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 행악과 보허자 제작발표회_보허자 연주모습_2월 25일 국립국악원 정악단 연습실에서 <행악과 보허자-하늘과 땅의 걸음> 제작발표회에서 정악단원들이 보허자 연주 모습을 시연하고 있다.

조선시대 왕실의 행차 음악으로 임금님의 행차 여정에 따른 행악과 보허자를 재현하는 무대가 열린다.

국립국악원(원장 직무대행 강대금) 정악단(예술감독 이건회)은 정기공연으로 <‘행악과 보허자 - 하늘과 땅의 걸음’>을 3월 13일(목)과 14일(금) 양일간 무대에 올리고, 실제 왕이 궁을 나서고 돌아오는 과정을 다채로운 연주를 통해 재현한다.

왕실의 행차나 관찰사, 사신 등의 행렬에서 연주한 ‘행악’을 중심으로 한 무대를 선보이며, 특히 창사(唱詞)가 없는 보허자 3장을 500여 편의 한시(漢詩)를 입력한 AI 기술로 노랫말을 새로 지어 70여 명 가객의 합창으로 큰 울림을 전한다.

국립국악원 정악단 _행악과 보허자 연주 모습

'행악(行樂)이란 어가행렬에서 악대가 연주하는 음악이다. 궁중 행사를 거행하기 위해 임금이 행차할 때 수행하던 악대가 연주했던 음악을 일컫는다. 궁궐 안에서 왕이 이동할 경우와 궁궐 밖에 위치한 장거리 장소에 거둥할 때, 악대의 종류가 달라졌으며 악대의 성격에 따라 악곡도 변화됐다.

조선시대 왕실의 행차 음악은 행차의 여정에 따라 궁을 나서며 연주하는 ‘출궁악’, 행차 중 연주하는 ‘행악’, 그리고 궁으로 돌아오며 연주하는 ‘환궁악’, 환궁 이후 베푸는 연향에서 연주하는 ‘연례악’- 보허자로 구성된다. 

정악단은 이번 공연에서 위 과정을 궁중음악의 연주를 통해 재현하는데, 음악적으로 보다 다채롭고 풍성하게 구성하고 극적인 전개와 무대 연출 요소를 더해, 품격 있는 정악 공연 레퍼토리를 넓히는데 주력했다.

기사진표리진찬의궤, 등가도: 이 그림에는 악대가 정방형으로 구성돼 있으나 다른 의궤에서는 2열로 길게 늘어선 형태의 배열이 대부분이다 _영국국립도서관 소장

행악과 보허자_대취타 연주 모습

전통 그대로의 멋을 살린 출궁악 ‘여민락만’과 환궁악 ‘여민락령’’

관악 위주의 행악에 현악 편성과 ‘운라’를 더해 품격을 높인 ‘취타’와 ‘대취타’

공연의 첫 시작을 알리는 출궁악에서는 ‘여민락만’을, 행차 이후 궁으로 돌아오는 환궁악에서는 ‘여민락령’을 전통 그대로의 방식으로 연주해 아정하고 기품 있는 궁중음악의 매력을 전한다. 왕실의 행차 도중 연주하는 행악에서는 ‘취타’와 ‘대취타’를 선보인다. 이번 공연에서는 일반적으로 관악기 위주로 연주하는 ‘취타’에 정악단의 거문고 고보석 수석과 가야금 이명화 수석이 구성한 현악기 편성을 더해 행악의 구성을 다채롭게 꾸미고 품격을 높였다.

또한 음높이가 다른 작은 징 10개를 나무틀에 매달고 채로 쳐서 연주하는 악기인 ‘운라’는 취타 연주에만 간혹 편성되곤 하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대취타와 취타 두 곡에 모두 편성해 새로움을 더했다.

아울러 대취타의 연주는 주로 무령지곡 등 일부 악곡만 연주하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부속곡 전곡을 연주해 행악의 정수를 전한다.

창사(唱詞)가 없는 보허자 3장, 500여 편의 한시(漢詩) 입력한 AI 기술로 새로 지어

새로운 노랫말, 공연 무대에서 70여명 가객의 합창으로 큰 울림

공연의 마지막 무대를 장식하는 ‘보허자’는 궁중연례악으로 연주된 곡으로, 고려시대에 송나라에서 들어온 사악(가사노래)으로부터 유래한 궁중음악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환궁 후 베푼 연례악으로 연주한다. 현재 총 3장 구성으로 연주하는 보허자는 1장과 2장에는 노랫말인 창사(唱詞)가 전해지지만 3장에는 노랫말이 기록되어 있지 않아 선율만 전해진다.

아트플랫폼 유연 대표가 AI기술을 통한 창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악단은 연례악의 화려하고 웅장한 멋을 전하기 위해 3장에는 없는 창사를 아트플랫폼 유연, 동양음악연구소, 포항공대 초학제 국악연구독립연구단과 함께 AI 기술을 통해 창작하기로 하고, 효명세자의 한시 400편을 학습시키고, 정약용과 김정희의 한시 100여 편을 대조군으로 설정해 새로운 창사를 지었다.

공연에 쓰일 새로운 창사는 서울대 국문학과 이종묵 교수의 자문과 정악단의 음악적인 검토를 통해 최종 선정해 실제 무대에서는 70여명의 가객이 함께 합창해 공연의 마지막을 화려하고 웅장하게 장식한다.

김충한 무용단 예술감독이 2월 2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감독은 "공연이 끊기지 않고 드라마적 요소를 갖도록 했다. 관객들이 공연을 보며 우리가 바라는 군주는 어떤 모습일지 자연스럽게 생각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연출적 요소를 더한 극적 구성으로 몰입도 높여

관객들의 이해와 흥미를 높이기 위한 연출적인 요소도 더해졌다. 연출을 맡은 김충한 국립국악원 무용단 예술감독은 왕의 역할을 맡은 무용수를 무대에 올려 행차의 과정을 시각적으로 연출하고 음악의 전개를 이끌어 ‘행악’의 사실감과 연주의 몰입도를 높일 예정이다.

이건회 정악단 예술감독이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건회 정악단 예술감독은 “과거에 머물러 있는 궁중음악의 소중한 자원들을 이 시대 기술과 색다른 연출적 요소를 접목시켜, 이 시대 관객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품격 있는 정악 공연 레퍼토리를 넓혀보고자 이번 공연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https://www.gugak.go.kr/site/program/performance/detail?menuid=001001001001&performance_id=34097

국립국악원 정악단 정기공연 ‘행악과 보허자 - 하늘과 땅의 걸음’은 오는 3월 13일(목)과 14일(금) 저녁 7시 30분,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선보이며, 국립국악원 누리집(www.gugak.go.kr)과 전화(02-580-3300)로 예매 가능하다. S석 3만원, A석 2만원, B석 1만원

이수민 기자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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