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ART 전시
인공지능(AI) '보이스', 청각적 풍경 연출_필립 파레노 <보이스 VOICES>리움미술관 개관 20주년, 필립 파레노 <보이스 VOICES>展
Philippe Parreno(2)_리움미술관 제공_사진 김제원_Photo Studio_kim_je_won

 

 

“떠다니는 목소리들이 주의를 사로잡는 어떤 기능을 합니다. 객체들이 목소리를 갖게 되는 순간, 그것들은 일종의 객체란 대상이 아니라 세계의 일부를 이루는 주체가 됩니다. 그래서 우리로부터 더 이상  불리는 것이 아니라 이 세계의 일부가 되는 것, 그것에 저는 관심이 있습니다.”

                                                                         "

지난 2월 26일, 리움미술관 개관 20주년 기념전 필립 파리노 개인전 <보이스>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작가 필립 파레노가 전시 타이틀 ‘보이스’에 대해 설명했다.

 

알록달록 형형색색의 부유하는 물고기 풍선들이 전시장을 하나의 거대한 어항으로 만들고,

녹아 내리는 눈사람 옆에 놓인 피아노 위로 황금빛 가루가 쏟아져 내린다. 곳곳에 설치된 사운드 기구들에서는 알 수 없는 소리(보이스)가 웅웅 거리며 높은 창 너머 스며드는 빛에 의해 공간 전체가 오렌지빛으로 물들면 리움미술관 M2 B1전시장은 순간, 상상과 현실이 중첩된 몽환적인 분위기로 바뀐다. 창 밖 풍경과 어우러진 햇빛은 낮 시간과 해질 무렵 석양의 빛의 변화에 따라 시시각각 다른 공간을 연출한다. 

현대미술계의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필립 파레노(Philippe Parreno, 1964)의 대규모 개인전 <보이스 VOICE>가 국내 최초로 한남동 리움미술관에서 열렸다. 리움미술관은 개관 20주년을 맞아 현대미술의 최전선에 있는 필립 파레노의 90년대 초기작부터 신작까지 포괄하는 서베이 전시를 7월 7일까지 개최한다. 프랑스 출신 현대 예술가이자 영화감독으로 파레노의 작품은 비디오, 사운드, 조명, 설치미술,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특색 있는 예술적 경험을 제공한다. 

전시장에는 신작 야외 설치 대형 타워 <막(膜)>(2024), <∂A>(2024) *델타 에이, <움직이는 조명등>(2024)을 비롯 <차양> 연작(2014-2023), <마릴린>(2012) 등 총 40여점이 설치됐다.

막(膜), 2024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탐구하는 파레노의 설치 작업은 관람자의 경험에 따라 변화하거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하는 요소를 포함함으로써 관객은 작품과의 상호작용으로 시간과 공간의 상대성을 경험할 수 있다. 리움미술관의 이번 전시는 전시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설치 작품으로 구현해 시간의 인식과 경험, 실재와 가상, 관객과 예술의 상호작용을 탐구한다.

 

필립 파레노가 기자간담회에서 전시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_ⓒ THE MOVE

작가는 전시의 외부환경에 센서를 항상 배치했다고 말한다.

“이를 테면, 그것이 마이크가 될 수도 있고, 야외에 오픈된 작품(<막>)은 기상 측정도구 같은 것이 될 수도 있고, 데이터가 작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시장 안에 있는 시간성을 지닌 사물들에게 정보가 필요한데, 그 정보를 알고리즘과 같은 것을 통해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외부세계에 쏘는 데이터를 활용하고 싶었다.”고 설명한다.

또한, “미술관이란 곳은 항상 닫혀있는 공간이라 생각한다. 센서를 통해 만들어진 캐릭터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많은 것들을 예민하게 느끼는 감각이 작용한다.”며, "관람자들은 자유롭게 제각각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 전시 또한 결국은 사라지고 말 것"이지만, "공간별로 매순간 색상이 주는 느낌이 다르다"는 점, 또한 시간성과 공간감을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한다.

