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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새롭거나 전혀 새롭지 않은 창작음악극의 묘미_ <어느 김씨 집안 박씨>서사음악극 <어느 김씨 집안 박씨>
  • 김상진 공연연출가
  • 승인 2021.05.12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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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공연예술계에 코비드19까지 겹쳐 공연예술의 사멸을 이야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공연예술이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대안들을 고민해 보지만 딱히 대안이 떠오르진 않는다. 영상화? 유튜브 활용? 이것들은 대형뮤지컬이나 NT/LIVE라면 모를까 유료화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역시 공연예술은 현장에서 보아야 한다는 전제가 없이 성립되긴 힘들 것 같다.

 

피터 브룩은 “빈 공간”에서

“죽은 연극”이 가장 쉽사리 그리고 가장 안전하고도 간편하게 타협하면서 자리잡을 수 있는 곳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연극들이다. 죽은 연극은 쉽사리 셰익스피어를 선택하고 또 그를 좋아한다. 우리는 훌륭한 배우들이 그럴싸한 방식으로 연기하는 그의 연극들을 본다. 우리는 가장 훌륭한 고전 연극을 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그러나 우리의 내면 깊은 곳에서는 이것들이 지겨울 정도로 따분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를테면 학자. 그는 마음속에 우리의 일상을 벗어나 좀더 고상한 연극을 진지하게 원하지만, 지적인 만족과 자신이 진실로 갈망하는 참된 경험을 혼동하곤 한다. 불행히도.. 죽은 연극은 이런 사람들의 권위의 힘을 빌어 여전히 명맥을 유지해간다. 바로 따분하고 지루한 덕분에 성공한 연극들이, 결국 우리는 문화를 일종의 의무관념, 고전적 의상, 지루한 감을 주는 긴 대사 등과 결부시키게 된다. 역설적으로 말해 딱 맞는 분량의 따분함만이 가치 있는 결과를 확실히 보증해 주게 된다. 평범한 작가들 가운데는 정확히 제 분량을 섞는 데 달인이 되는 경우도 있어서 그들 덕분으로 죽은 연극은 그 어리석은 성공을 계속하고 널리 찬양받는 일이 거듭된다. 관객들은 연극 속에서 일상보다 더 <나은> 것과 접하고 싶어하지만, 바로 그러한 이유때문에 문화나 문화적인 것과 그들이 알지 못하는 어떤 것을 쉽사리 혼동하게 된다. 하지만 그들의 감각은 희미하게나마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므로 좋지 않은 것들을 성공시킨다는 것은 그들이 스스로를 속이는 일에 불과하다. 이것은 분명 비극이다._The Empty Space" 라고, 이렇게 얘기한다.

 

현재 우리의 연극계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듯한 말이다. 이른바 명작 반열에 오른 작품들이 각색 또는 재창작이라는 이름으로 소모되고 있다. 고전 명작들을 그대로 공연해야 한다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고전 명작을 다룰때는 분명 작품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작품의 완성도는 망각한 채 어설픈 각색으로 급조하여 단순히 대학 입시생들을 타겟으로 하여 공연 되어지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오늘 얘기할 극단 삼뉴3NEW는 지속적으로 <장부가> <초혼> 등 창작음악극실험을 거듭해 왔다. 물론 흥행에선 좋은 성적을 거두진 못했다. 기본은 건질 수 있다는 명작에 기대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연유일 수도 있다. 우리 관객들은 우리 작품이 널리 잘 알려지기 전까지는 너그럽지 못하다.

 

이전의 작품들에서 보여준 미비한 실험들이 이번 <어느 김씨 집안 박씨>에서 결실을 맺은 느낌이다. 막대한 제작비로 화장한 화려한 유명 뮤지컬들의 범람 속에서 이들은 우리가 편안히 즐길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음악극을 만들어 냈다. 가부장적이며 엄한 집안에서 태어나 신여성이 되고자 가출을 계획했다가 발각되어 거의 강제로 김씨 집안에 시집온 여인의 이야기다. 일제강점기와 6.25 한국전쟁을 거치며 격변하는 사회에서 고군분투하는 역정을 그리고 있다. 물론 충격적이거나 엄청난 서사는 아니지만, 일제와 한국전쟁을 겪었던 우리네 어머니의 얘기를 통해 우리의 어머니를 소환한다.

소소한 이야기들을 12명의 배우들이 조선 시대의 재담꾼 전기수들처럼 재미있고 유쾌하게 이야기와 노래들로 관객들의 집중을 이끌어 낸다. 입장 후 폐쇄되는 공간인 극장에서 2시간여를 재미와 소소한 감동으로 집중하게 만드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극장에서, 재미도 감동도 없는 공연들로 고문을 당해왔던가.

작, 연출, 공동 작곡까지 겸한 김지욱 연출을 가장 먼저 칭찬하고 싶다. 호원대 뮤지컬전공 교수이기도 한 김지욱 연출은 극단 삼뉴 단원들과 일산 외지에 창고를 개조한 극장을 자체 운영하며 힘겨운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엔 자신의 어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사를 솔직 담백하게 담아냈으며, 연출 라인만을 보여주려 노력하지 않은 점도 가상하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재담 가득한 전기수들을 모아놓은 것 같은 연기를 펼치는 배우들은 이들의 노력과 훈련 연습이 말 그대로 천연덕스럽기까지 할 정도로 자연스러운 연기라는 평을 받으며 박수갈채로 보상받았다. 부자연스러운 부분을 찾기 힘들 정도로 작품에 녹아들었다. 간결하고 단촐한 무대와 일라스틱 밴드를 오브제로 활용한 것, 튀지 않게 세련된 조명디자인과 익숙한 선율의 음악들이 흠결 없는 하모니를 이룬다. 각 요소들이 도드라져 보이려고 하는 욕심들이 작품을 망치기도 한다.

 

요즘 코비드19 여파로 더 힘들어진 상황으로 좋은 작품을 만나기 힘든때에 모처럼 단비를 만난 것 같아 기쁘다. 이들의 살아있는 실험이 큰 성공으로 이루어지길 바란다.

 

김상진 공연연출가  themove9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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