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people
[인터뷰] ‘제주 4.3’의 역사를 기억해야하는 이유_강혜명 성악가제주, 평화의 의미를 일깨우는 곳

 

제주, 평화의 의미를 일깨우는 곳

강혜명 (성악가 · 4.3유족회 홍보대사)

 

"제주도가 아름다운 이유는 아름다운 자연 속에 세월의 아픔을 품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굴곡의 세월을 이겨냄으로서 진정한 평화의 의미를 일깨우는 곳. 제주가 평화의 섬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아야 하고 우리 모두가 제주 4.3의 역사를 기억해야하는 이유입니다." 

 

 

Q1. 올해 72주년 4.3 추념식에서 사회를 보게 되셨다죠코로나 사태로 행사가 대폭 축소되었다는데어떤 특별한 행사 내용이 있는지요?

 

72주년 추념식은 전 세계적으로 겪고 있는 코로나 19 비상사태로 인해 유족과 행사관계자 등 150여명으로 참석인원을 최소화해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매년 공연되었던 식전행사라든지 도립 예술단 기념공연과 유족합창단(4.3평화합창단)의 공연도 아쉽지만 올해는 모두 취소되어 현장에서 공연으로는 보시기가 어렵고, 대신 미리 준비한 영상으로 대체됩니다.

저는 4.3 70주년 추념식부터 2년 동안 애국가를 선창하는 것으로 추념식 공식 행사에 참여했었는데 올해는 제주 출신 성악가이자, 4.3 유족회 홍보대사의 자격으로 추념식 생방송 사회를 맡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무척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며, 더 나아가서는 우리나라에서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제주 4.3의 가치를 알리는데 보다 더 적극적으로 임해야겠다는 다짐이 앞섭니다.

제주도민들에게 4.3은 모두 한마음으로 영령들을 위로하는 제삿날이기도 합니다. 순조로운 추념식이 될 수 있도록 노고를 아끼지 않으신 4.3 유족회 임원진분들과 ,4.3평화재단 그리고 제주 도청 관계자분들을 비롯한 많은 분들께 도민의 한사람으로서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많은 분들을 모시지 못해 정말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이지만, 어려운 시기에 유족분들과 도민이 힘을 합쳐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극 동참함으로서 각자의 자리에서 경건한 마음으로 4.3 영령들을 추모하는 날이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https://jeju.go.kr/live/news/news_view.htm?act=view&seq=1162134

 

Q2. 제주 출신 성악가로 평소에도 지역에 대한 향토애로 4.3 에 대한 관심을 표현해왔는데, 4.3의 현재적 의미라면?

 

‘4.3의 가치 세대 전승’을 주제로 올해 제72주년 4.3희생자 추념식 슬로건이 “아픔을 치유로, 4.3을 미래로, 세상을 평화로''입니다. ‘제주 4.3’은 과거의 역사가 아닌 현재 진행형이라고 생각하는데요, 1947년 3월1일부터 1954년 9월21일까지 3만 여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던 제주 4.3은 사건이 종결된 이후에도 억울하게 희생된 피해자분들과 유가족을 위한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그로 인한 갈등이 도민 사회에 끼친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도민사회 스스로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하지 않고 서로 노력하며 화해와 상생의 길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가려는 지역사회의 노력을 이제는 제도적으로 뒷받침 해주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이유로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인 ‘4.3 특별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4.3의 해결을 위한 첫 번째 단계가 희생자 및 유가족의 명예회복과 국가의 사과 그리고 국가 차원의 추념이었다면, 이제부터는 국가가 개인의 피해 회복을 포함하는 배·보상 실행단계로 넘어가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4.3의 정명사업 또한 더는 미룰 수 없는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뭐라 이름 지을 수 없어 아직 '사건'이라 불리는 제주 4.3이 여전히 4.3 사건으로 불리는 한 4.3은 현재진행형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Q3. 제주도는 세계평화의 섬-제주’ 라는 캐치플레이즈로 평화에 대한 다각도의 인식을 확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주평화라는 의미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이라면?

 

제주역사에서 평화에 대한 의미는 각별합니다. 4.3 뿐만 아니라 역사를 더 거슬러 올라가면,

고려 삼별초의 대몽항쟁, 100여 년간의 몽고 지배, 왜구의 침략, 탐관오리들의 폭정에 의한 민란(이재수의 난) 등을 들 수 있고, 일제 강점기에는 지리적 특성상 동북아 요충지로서 일본군 6만이 주둔한 전략적 기지였을 정도로 수많은 세월 동안 제주는 침략의 대상이 되어왔으며, 그 중심에는 제주인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고난의 세월을 이겨낸 제주도는 이제 명실 공히 세계평화의 섬으로서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정착에 기여하는 국제 평화 도시로 재조명 되고 있습니다. 제주도가 아름다운 이유는 아름다운 자연 속에 세월의 아픔을 품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굴곡의 세월을 이겨냄으로서 진정한 평화의 의미를 일깨우는 곳. 제주가 평화의 섬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아야 하고 우리 모두가 제주 4.3의 역사를 기억해야하는 이유입니다.

 

Q4. 최근에도 4.3평화공원에 다녀왔는데, 느낀 점이 있다면?

