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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세한도의 푸른 꿈, 다시 과천에 오르다_뮤지컬 <추사>지역 콘텐츠 브랜드 공연, 현재적 지역성 연계 필요하다

 

“날이 추워진 후에야 소나무의 푸르름을 안다.”

(歲寒然後知 松栢之後凋 세한연후지 송백지후조)

 

세한도의 소나무가 쓸쓸히 서 있다.

눈이 내리고, 소나무와 전나무가 바람에 흔들린다

 

추사 김정희에 관한 뮤지컬<추사>가 지난 7월 25일, 과천시민회관에서 무관중으로 공연하며 네이버 TV를 통해 생중계 됐다. 

뮤지컬 <추사>는 과천시에서 지역콘텐츠 개발 사업으로 1억 8천 만 원의 예산으로 제작되어 이 날 초연 무대를 선보였다. ‘코로나 19’의 여파로 200여 명의 관객을 선착순 신청 받아 객석 거리두기 초대로 라이브 공연을 예정했으나 갑작스런 코로나 확산으로 대면 공연이 취소되고 온라인 공연 중계로 변경됐다.

뮤지컬 <추사>는 추사 김정희의 삶과 예술혼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이야기의 시작은 후세에 이르러 ‘세한도(歲寒圖)’를 찾아 동경으로 간 서예가 손재형과 일제강점기에 세한도를 구입해 일본으로 돌아간 경성제국대학 교수이자 추사 연구가 후지츠카 치카시의 대화로부터 시작한다. 추사의 험난한 삶의 여정을 따라가며 제주로 유배 간 추사에게 의(義)를 다한 이상적과 세한도의 탄생 과정, 이후 역관 이상적이  세한도를 갖고 중국에 가서 청나라 학자들에게 보이고 세한도에 대한 제와 찬사를 받고 돌아오는 여정, 이와 더불어 파란만장한 세한도의 운명 등이  영상과 함께 그려졌다.

연출을 맡은 권호성 감독은 “과천축제 예술감독으로 일하면서 추사 선생이 말년을 보낸 과천의 의미가 매우 크다는 것을 알았다. 이번 공연을 기점으로 과천의 대표 브랜드 공연으로 성장하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스탭으로는 극작 진남수, 음악 이술아가 호흡을 맞추고, 배우 김태문(손재형 역), 조정근(후지츠카 치카시 역), 김경일(추사 김정희 역), 손현정(예안 이씨 역)을 비롯해 16명의 앙상블 배우들이 출연했다. 

전 2막으로 구성된 뮤지컬 <추사>는 탄탄한 배우들의 기량과 국악기와 서양악기가 혼합된 소규모 앙상블 연주에 23곡의 넘버가 적절히 스며들어 한 편의 장대한 서사극을 연출했다. 특히 대금과 해금의 구성진 선율에 드럼, 트럼펫 등이 어우러진 노래는 추사의 고적한 삶과 드라마틱한 인생유전에 섬세한 결을 입혔다. 눈발 날리는 엔딩 장면에서 추사 최후의 작품(별세 직전에 쓴 걸로 알려짐) ‘판전(板殿)’이 영상으로 비쳐질 때, 합창으로 울리는 ‘판전’, ‘하얀 날의 푸른 꿈(청유16가 제와찬)’ 등의 노래는 가슴을 저미게 하는 슬픔과 뭉클함을 전했다.

 

그러나, 창작 뮤지컬 초연 무대인만큼 아쉬움도 적지 않았다.

