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자신의 저서 [역사의 연구]에서 “인류문화를 한 단계 높이는 사람은 극소수의 창의력이 있는 사람들이며, 각 문명권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도 그 사회에 창조적 소수가 존재하느냐의 여부에 달렸다”고 주장했다.

이 말은 곧 역사는 소수에 의해 혹은 영웅들에 의해 움직여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음악사도 다를 바 없다. 창조적 소수가 있었으며, 그들에 의해 서양 음악사가 움직여왔다. 클래식 역사를 뒤바꾼 영웅들, 그들 중앤 이름의 이니셜이 모두 알파벳 B로 시작하는 이른바 4B 음악가가 있다. 바흐, 베토벤, 브람스, 비틀즈가 그들이다.

이들은 바로크 - 고전파-낭만파- 현대를 대표하는 아이콘과도 같은 음악가들이다.

이들에겐 여러 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먼저 스스로 인생을 개척한 오기와 집념의 음악가였다. 이들 대부분은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성장했다. 먼저 바흐는 9살 때 어머니를, 10살 때는 아버지를 여의고 큰 형 요한 크리스토프(Johann Christoph) 집에서 더부살이를 했다. 그는 제대로 된 음악 교육 대신 음악가인 형의 악보를 빌려 보며 공부했고, 어떤 때는 형이 잠든 틈을 타 몰래 악보를 꺼내 달빛 아래서 사보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열악한 상황에도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을 막을 수 없었다. 그는 15살 때 오르간의 거장 요한 아담스 라인켄(Johann Adam Reincken)의 연주를 보기 위해 40 Km를 걸어갔고, 음악가가 된 1705년에는 휴가까지 내고서 당대의 작곡가 디트리히 북스테후데(Dieterich Buxtehude)를 만나기 위해 400킬로나 이동하는 열의를 보였다.

베토벤은 바흐보다 더 드라마틱한 인생을 살았다. 그는 심한 알콜 중독자로 폭행을 일삼던 아버지 때문에 천진난만해야 했던 유년시절을 불행하게 보냈다. 또 그가 17살 때 어머니가 사망하자 아버지는 거의 폐인이 되었으며 그로 인해 베토벤은 집안의 생계까지도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베토벤은 아버지의 학대 속에 음악을 했기에 음악에 심한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었으나 사랑했고, 음악가가 되고자 하는 강한 열망이 있었다. 훗날 사랑에 실패하고, 경제적인 곤경에 처하는 가하면 급기야 청각을 상실하는 시련까지 있었어도 그가 음악가의 삶을 포기하지 않은 것은 그만큼 음악을 향한 열정이 뜨거웠음을 알게 해준다.

브람스의 경우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11살 때부터 직업 전선에 나섰다. 그는 자그마한 술집에서 피아노를 연주했으며, 나중에는 학교도 중퇴한 채 돈이 되는 일이라면 닥치는 대로 했다. 하지만 음악가가 되기 위한 노력은 게을리 하지 않았다. 특히, 음악적 견문을 넓히며 작곡 공부를 열심히 했다. 비틀즈의 존 레논(John Lennon)도 암울한 유년기를 보냈다.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으로 편모슬하에서 자랐는데, 어머니는 그의 나이 17살 때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또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의 경우도 어머니가 15살 때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바흐, 베토벤, 브람스, 비틀즈는 엄청난 집중력의 소유자들이었다. 이들의 집중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에 대한 일화는 많다. 일례로 베토벤이 단골 레스토랑 백조에서 있었던 일화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어느 날 베토벤이 백조에 갔는데, 손님이 많아 겨우 구석 한 켠에 자리를 잡고 앉게 되었다. 그런데, 종업원이 혼자 온 베토벤에게 주문을 받으러 오지 않았다. 베토벤은 느긋하게 기다리기로 하고, 작곡 노트를 꺼내 작곡을 하기 시작했다. 주변은 북적이는 사람들의 대화로 시끄러웠으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가 지났을까?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를 떴고, 어느새 레스토랑 안이 한가해졌을 때, 그 때 비로서 종업원은 베토벤에게 주문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깜짝 놀라 베토벤에게 다가갔으나 너무 심각한 표정으로 뭔가를 쓰고 있어 말을 걸지 못했다. 그렇게 기다리고 있는데 인기척을 느낀 베토벤이 고개를 들어 종업원을 처다보았다. 그리고 그는 ‘그래. 계산서 가지고 와.’

베토벤은 자신이 식사를 하지 않은 것조차 잊을 정도로 작곡에 몰두했었던 것이다.

바흐, 베토벤, 브람스, 비틀즈는 과거를 답습하거나 안주하기를 거부했다.

그들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려 했고, 때문에 늘 새로운 도전을 망설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이 음악가의 권리이자 의무라고 여겼다.

4 B 음악가는 음악의 모든 가능성과 이상을 실현한 음악가들이었다. 만약 그들이 없었다면 일련의 서양 음악은 지금과 같은 막강한 힘과 대중적 포용력을 가지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 음악가들을 한자리에서 듣는 건 특별한 경험이다. 오는 4월 15일 안산 문화 예술의 전당 달맞이 극장에서 4B 음악가의 명곡들을 트리오 포엣[Trio Poet]의 연주와 바리톤 김태일의 가창으로 들을 수 있다. 공연의 타이틀은 [세상을 감동시킨 클래식]. 그런데, 굳이 공연장이 아니어도 좋다. 어디서건 이들의 음악을 함께 들어보시라. 그 또한 소소한 행복 아니겠는가?!

이헌석

음악평론가. 방송인. 두산백과사전 두피디아 클래식 집필위원, 네이버 음악채널 나우 프로듀서

THE MOVE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월간 더무브 THE MOVE,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