 ‘보이스’ 라는 공통 주제와 핵심 작품을 공유하며, 세계 여러 뮤지엄과 각 기관에서 다른 전시를 펼치는  이란성 쌍둥이 전시 모델을 제안하는 작가는 독일 뮌헨의 데어 쿤스트와 국제적 협력을 도모했다. 리움미술관의 야외 데크에서 대형 신작 <막(膜)>(2024)을 시작으로, 그라운드갤러리와 블랙박스, M2 B1, 1층, 로비에서 <차양> 연작(2014-2023), <내 방은 또 다른 어항>(2022), <마릴린>(2012), <세상 밖 어디든>(2000) 등을 포함한 조각, 설치, 영상 등 총 4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필립 파레노는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이 둘이 결합되는 영역을 탐구한다. 작가는 예술 작품과 전시를 대하는 방식을 실험하면서 시간과 기억, 인식과 경험, 관객과 작품의 관계를 고민하고, 개별 작품을 집결해 선보이는 자리가 아닌 통합적인 경험의 장으로 전시를 제안하며, 사진, 그래픽 포스터, 조각, 영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여 사건의 순서와 연동되는 거대한 무대 환경을 만든다.

 

보이스, 전시 전경

전시 제목 《보이스(VOICES)》는 하나의 목소리가 아닌 ‘다수의 목소리’다. ‘다수의 목소리’는 작가의 작업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핵심 요소이며 작품과 전시의 서사를 만들어 내는 목소리(들)인데, 인공지능 ‘델타 에이’로 발현된다.

 이 목소리(들)은 대상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발화하는 주체로 변신한다. ‘다수의 목소리’는 각기 다른 시공간에서 탄생한 다층적 의미가 담긴 다수의 작품이다. 전시 《보이스(VOICES)》는 이 ‘다수의 목소리’를 하나의 공간으로 집결시키며 주체적 대상으로 재탄생시킨다.

 

인공지능 배두나의 목소리 델타 에이 전시 전경

 

 배우 배두나와 협업으로 탄생한 인공지능 배두나의 목소리는 ‘델타 에이<∂A>(2024)’라 불리는 가상의 목소리로 애니메이션 여성 캐릭터의 형상으로 말한다. 델타 에이는 미술관 야외 데크에 설치된 또다른 인지력을 가진 인공지능 ‘<막(膜)>’과 교신하며 발화하는 주체로 변신한다.

 

 

내 방은 또 다른 어항 (2022), 전시 전경

내 방은 또 다른 어항, 2022/ 헬륨, 마일라 풍선, 가변크기, 작가 및 글래드스톤 갤러리 제공 ©필립 파레노
사진제공: 리움미술관 사진: 홍철기

파레노는 대안이 될 수 있는 가상 세계와 존재 상태에 대한 공간을 새롭게 구축해 왔다. 다양한 물고기 종으로 전시장을 유영하는 <내 방은 또 다른 어항>은 우연에 맡겨진 사물과 환경을 구성하는 조건이 인간의 행동과 시간의 흐름에 대한 인식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방식을 탐구한다. 
영어에서 어항을 뜻하는 ‘Fish Bowl’은 관찰의 대상을 지칭하는 은유적인 표현이기도 하여, 제한된 공간 안에 갇혀 인간에게 끊임없이 관찰 당하는 어항 속 물고기들의 관점을 드러낸다. 이곳에 부유하는 물고기들은 전시장 안에 들어선 관람객들의 관점을 전복시키므로, 인간은 더 이상 관찰자가 아닌, 물고기처럼 관조 대상이 된다.

 

 

 

ⓒ THE MOVE

 

필립 파레노 작품세계의 중요한 주제가 되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조종되는 것과 조종하는 것’, ‘실존하는 것과 허상’ 간에 유사 인간의 시선과 장소에 대한 기억 속 재현 등이 표출되는 전시는 M2 지하 1층 전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일그러지고 더러워진 〈리얼리티 파크의 눈사람〉(1995-2023), 부유하는 물고기의 〈내 방은 또 다른 어항〉(2022) 그리고 태양이 사라지고 멸망한 지구의 해질 무렵 석양 빛으로 영원히 물든 상태를 시각화한 설치작품 〈석양빛 만(灣)가브리엘 타드지저 인간미래 역사의 단편〉(2002) 등의 작품이 공간 전체를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의 분위기로 전환시킨다.

