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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은 사회를 어떻게 말해야 하는가?”영화와 춤추다_제5회 서울무용영화제(SeDaFF)

개막작 <마기 마랭: 타임 투 액트(L'Urgence d'agir, Maguy Marin: Time to Act)>

:예술가의 투혼 담은 다큐멘터리

 

피리소리와 함께 막이 열린다. 얼굴에는 회백색 분을 칠하고 헐렁한 잠옷을 걸친 노인의 무리들이 유령같이 비척비척 걸어 나온다. 이들은 우리가 춤(Dance)이라고 생각하는 춤은 거의 없이 숨이 끊어질 듯한 발걸음으로 질질 끌고, 발을 구르고, 서로 밀치고 껴안으며 중얼거리거나 비명을 내지르기도 한다. 그리고는 터벅터벅 걸으며 무대의 여기저기로 행진을 시작한다......

<마기 마랭: 타임 투 액트>는 “무용은 사회를 어떻게 말해야 하는가?” 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제5회 서울무용영화제> 개막작 <타임 투 액트 Maguy Marin: Time to Act>는 마기 마랭의 대표작 <May B>의 제작 과정의 리허설, 인터뷰 영상 등을 담은 다큐멘터리 필름으로 그녀의 아들 다비드 망부슈 감독이 찍었다. 마기 마랭의 무용에 대한 철학과 무용수들의 생각, 리허설 현장의 이모저모를 통해 생생한 이해와 함께 무엇보다 <메이 비> 작품에 대한 마기 마랭의 표현주의 무용관을 엿볼 수 있다.

 흔히들 독일에 피나 바우쉬와 비견해 프랑스에는 마기 마랭이 있다고 하는 것처럼 마기 마랭의 댄스는 현대무용과 연극의 융합을 통해 강렬한 인상과 함께 스펙타클한 혁신을 보여준다. 

<타임 투 액트>는 담담한 팩트의 다큐멘터리를 넘어 리얼한 현장성과 함께 창작자의 고뇌가 생생하게 전해진다. 사무엘 베케트의 부조리극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받은 영감을 무대로 표현하며 비틀거리는 군무의 발걸음 하나도 굉장히 치밀하게 설정되고 내지르는 신음 소리, 비명 소리도 섬세한 디렉팅에 의해 짜여졌다.

마기 마랭은 모리스 베자르를 사사했으나 베자르가 고대 그리스인과 같은 완벽한 젊고 아름다운 무용수만을 받아들인 것과 달리 마랭은 그에 반발하며 다양한 인간 군상의 배우를 기용한다.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한없이 기다림으로 이어지는 여정을 보여주는 데 착안해 <메이 비>에서는 인생이라고 하는 여행을 계속하는 인간의 고독한 모습을 그린다.

 

 

 

그리고 그 끝에 기다리고 있는 죽음, 인간의 피할 수 없는 숙명에 대해 마랭은 안타깝고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표현한다. 인간의 억제된 욕망과 감정, 에로스와 타나토스처럼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인간의 감정은 기쁨도 슬픔도 진실한 감정으로 치받으며 애처로우면서도 아름답게 표현된다. 무용의 이상적인 미학은 이처럼 순수한 시(詩)적 정서의 형이상학적 표현이 아닐까. 

마랭은 60여 편의 작품들을 통해 컨템포러리 무용의 다양한 방식을 시도했는데, <메이 b>와 같은 일련의 작품들을 통해 현대문명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하며 관객을 부정적 실태의 소용돌이 속으로 끌어들인다. 

늙음과 동시에 발생하는 문제, 충돌, 사랑, 성 등 인생의 양상이 격렬하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슬프고 조용하게 진행되어 가는 동안 신체의 노화 현상처럼 얼굴과 몸에 바른 하얀 점토는 말라서 갈라지고 버석거리며 벗겨지고 떨어져 나간다. 

그 시간의 진행 속에 인간의 모습이 투영 된다..... 

바닥에 떨어진 파편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인간의 마지막처럼 새하얀 먼지로 변해간다...... 

마랭에게 죽음의 이미지에 대한 표현은 신체의 부정이라기보다 인간의 본질적인 면을 응시하고 냉철하게 묘사하는 표현주의적 방식인 것이다. 80년대 유럽을 휩쓴 누벨 당스의 양식은 연극과 영상을 결합한 안무 방식이었다. 그 중심에 있는 마기 마랭. 마랭을 세계적 안무 반열에 올린 대표작 <메이 비>의 다큐 영상 필름은 서울무용영화제의 의미 있는 개막작으로 시작한다.

임효정 기자

 
 

 

임효정 기자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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