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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그대에게, 공대생의 가슴을 울린 시 강의』정재찬, Humanist, 2016년

 

시란 사악함이 없는 것이다.

 

한양대학교 설립자로 알려진 작곡가 김연준은 지난세월 감옥에 다녀와서 가곡 <청산에 살리라>를 작곡하였다고 한다. 감옥에 다녀온 이라면 알겠지만 지금 우리가 일상에서 이동의 자유를 누린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감옥 안은 밖의 모든 것이 그립다. 푸른 하늘도 그립고, 하다못해 라면 한 그릇이 그립기도 하다. 하여 김연준은 청산에 의구하고 싶었을 것이다. 고금을 막론하고 명시는 명곡을 낳았다. 인간은 감정이 복받치면 시를 쓰고 싶었고 작곡가는 그 시에 곡을 부치고 싶은 본능이 우리 인류에게 부여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라가 시끄러운 요즘, 특히 문화예술계는 한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릴지도 모른다. 누구는 예술적 행위로, 누구는 글로서 시대를 비판하고 저항할 것이다.

시인 윤동주는 힘없는 식민지의 청년으로 우울한 현실을 비관하면서도 희망을 노래하였다. 김수영도 시대를 비판하였고, 친일작가들도 시와 글로 제국을 찬양하며, 식민지 청년에게 성전에 동참하라고 나불거렸다.

공자는 시를 가리켜 “사악함이 없는 것”이라고 정의하였다.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말이다. 시란 자고로 사물 또는 현상을 보고 시인의 진심어린 마음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것이 악하든, 선하든 간에- 그렇다면 시 그자체로는 사악함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속에 모두가 갈망하는 보편적 미학을 담고 있기에 우리는 비록 시를 쓰지는 못해도 읽고 감동하고 때로는 행복과 때로는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학교에서 시에 대한 가장 많은 학습을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시를 멀리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작가의 삶과 사상은 무엇인지, 시적단어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파란펜으로 빨간펜으로 형형색색 형광펜으로 칠하고 또 덧칠하며 국어선생이 불러주는 대로 꼼꼼히 주를 달아야만 했다.

정작 낭만시, 서사시, 산문시, 운문시 한편 습작할 기회도 가져보지 못한 채 말이다. 하다못해 아름다운 시 한편 암송하는 시간을 가져본 적도 없다. 그렇다 우리는 이렇게 시를 점점 잊혀져가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지금 방송과 신문을 장식하는 사람들이 아름다운 시의 낭만을 절실하게 마음에 간직하고 있었다면 그렇게 간 큰 짓은 못했을 것이다.

시심이 그들로 하여금 양심을 계속 건드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정재찬의 『시를 잊은 그대에게』는 이미 베스트셀러이며 지금도 절찬리에 판매중이다. 저자의 재직학교 공과계열 학생들을 위한 교양강의였다. 강의가 끝나면 수강생들은 기립박수를 주저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학에서 명강의가 사라지는 요즘 반가운 소식이다.

이 책은 단지 시강의만 머무르지 않는다. 근현대의 문화와 사회상까지 살펴보는 기회가 된다. 시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우리 일상 속에 있다는 것을 인식시키려고 영화, 흘러간 대중가요, 한국가곡, 껌 CM송까지 예를 들며 독자의 마음속에 내재한 시심을 건드려 준다. 그리고 거기에 감정이 몰입하는 묘한 매력 또한 갖고 있다.

봄이다. 유채꽃 만개한 봄에 우리 민중은 항상 저항의 세월을 보냈다. 4.3, 4.19, 5.18, 6.29... 모두 봄에 이뤄낸 저항이었다. 물론 미완으로 그쳤지만 21세기 우리는 새로운 혁명을 일구어 냈다. 오직 비폭력과 촛불로만 이뤄낸 결과이다.

긴 겨울을 거쳐 따뜻한 봄에 이뤄낸 승리였다. 어느 시인은 또 역사적 서사시 한편을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 시에 감동하는 사람은 편지쓰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리운 사람에게 고마운 사람에게 손글씨로 편지 한 번 써 보내는 낭만을 이 책과 함께 봄을 보내면 어떨까?

이용준(원주시청 문화예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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