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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사이 긍정적 에너지_ pianist 양성원감동을 전달할 수 있는 따뜻함, 긍정적 에너지로 휘몰아치는 강렬함으로 청중과 자유롭게 음악세계를 공유하고 싶다

 

독일 베를린 챔버 오케스트라(DKO, Deutsches Kammerorchester Berlin)와 전국 투어 공연을 마친 피아니스트 양성원을 예술의전당에서 만났다. 투어 콘서트는 포은아트홀(3.21)을 시작으로 울주문화예술회관(3.22), 밀양아리랑아트센터(3.23) 등 지방 공연을 거쳐 지난 3월 24일 서울 롯데콘서트홀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3.25)에서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는데, DKO의 섬세하고 리드미컬한 연주와 함께 특히 피아니스트 양성원의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협주곡’은 맑고 영롱한 음색과 파워풀한 테크닉으로 관객들의 박수 갈채를 받았다. 객석에서는 이 날 연주에 대해 “피아노 음 하나하나 멜로디 선율을 따라 강약을 조절하며 사운드를 주도하고 하이라이트에서는 트럼펫이 적재적소에 강렬한 사운드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 최근 독일 베를린 챔버오케스트라와 전국 투어 공연하며 박수를 받았는데, 어떤 인연으로 함께 연주하게 됐나요?

3, 4년 전 제 독주회를 본 공연기획사에서 프로포즈가 있었고, 그 후 여러 프로젝트를 추진했는데, 이번 베를린 챔버오케스트라와의 만남은 1~2년 전 함께하기로 결정되었고 그간 꾸준히 소통해왔다.

 

- 성황리에 연주를 마친 소감은?

롯데콘서트홀,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비롯한 5개 도시 투어일정이었다. 도시마다 새로운 공기와 꽉 채워진 홀에서 느껴지는 열기. 청중들의 뜨거운 환호와 박수소리로 더 큰 에너지를 받은 것 같다. 이어지는 연주일정을 마치고도 며칠간은 피곤함을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특히 이번 콘서트에서 쇼스타코비치 곡을 선정해 주목받았는데, 선곡한 이유는?

‘Shostakovich Piano Concerto No.1 in c minor, Op.35’ 는 피아니스트의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빠른 기교, 뛰어난 서정성과 해학이 함께 어우러진 극적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곡이다. 톡 쏘는 듯한 신랄함, 비극과 풍자, 심오함과 가벼움, 고전적인 요소들을 향한 의식적인 도전 등 상반되는 요소들이 쇼스타코비치만의 파격적인 수법들로 공존한다. 하지만 이 매력적인 곡은, 사실 국내무대에서 실연으로 자주 접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라, 꼭 이번 기회에 나만의 감성으로 청중들에게 선보이고 싶었다. 연주 직후 청중들의 뜨거운 반응에 감사했다. 결과적으로 곡 선정도 좋았고, 잘 표현된 것 같아 기뻤다. 베를린 챔버오케스트라 역시 탁월한 선택이라며 함께 호흡을 맞추며 연주하는 것에 대한 기쁨을 전했다.

 

가장 자신 있는 곡이라면? 평소 즐겨 연주하는 곡을 꼽는다면?

많은 곡들이 있지만, 이번 공연 앵콜곡으로 연주한 쇼팽 ‘녹턴 c Sharp minor, Op. Posth’가 평소 즐겨 연주하는 곡이다. 쇼팽의 녹턴 중 유작으로 가장 내성적이면서 순수하고 동시에 주관적이다. 독특한 아름다움과 섬세한 분위기는 가을의 달빛에 정화되는 기분이다.

 

 

- 연주자의 길로 접어든 계기가 있었는지? 어릴 때부터 피아니스트가 꿈이었는지?