 뮤지컬 <추사>에서 세한도와 얽힌 이야기가 현재적 시점에서 과천과의 인연이 직접적으로 묘사되지 않은 점은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부분이다. 또한, 기왕에 영상을 활용한다면, 각 장의 에피소드에 연관된 추사의 작품이 동시에 나온다면 더욱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뛰어난 서예가의 예술혼을 그리며 진경시대의 예술정신을 구현한 예인의 작품이 아닌, 어떤 다른 이미지가 필요할까. 너무 많은 곡절어린 삶의 이야기를 담다보니 오히려 많은 예술 작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약소해진 감이 없지 않았다. 대중적인 뮤지컬의 장르적 특성이라 하더라도 영상미 부분에서 추사의 작품 이미지를 통해 예술적 퀄리티가 더욱 고양되었으면 싶다. 지식인이자 예술가, 대학자였던 인물의 예술혼에 대한 이야기로, 이는 과천의 대표 브랜드로, 지역 콘텐츠로서 향후 지속적인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반드시 추가되었으면 하는 점이다.

극의 스토리 전개는 세한도를 중심으로 추사의 활동하던 시절부터 마지막 삶의 여정과 이후 세한도를 찾기 위해 손재형이 일본으로 건너가 후지츠카 치카시 교수로부터 세한도를 양도받아 오는 것까지를 담고 있는데, 세한도의 운명은 그러나 이후에도 우여곡절을 겪게 되는데....

 

소전 손재형

그리고, 이후 과천에 추사박물관이 세워지기까지의 이야기는 후지츠가 치카시의 아들 아키나오 이야기를 추사와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내용이다. 

뮤지컬 <추사>에서는 아키나오에 대한 묘사가 극히 짧게, 후지츠카 옆에 서있는 인물로 나올 뿐이다. 아키나오와 과천과의 스토리 전개는 후지츠카와 손재형의 만남 이후 반세기가 지난 2005년에 그의 아들 아키나오에 와서 다시 이어진다. 전 과천문화원장을 역임한 최종수 추사김정희기념사업회 명예회장은 2003년 문화원장 취임 당시 과천시로부터 시(市)와 인연이 있는 추사 김정희 선생의 연구를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고 추사연구회장을 겸임했다. 최종수 회장은 2006년, 추사 타계 150주년 되는 해에 일본에서 국제학술대회를 추진하며, 후지즈카 아키나오가 부친의 유지를 받들어 추사에 대한 연구를 이어왔음을 알게 됐고, 이로 인한 인연으로 아키나오로부터 추사와 관련된 서화류 46점과 조선시대 고서 2천 150여 점을 과천시에 기증받게 된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과천시에서는 2013년 6월 3일, 추사박물관을 개관했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소전 손재형에게 넘겨준 후지쓰카 지카시와 그의 아들 아키나오_과천문화원 제공

이와 관련해 뮤지컬 <추사>를 관람한 추사연구가 이필숙 교수(성균관대)는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로 내용이 잘 전달되어 와 닿았다. 그러나 추사의 과천과의 접점을 이야기할 때, 추사박물관을 띄웠어야 했다. 추사박물관과 후지츠카의 아들 아키나오의 이야기가 언급되지 않은 점은 무척 아쉽다. 또한 과천시절은 추사의 학문과 예술의 진흥시기로 대표작을 비롯해 280여 편의 시를 남겼는데, 과지초당에서 바라보는 심경을 읊은 시 등의 작품을 조명할 필요도 있지 않을까.”라고 소감을 밝혔다.

 

또, 지난 2011년 무용극 <21세기와 만나다. 추사 디지로그>(2011.11.4. 과천시민회관 소극장)를 통해 추사의 작품세계와 예술관을 3D영상과 춤으로 재조명한 한뫼국악예술단 오은명 예술감독은 “과천시에서 과천의 대표 브랜드 공연을 기획하며 뮤지컬<추사>를 통해 음악으로 추사 선생을 이해하고 선생의 가르침을 다시 돌아보는 기회를 마련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다만, 위인을 소재로 한 작품 제작에 한계가 있지만, 과천의 지역 콘텐츠로서 추사의 생애를 다루려고 할 때, 과천의 추사에 대한 추억의 메시지가 작품에 분명히 언급되었으면 좋겠다.”고 관람 후기를 말했다. (한뫼국악예술단은 1997년 창단 이후 추사의 예술세계를 조명하며 극으로 대중에게 알리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추사 김정희는 알려진 바와 같이 최고 서예가로 독자적인 추사체를 완성해 조선 후기 모든 지식인이 따라 쓰는 서성(書聖)으로 이름을 날렸고, 19세기 중엽 당시 치열한 학문정신과 고매한 학자의 풍모로 제주도 귀양살이 중에도 중국의 스승, 당대 학자들과 교류하고, 제자를 교육하는 등 참 선비의 모습을 보여 21C인 오늘날에도 본보기가 되고 있다.

