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석의 달달클래식] 명곡스캔들_사랑이 탄생시킨 결정적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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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석 음악평론가. 두산백과사전 클래식 집필위원
승인 2021.05.12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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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의 친구이자 작곡가였던 고트프리트 폰 야크빈은 1787년 4월 11일 모차르트의 집을 방문한 뒤 이렇게 적었다.

“가슴이 없는 천재라는 것은 넌센스다. 천재란 위대한 지성이나 탁월한 상상력, 심지어 이 두 가지를 합쳐서도 이뤄지지 않는다. 천재를 만드는 것은 오직 사랑, 사랑, 사랑뿐이다.”

이 말인즉슨 모차르트에게 있어 사랑은 삶의 귀중한 자양분이고, 배경이며, 중요한 가치이자 목적이었다는 이야기이다. 어디 모차르트뿐이었겠는가? 많은 천재적인 음악가들의 삶도 다를 바 없었다. 그들은 모두 그들만의 특별한 사랑을 경험했다. 그리고 그 경험들은 차곡차곡 예술로 승화되었던 것이다. 이렇듯 예술이 된 사랑은 너무도 많다.

그중 가장 영화 같은 사랑은 슈만과 클라라의 사랑이었다. 그들의 사랑은 한마디로 세기의 러브스토리였다. 그들이 처음 만난 건 1830년 슈만이 20살이고, 클라라가 11살 때였다. 그들은 마치 오누이처럼 사이좋게 지냈다. 4년 후 슈만이 오른손 약지를 다쳐 피아니스트의 꿈을 포기하게 되었을 때도 클라라는 슈만의 곁에서 그를 진심으로 위로해주었다. 하지만 클라라가 16살이 되었을 때 두 사람은 마치 자석에 이끌린 듯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당시 슈만은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 ‘클라라는 날마다 아니 한 시간마다 몸과 마음모두 아름답게 성장하고 있다’고 썼다. 그러나 그들의 사랑은 결코 순탄하지않았다. 클라라의 아버지 비크가 강력하게 반대를 했기 때문이다. 결국 그들은 소송까지 간 끝에 결혼허가를 받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1840년 두 사람은 꿈에도 그리던 결혼식을 올릴 수 있었다. 이때 클라라는 일기에 ‘정말이지 긴 세월이었다. 지금 새롭게 아름다운 생활이 시작되려하고 있다. 그의 품에 안긴 생활, 나 자신보다도 다른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그의 품에 안긴 생활이 시작되려 하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론 무거운 책임감이 나를 누른다. 신이여. 저에게 모든 것을 인내할 수 있는 좋은 여자가 되도록 힘을 주소서.’라고 적었고, 슈만은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 이렇게 썼다. ‘나는 훌륭한 아내를 얻었다. 더할 나위없이 행복하다.’

그들이 영화 같은 사랑을 나눌 때 슈만의 명곡이 대거 탄생했다. 특히, 결혼한 해에는 ‘노래의 해’로 불릴만큼 상당량의 가곡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곡들은 온전히 클라라에게 헌정되었다.

슈만과 클라라 외에 클라라와 브람스의 사랑도 드라마틱했다. 둘은 금단의 사랑과 다름없었다. 두 사람 중에서는 브람스의 사랑이 더 깊었다. 그에게 클라라는 첫 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20살 때 처음 클라라를 만났을 때부터 죽을 때까지 온전히 그녀만을 사랑했다. 단 그는 그녀와 단 한 번도 선을 넘지는 않았다. 다만 그녀를 향한 불타는 사랑을 오선지에 그려 넣었다. 그 결과 숱한 명곡이 탄생했다. 1896년 5월 20일 갑작스럽게 클라라가 죽었을 때 브람스는 바트 이슐에서 40시간을 달려오기도 했다. 그 후 망연자실한 그는 생의 의욕을 잃었고, 결국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예민한 감수성의 쇼팽과 조르주 상드의 러브스토리도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질 정도로 유명하다. 170Cm, 45Kg의 섬세하고 병약했던 그러나, 사교적이었던 쇼팽은 사랑꾼이었다.

그는 조르주 상드와의 영화 같은 사랑말고도 폴란드 귀족의 딸 마리아 보진스카, 폴란드의 백작부인 델피나 포토카, 스웨덴의 소프라노 제니 린드와도 사귀었던 적이 있다. 상드와는 9년간에 걸쳐 사귀었는데, 그 기간 동안 기념비적 작품들이 많이 탄생했다.

가족을 소중히 여기고, 지고지순한 사랑을 했던 음악가들도 있었다.

바흐가 그랬고, 베르디가 그랬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두 사람 다 사랑하는 부인과 사별하는 아픔을 겪었다. 또 그들은 두 번 째 아내를 맞이해 아름다운 가정을 이루었다.

위험한 사랑, 즉 불륜도 있었다. 하이든, 모차르트, 바그너, 베를리오즈, 드뷔시, 그리고, 독신이었던 베토벤의 사랑이 그랬다. 특히, 바그너와 드뷔시는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켜 엄청난 비난에 시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불륜마저도 아름다운 음악의 자양분이 되었다. 끝으로 금기시되었던 동성간의 사랑도 있었다. 그로 인해 말못할 괴로움을 겪고 끝내 죽음에 이르기도 했다. 차이코프스키가 대표적인데, 결국 그는 강요된 죽음을 맞아야 했다.

이렇듯 음악가들은 때론 열정적이고, 때론 위험하고 때론 죽음을 초월한 사랑을 했다. 평범할 수 없었던 그들의 사랑은 그들에게 영감이 되어주고, 음악의 자양분이 되어주었다. 그리고 이렇게 탄생한 찬란한 명작들은 각각의 사랑을 품은 채 여전히 우리에게 사랑받고 있다.

오는 5월 13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별무리극장에서 음악천재들의 러브스토리와 함께 그 사랑이 빚어낸 명곡들을 코리아 아트빌리티 체임버의 절제된 연주와 12개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한 세계적인 바리톤 박정민의 눈부신 가창으로 만날 수 있다. 공연의 타이틀은 [명곡 스캔들 : 사랑이 탄생시킨 결정적 클래식]. 아는 만큼 들리고, 듣는 만큼 느끼게 되는 음악에 귀를 쫑긋 세워보심이 어떠실런지?!

이헌석[음악평론가. 두산백과사전 두피디아 클래식 집필위원, 네이버 나우 음악채널 ‘그때인가요’ 총괄 프로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