“피아노는 내 운명” 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음악 애호가인 아버지와 성악을 전공한 어머니의 영향으로 일찍부터 음악적인 분위기 속에서 성장했다. 5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피아노에 입문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영향이 컸다. 지도하신 선생님들께서 이구동성으로 성장속도가 무척 빠르고 음악을 대하는 집중력이 남다르다는 평을 해주셨다. 그에 부응하듯 각종 콩쿠르에서 수상도 많이 했다. 하지만 일찍부터 피아니스트로 키워지기 위해 차근차근 계획된 단계를 밟지는 못했다. 어린 시절부터 언어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 영어 스피치대회에서 1등을 도맡아 했다. 당시 예고와 외고를 놓고 고민을 많이 했다.

“주위에서 서울예고를 권유했고 나 역시 피아노가 더 다가왔다. 하지만 예고를 가기 위해서는 미리 준비를 많이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짧은 기간 집중 레슨을 받았다. 그래도 운이 좋았는지 합격을 하고 그제야 체계적인 전공의 길로 접어들었다.”

“부모님은 자녀들의 꿈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으셨다. ‘너의 인생은 너의 것이고 네가 만들어 가야한다’고 하셨다.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선택에 대한 자율성을 주고 싶으셨던 것 같다. 어머님은 결혼 하고 우리를 낳고 유학을 떠나신 경우라 당신 공부에 바쁘셨다. 어머니가 그랬듯 당신 자식들도 스스로 길을 찾아가기를 바라셨다.

어릴 때는 나도 그게 궁금했다. 주위를 둘러보면 자식을 위해 지나칠 만큼이나 열성적인 부모님들이 많았다. 부러울 만큼. 그래서 왜 나는 그렇게 키우지 않으셨냐고 다소 서운한 마음에 여쭤 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방임형 교육이 오히려 덕이 된 것 같다. 어떤 갈림길에서든 스스로 선택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믿는 지금의 내 삶의 철학이 부모님의 교육철학에서 온 것 같다. 감사하다.”

양성원은 다방면에 재능이 있어 학교 공부와 음악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끼’를 발산했다. 초중학교 때 방송반과 방송국에서 학생기자로 뛰었고, 대학 재학 시절에는 교내방송국 아나운서로 활동하기도 했다. 사실 이 시기까지만 해도 그녀는 진로 선택의 여지를 다양하게 열어두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늘 선택은 피아노로 귀결됐다.

피아니스트로 굳어진 것은 대학교 2학년 때인 2002년 겨울이었다고 말한다. 오스트리아에 머물던 시기에 담당 교수의 권유로 오스트리아 국제 청소년 콩쿠르에 출전했는데 1등을 수상하고 하고 나니 성취감은 더욱 컸다. 준비 부족에도 1등을 한 비결에 대해 양성원은 집중력이라고 말했다.

“집중력이었던 것 같다. 주어진 것에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기질이 이때도 발현됐다. 쉬지 않고 계속 피아노를 친다는 것이 어떤 말인지 제대로 알만큼 종일 집중해서 피아노만 쳤다. 그랬더니 1등의 영광이 주어졌다.”

이후 독일 유학을 결심하게 됐다.

“1등 수상자에게는 그 다음해 유명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수 있는 기회가 부상으로 주어졌다. 그때 체코에서 협연을 한 후 한동안 유럽에 머물며 유학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 ‘어디론가 다른 길을 둘러볼 틈을 주지 않고 이미 정해진 듯 음악의 길로 이끄는 데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이것이 나의 길이구나’ 하는 운명을 느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라면?

모든 무대가 소중하고 기억에 남는다. 그 중 꼽자면, 최근에 연주한 베를린 챔버오케스트와의 협연 투어. 롯데콘서트홀,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비롯한 5개 도시 투어일정이었다. 멋진 연주홀들, 많은 청중과 함께할 수 있다는 설렘과 동시에 연속되는 연주 일정으로 컨디션을 잘 유지하는 것에도 신경이 쓰였다. 또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협주곡 1번, Op.35 는 이번이 첫 연주였기에 음악적 방향과 해석을 위해 어느 때 보다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했다. 연습하는 매 순간순간 몰입했던 날들이었다. 그렇기에 더 많이 기억에 남고 스스로, 또 청중과의 소통에도 큰 만족감으로 다가온 감사한 순간이었다.

