놓고 세심하지 못한 음향세팅으로 인해 작곡가들이 열정적으로 준비한 작품이 망가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같은 창작자 입장에서 매우 참혹한 심정이다.

 

 

열악한 여건에도 의미 있는 결과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 <차세대 열전 2016!> 오페라 부문 최종공연

 

앞선 음악(관현악)공연과 더불어 연극, 무용, 오페라 부문이 있는 <차세대 열전>은 한문위에서 젊은 신진예술가를 육성하고 지원하기 위해 추진하는 역점사업 중 하나다. 그중에서 가장 하이라이트는 역시 그 모든 분야가 집약된 종합예술인 오페라일 것이다. 25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는 오페라 <햄릿>(작곡·극작 공혜린)과 <빨간 구두>(작곡·극작 전예은)가 연이어 무대에 올랐다.

이번 공연이 특이한 것은 전문 극작가 없이 작곡가가 각 작품의 대본을 직접 썼다는 점이다. 전통 오페라에 비해 분량도 짧고 형식적으로 오페라보다는 뮤지컬의 형태를 보이고 있기는 하나 넓은 의미의 “음악극”으로서 이해하고 지원 사업을 바라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어쨌든 대본까지 직접 도맡아 창작해야 했던 작곡가들의 부담은 적지 않았을 것이다.

셰익스피어가 쓴 4대 비극 중 하나라는 희곡 “햄릿”을 각색한 공혜린 작곡가의 1시간 분량의 음악극 <햄릿>은 내용적인 면에서는 원작에 충실한 편이다. 연극적인 측면에서는 속도감 있는 전개 탓에 대사를 통한 내면의 묘사와 풍자적 요소들은 잘 부각되지 않는다. 그러나 음악을 통한 긴장감 있는 울림과 선율 묘사 등으로 빠르게 전개되는 과정에서 생략된 인물들의 심리와 갈등을 함축적이고 상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또 속도감 있는 전개를 관객이 따라가기 위해 자막을 활용한 연출은 매우 효율적이었다. 다만 주인공이 미쳐가는 과정의 음악의 묘사에서 극적 긴장이 많이 부족했다. 전예은의 <빨간구두>는 반투명 막 커튼과 의자를 활용한 무대 세팅에 무용과 연극적 요소까지 아우른 연출이 화려하다. 무엇보다 원작을 각색한 것이 아닌 새롭게 창작된 극의 전개가 흥미롭다.

해당 작품은 가난하지만 아름다운 한 소녀가 어느 날 빨간 구두를 얻게 되고 그 신을 신고 멈출 수 없는 춤을 추다가 결국에 다리를 잘라내고 경건한 삶을 살게 된다는 동화 <빨간 구두>가 아닌 그 이후의 이야기를 상상한 것이다. 원작 속 마을에서 쫓겨난 마담 슈즈가 20년 후 마을로 돌아와 복수하는 내용이 원작을 모르는 사람에게도 흥미롭다.

이야기는 개성이 없는 ‘색채 없는 마을’에 화려한 빨간 옷의 마담이 들어오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동화적인 상상들이 투명막 커튼에 비치는 빛의 연출과 배우들의 춤과 안무 등으로 펼쳐진다. 빨간색으로 상징되는 욕망과 무채색으로 상징되는 경건함 및 목사의 권위가 색감의 대비를 통해 나타나고 음악에서도 상징성 있는 고전 작품의 차용으로 인물의 심리를 묘사한다. 작곡가 전예은의 동화적 상상력은 극작가로서도 전혀 손색없다.

사실 이번 창작아카데미는 사업과정에서 잡음이 많았고 특히 오랜 기간 세심히 준비할 것이 많은 오페라의 경우 제한된 짧은 기간 안에 작곡가들이 극본도 직접 써야 할 만큼 열악한 조건 속에 이루어진 것이다. 게다가 신진 작곡가로서 음악극에 처음 도전한 것임에도 그 결과물은 기존 기성 오페라나 뮤지컬 단체의 창작 음악극에 비추어도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촉박한 시간과 제한 조건 안에서도 좋은 작품을 완성한 두 작곡가의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주제 한정 아닌, 다양성 열어두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

 

지난 3일간의 한문위 주관의 공연들을 관람하며 느낀 것은 주제나 소재가 대체로 비슷하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아창제 공모의 경우 한국적 정서를 표현한 작품을 우대한다는 조항이 있고, 차세대 열전 음악부문은 아예 “국악과 서양음악의 융합” 주제가 정해졌다.

오페라 부분도 지금까지의 지원 사업들이 고전의 재해석과 한국 전통 신화 등에 치중되어 있다. 순수예술에 국가기금을 지원하는 이유는 실험성이 강하고 도발적인 작품일수록 대중적 흥행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지원책은 대부분 공공성을 앞세워 대중적 정서와 적합한 작품들에 지원이 치중되고 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존재했던 박근혜 정부는 품격 있고 고상한 작품만 지원하고 싶었는지 모르겠지만, 예술가들의 창작욕구와 상상력은 매우 다양하고 무궁무진하다. 진정 문화융성을 원한다며 보다 더 열린 주제의 지원 사업들을 구상할 필요가 있겠다. 때에 따라 주제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류창순 객원기자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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