 

4.3평화공원은 갈 때마다 마음이 경건해지는 곳입니다. 보통사람들은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시대적 비극을 이야기함과 동시에 상처를 딛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화해와 상생으로의 길을 가고자 하는 도민사회의 의지를 보여주는 곳이기도 합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운 점은, 제주도에서 4.3을 이야기 하는 곳들이 거의 시 외곽권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인데요, 4.3 70주년을 통해 전국적으로 4.3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이제는 평화공원을 찾는 관광객들도 많아졌지만, 먼저 관심을 갖고 찾아오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제주에 사는 사람들과 제주를 방문하는 모든 국·내외 관광객들이 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4.3을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제주시의 중심이자 관광객들이 찾는 유명 관광지 중 한곳이 제주 관덕정(제주목관아)인데, 1947년 3월 1일 이곳에서 제주 4.3의 시발점이 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3.1절 기념식을 하던 중 경찰의 말발굽에 어린아이가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나는데 이를 사과하지 않는 경찰을 향해 분노하던 군중을 향해 경찰들이 총을 쏘며 6명이 죽고 8명이 부상을 입는 사건이 발발하게 됩니다. 이에 그동안 도민사회에 팽배해있던 불만이 표출되며 (해방이후 척박했던 도민의 삶과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친일청산 등) 4.3의 비극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4.3 평화공원 추모관

만약 이곳에 4.3을 형상화 할 수 있는 조형물이 있다면 어떨까요..?

예를 들어 위안부 소녀상 같은 조각상이 있다면 말입니다. 때론 백 마디의 말 보다, 한권의 책보다, 형상화된 이미지 하나가 더 강력한 메세지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그곳에 제주 4.3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동백꽃 조형물이 있다고 상상해 봅시다. 그리고 그 조형물을 관덕정뿐만 아니라 4.3과 관련이 있는 대표적인 관광지 (정방폭포,함덕해수욕장 등)에 설치하고 그 의미를 전달한다면, 굳이 ‘타크 투어리즘(Dark Tourism: 과거 자연재해와 전쟁 등으로 인류가 극심한 피해를 입은 지역이나 그것을 상징하는 역사적 유산을 대상으로 한 여행 또는 관광 기획)을 이야기 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제주 4.3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그 의미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지 않을까요.?

 

그리고 저는 이것이 제가 만들고 있는 4.3 콘텐츠인 오페라(순이 삼촌)와 더불어 4.3을 세계화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로 인해 제주의 가치가 환경관광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 평화도시로서의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된다면 제주의 국제적 위상도 한층 더 달라지리라 생각합니다. 이제 4.3은 과거, 바다건너 섬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평화는 인류가 공동으로 추구해야 하는 절대적 가치이기에, 제주에서 일어났던 비극의 역사를 우리는 조금 더 무게감 있게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순이삼촌 ⓒ강정효

 

Q5. 4.3의 상생과 평화의 정신을 고취하기 위해 제작 준비 중인 창작오페라 <순이삼촌>의 연출을 맡았는데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많은 분들이 함께 노력해주시는 덕분에 공연준비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선 오페라 순이삼촌이 세상에 빛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해주신 제주시청과 4.3평화재단 관계자 분들께 거듭 감사의 말씀을 드리는 바입니다.

이번 오페라 순이삼촌에는 이정원, 김석철, 추희명, 김승철, 박경준, 이대범, 장성일 등 한국을 대표하는 성악가 분들과 강정아, 강영수, 정용택 등 제주지역 성악가분들이 함께 출연하고, 정인혁 지휘자가 이끄는 제주도립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그리고 4.3 유가족 분들로 구성된 평화 합창단이 출연하며 그 외 극단 가람 소속 배우들과 소리풍경 어린이 합창단이 출연합니다.

총 240여명이 출연하는 대규모 공연으로 4월24일에 갈라콘서트를 계획했으나 코로나19 비상사태로 불가피하게 보류 되어서, 잠정적으로 상반기 중에 갈라콘서트를 계획하고 있고, 본 공연은 9월25일과 26일 제주 공연을 시작으로 10월14일에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오페라 <순이삼촌>은 현기영 선생님의 소설 <순이 삼촌>을 원작으로 오페라로 재해석한 작품이며, 제주 출신이자 4.3 문학의 대표시인이신 김수열 선생님께서 대본을 맡아주셨고 저와는 여순사건 70주년 기념 오페라였던 1948 침묵을 함께 작업했던 작곡가 최정훈 선생님이 맡아 주셨습니다. 그리고 강요배 화백님과 강정효 사진작가님 등 많은 분들이 함께 마음을 모아주셨습니다.

ⓒ강정효

저는 이번 작품에서 예술감독과 연출, 각본, 그리고 주인공인 순이삼촌으로 출연 합니다. 그리고 제주 극단 가람의 대표이신 이상용 선생님께서 협력 연출로 함께 해주실 예정입니다.

제주 4.3을 소재로 한 첫 번째 오페라 작품이고 더욱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연장인 세종문화회관에서 제주 4.3을 소재로 한 콘텐츠가 공연된다는 점에서 제주도민을 비롯한 참여하는 모든 분들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함께 해주시는 모든 분들께서 단순히 출연만 하시는 공연 이상으로 힘을 모아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작은 바램이 있다면 우리 모두의 노력이 선의의 뜻을 이루어 오페라 순이삼촌이 인류애적인 관점으로 평화의 소중함을 되새기며 4.3으로 희생되신 분들의 넋을 위로하고 유가족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작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인터뷰 임효정(발행인)  / 사진 Ⓒ강정효 ⒸTHE MOVE 

 

<순이 삼촌>

 

임효정 기자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월간 더무브 THE MOVE,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임효정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