또 하나는 작년 10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가졌던 위쉐펑이 지휘한 하얼빈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이었다. 한중 수교 25주년이었지만 사드 문제로 정치적으로 어려운 시기였고 무산될 위기까지 갔었다. 하지만 많은 관심과 성황리에 공연을 잘 마칠 수 있었고, 그날의 화해의 분위기가 문화교류의 작은 물꼬를 트는 데에 또 하나의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도 중국 무대에 초청받는 기회로 이어지게 되어 의미가 크다.

연주하면서 만족감과 행복을 느낄 때는?

 

무대에 서는 매순간 행복하다. 고독함과 한계에 대한 도전, 피아노와 웃다가 울다가 끊임없이 고민했던 순간이 빛을 발하는 기분이다. 연주 준비는 열정과 절제를 끊임없이 갈고 닦는 인내의 과정이다. 그 과정을 겪으면서도 무대에서 음악으로 청중과 자유롭게 소통할 때, 연주 후 환호와 박수 소리가 들려오면 그간의 노력이 더욱더 가치 있게 다가온다.

 

- 2011년부터 피아니스트 양성원의 ‘냉정과 열정사이’ 라는 타이틀로 꾸준히 해오고 있는 시리즈가 인기 있는데?

 

어느 시대의 작품이든 그 안에는 사연과 역사가 있고, 그 속의 냉정과 열정은 언제나 공존하는 것 같다. 그 간극과 에너지의 낙차를 조절하고 표현하는 것이야말로 매력적이고 끊임없이 연구해야하는 점이라고 생각했다. 그 특징들을 대표하는 온도와 서정을 ‘냉정과 열정사이’라는 제목으로 표현했다. 독일 유학시절이던 2011년에 기획하여 시작하였고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셨다. 주로 격년제로 진행하고 있으며, 2013년부터는 매진 사례를 이어가며 공연 때마다 3~4개 도시에서 초청을 받아 진행하고 있다. 바로크·고전·낭만을 거쳐 현대에 이르는 다채로운 시대별 프로그램을 다루며, 이해를 높이고자 장일범의 해설도 곁들였다. 향후 직접 해설도 겸하고, 독주뿐만 아니라 앙상블도 함께 기획해 폭넓은 구성을 준비할 예정이다. 깊이 있는 곡과 함께 친숙한 곡을 곁들일 때 고려해야 하는 균형감을 찾는 것도 늘 고민이다. 대중성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때 관객과 진하게 소통하는 것 같다.

 

좋아하는, 혹은 존경하는 연주자가 있는지?

연주자마다 각기 다른 색깔이 있기에. 굳이 한명을 꼽자면, 그리고리 소콜로프.

독일 유학시절, 수줍게 등장해서는 완벽에 가까운 연주를 풀어놓는 그의 연주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완벽주의 성격과 은둔자적인 성향, 뭔가 모를 차가운 느낌의 연주에 따뜻함이 느껴진다.

어떤 연주자가 되고 싶은지?

단 한 음을 내더라도 의미 있는 울림이고 싶다. 진솔하고 진정성 있는 연주를 위해 인간적으로 또 학문적으로도 끊임없이 성찰과 연구를 이어갈 것이다. 피아노라는 악기를 통해 감정의 움직임, 예술적 생각과 음악적 상상을 끌어낼 수 있는 연주를 선사하고 싶다. 잔잔한 감동을 전달할 수 있는 따뜻함, 긍정적 에너지로 휘몰아치는 강렬함으로 청중과 자유롭게 음악세계를 공유하고 싶다.

 

올해 연주 계획은?

작년 5개 도시 투어에 이어 올해는 5월 24일 노원어울림극장 ‘냉정과 열정사이’ 리사이틀, 10월 19일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줄리안 코바체프 지휘로 대구시립교향악단과 협연이 예정되어있다.

 

임효정 기자 사진 조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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