추사는 제주와 함경도 북청 유배에서 풀려난 1852년 (철종 3년) 8월 이후 1856년 10월 10일 서거하기까지 그의 말년 4년간을 과지초당(瓜地草堂 과천시 주암동 184번지 일대)에서 지내며 마지막 예술혼을 쏟았는데, 과천시절의 작품으로 추사의 대표작 중 <불이선란도>와 봉은사의 현판 <판전 板殿> <대팽고회 대련> 등을 비롯해 다수의 작품을 남겼다.

또한 추사의 과천과의 인연은 일찍이 부친 김노경 생전에 조성한 별서 과지초당에서 그의 나이 41세에 충청도 암행어사가 되어 금의환향한 시기, 이때가 추사 가문이 절정을 구가하던 시기로 과지초당을 오가며 친우문도들과 교류하며 학업에 매진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추사는 부친의 사후, 과천 청계산 옥녀봉 중턱 검단에 묘를 마련하고 과지초당에서 부친의 3년 상을 치렀다. 이후 북청유배에서 해배되어 과천으로 돌아와 두 아우와 합류하니, 이때가 추사의 ‘과천 시절‘이었던 것이다. 또한, 이러한 과천과의 인연은 추사에 그치지 않고 후대에 이르러 세한도와 연관해 후지츠카의 아들 아키나오로부터 추사의 작품을 기증받아 과천에 추사박물관이 건립되고, 이 과정에서 추사기념사업회의 최종수 회장의 남다른 정성과 노력이 있었으니, 세한도의 추사와 이상적의 의리만큼이나 일본인 아키나오와 최종수 회장과의 인연은 가히 아름다운 스토리가 아닐 수 없다. 최종수 회장은 이 공로를 인정받아 당시 문화재청장이던 유홍준청장으로부터 포장 수여를 상신 받아 훈장을 수여받았고, 아키나오(94세)는 별세 두 달 전 병상에서 문화훈장 목련장을 수여받았다.

2011년 8월 26일자 아사히 신문_문화재 반환과 최종수 회장 인터뷰 내용

                                             뮤지컬 <추사> 공연 커튼콜

 

과천과 추사의 인연을 이야기하며 실제 현실에서 이어지고 있는 미담의 스토리가 지역콘텐츠 작품에서는 에필로그에서라도 기록될만하지 않은가. 세대를 뛰어넘는 스토리 전개가 간과해서는 안 될 지점이라 생각된다. 뮤지컬 <추사>는 역사적 인물에 대한 작품화 과정에서 과천문화원의 고증을 받았다고 했으나 충분한 논의가 없어 놓친 부분으로 보인다. 6개월여의 제작기간은 짧았고, 코로나19 확산 등의 영향으로 창작뮤지컬의 프로세스에서 꼭 필요한 트라이 아웃 공연과 쇼케이스 등도 생략됐다. 무엇보다 세기의 위인에 관한 작품화 과정에서 턱없이 부족한 뮤지컬 제작비는 이후 충분한 예산 배정으로 더욱 업그레이드되어 지속 성장하며 과천의 대표 브랜드 공연으로 다시 만나기를 기대한다.

 

임효정 기자 (발행인 · 문화칼럼니스트)

 

임효정 기자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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