전시 전경 _ⓒ THE MOVE

 

이밖에 미술관 로비의 대형 스크린에 두 영상 <대낮의 올빼미>(2020-2023), <일광반사경>(2023)을 비롯해 영화관으로 변신한 블랙박스에는 <최초의 차양>(2016, <마릴린>(2012), 고야의 <귀머거리의 집>(2021) 등과 키네틱 공간으로 변신한 그라운드갤러리에서는 ‘섬광’을 인식하며 ‘찰나’를 경험할 수 있다. 

차양 연작_전시 전경_리움미술관
차양 연작 전시 전경_ⓒ THE MOVE
차양 연작 전시 전경_ⓒ THE MOVE

<차양>연작(2014-2023)은  데이터와 디지털 멀티플렉스 기술과 연동된 사이키델릭한 풍경과 안무를 연출하고 벽을 따라 <깜박이는 불빛 56개>(2013), <움직이는 벽>(2024) 등이 펼쳐진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하는 광학적 효과를 만들어 공간을 왜곡시키며 관람자의 경험을 변화시킨다.

 

 

기자간담회, 통역, 김성원 부관장, 필립 파레노 (왼쪽부터)

 

 

현대미술은 단순히 보는 것에서 나아가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관람객과의 인터랙티브한 소통을 지향한다. 필립 파레노의 작품은 관객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시간과 공간의 상대성을 경험할 수 있게 한다. 미스테리한 분위기나 상상력이 풍부한 요소를 통해 꿈과 현실 사이의 경계를 탐구하며 관객들에게 새로운 상상력을 자극한다. 파레노의 독특하고 혁신적인 예술경험으로 세계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도모해볼 수 있지 않을까?

 

2.28(수)-7.7(일) 리움미술관

 

 

Philippe Parreno(1)_리움미술관 제공_사진 김제원_Photo Studio_kim_je_won

Philippe Parreno

필립 파레노(1964년생, 프랑스에서 거주 및 활동)는 시간과 기억, 인식과 경험, 관객과 예술의 관계에 주목하면서, 데이터 연동과 인공지능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해 예술작품과 전시 경험을 재정의하는 유기적인 방식을 탐구한다.

파레노는 여러 전문가들과의 협업으로 영상, 사진, 조각, 드로잉 등 다양한 매체와 전시 형식에 주목한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Philippe Parreno》(부르스 드 코메르스, 파리, 프랑스, 2021), 《Echo》(뉴욕현대미술관(MoMA), 뉴욕, 미국, 2019), 《Looking back on a Future》(마틴-그로피우스 바우, 베를린, 독일, 2018), 《ANYWHEN》(테이트모던, 런던, 영국, 2016), 《H {N}Y PN(Y) OSIS: Philippe Parrno》(파크 에비뉴 아모리, 뉴욕, 미국, 2015), 《Anywhere, Anywhere Out of the World》(팔레 드 도쿄, 파리, 프랑스, 2013), 《Philippe Parrno》(바이엘러 미술관, 바젤, 스위스, 2012) 등이 있다.

필립 파레노는 베니스 비엔날레(이탈리아, 1993, 1995, 2003, 2007, 2009, 2011, 2015), 리옹 비엔날레(1991, 1997, 2003, 2005), 멘체스터 국제 페스티벌 등에 참여했다. 필립 파레노의 작품은 퐁피두센터, 루마 아를, 21세기 가나자와 미술관, 파리 근현대미술관,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 MoMA), 구겐하임미술관, 뉴욕현대미술관(MoMA), 테이트 모던, 아이리쉬미술관, 반아베미술관, 와타리현대미술관, 워커아트센터 등에 소장됐다.

 

Philippe Parreno(3)_리움미술관 제공_사진 김제원_Photo Studio_kim_je_won

사진 제공_리움미술관

임효정 기자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월간 더무브 THE MOVE,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임효정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