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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의 댄스포에지] 한국 창작발레 레퍼토리의 시금석(試金石) 기대M발레단,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 이주영 무용칼럼니스트
  • 승인 2023.08.22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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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동맹_사진 김일우

하나의 작품이 콘텐츠인 레퍼토리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제반 요건들이 충족돼야 한다. 필자는 ‘극장레퍼토리’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만들고, 관련 연구를 한 자로서 이에 대한 관심이 크다. 그런 측면에서 M발레단의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은 명실상부했다. 2015년 무용창작산실 우수작품제작지원 선정작으로 대학로예술극장에서의 초연 이후, 2021년 예술의전당 창작발레 재제작, 2022년 대한민국발레축제 개막작에서 성공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재)예술경영지원센터 2023 공연유통협력 지원사업 선정공연 ‘2023 K-BALLET 프로젝트’를 통해 다시 한 번 도약의 계기를 마련했다. 7월 충주, 8월 광명, 마포, 성남으로 이어지는 일정이다. 폭염을 이겨내며 창작발레의 꽃을 피우기 위해 여념이 없다. 웰메이드 발레의 힘을 레퍼토리 구축을 통해 브랜딩한 것은 유의미하다.

 

2023년 8월 11~12일(필자 12일 관람),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 무대는 한국을 대표하는 역사적 인물인 안중근의 삶, 철학이 투영돼 예술적 기치를 발휘한 시간이었다. 국립발레단 부예술감독을 역임한 M발레단 예술감독 문병남의 안무, 이론과 실기 역량이 출중한 양영은 M발레단 단장의 대본・연출, 김은지 음악감독과 나실인의 작곡 등을 비롯한 탄탄한 스태프, 스타 발레리나와 발레리노의 향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화려한 캐스팅 또한 공연의 성공을 이끈 요인이 됐다.

 

명성은 명성에서 멈추면 안된다. 명성에 기대지 않고, 그 이름값을 제대로 하는게 중요하다. 명성에 걸맞는 예술적 성취가 있었기에 ‘발레 안중근’의 이름은 오늘을 넘어 내일을 향해 갈 수 있으리라 본다. 이날 공연에는 이동훈(안중근 역), 이은원(김아려 역), 김순정(조마리아 역), 윤별(이시다 역), 진유정(사쿠라 역)이 열연했다. 타 극장 및 동일 극장 다른 회차에서는 정혜윤(김아려 역), 김희래(사쿠라 역)가 출연했다.

안중근의 혼례식_사진 예술의전당

공연이 시작되면, 차가운 뤼순 감옥을 푸른 조명이 비춘다. 사형을 언도 받은 31세의 안중근은 죽음 앞에서의 두려움, 그리움이 독립에 대한 열망과 교차 된다. 조국에 계신 어머니를 떠올릴 때 조마리아가 아들을 위로한다.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를 역임한 김순정(성신여대 교수)은 안중근과 더불어 작품의 처음과 끝을 맺는 캐릭터다. 깊이와 노련함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의 어머니가 돼야 가능하다. 위로와 사랑, 당당함을 던져주는 힘으로 안중근을 감쌌다. 안중근과 아내 김아려의 혼례식은 서약의 노래다. 사랑의 출발이자 긴 이별을 부르는 복선이기도 하다. 남녀 군무의 싱그러운 앙상블이 혼례의 정취를 더한다.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출신 툴사발레단 솔리스트인 이동훈과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출신 위싱턴발레단의 이은원은 국립에서의 호흡을 이번 무대에서도 어김없이 보여줬다.

의병부대 활동_사진 김일우

3장 ‘이토의 통감취임 축하연’은 대한제국의 통치권을 쥐게 돼 흥을 만끽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일본군 장교 이시다 역의 윤별(전 우루과이 국립발레단)과 그의 여인 사쿠라 역의 진유정(M발레단 단원)의 호흡, 화려한 디베르티스망(divertissement) 또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한국 의병부대와 이시다가 이끄는 일본군대의 휘몰아치는 대결이 비트있는 음악 속에 전개된다. 단지동맹에서의 결연함도 몰입감을 높였다. 그 중간에 ‘안중근의 꿈’(5장)을 배치에 꿈속에서 나마 재회한 김아려와의 만남이 치열한 싸움 속에 슬픈 안도를 남긴다. “코레아 우라(대한제국 만세)”. 안중근의 외침이 하얼빈에 울려퍼진다. 체포 돼 뤼순감옥으로 간 안중근은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인다. 당당히 죽으라는 어머니의 말이 사무친다. 그의 유언은 대한 독립의 춤이 된다.

취임 축하연_사진 예술의전당

주요 배역 뿐 아니라 마을 총각, 독립군, 마을 처녀, 술집 무희, 꿈속 여인 등을 맡은 군무들의 고른 기량 또한 작품을 받쳐줬다. 의상, 무대, 영상, 조명 등 각 파트의 역할 또한 힘을 실었다. 안중근이라는 인물을 통해 당시의 역사, 사회, 문화까지 간파할 수 있게 했다. 이 공연은 안중근 의사의 희생이 주는 가치와 의미를 작품으로 구현했고, 양질의 콘텐츠를 통한 레퍼토리 구축이라는 소중한 결실을 맺었다. 예술성과 더불어 관객들의 수요가 이어져야 하는 게 중요하다. 대중성 획득 또한 늘 고민해야 될 지점이다. 무엇보다 발레단의 모토인 ‘한국발레의 정체성 구축’이 명징해 안도가 된다.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이 한국 창작발레 레퍼토리의 시금석이 되길 기대한다.

 

이주영 무용칼럼니스트  jy034@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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