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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과 사람 3 한옥에 살고 싶다

 

한옥과 온돌-우리의 빛나는 문화유산

 

우리의 빛나는 문화유산은 수 없이 많다. 그 중에 가장 세계에 내어 놓을 만한 것은 무엇인가? 바로 한글과 금속활자 그리고 한옥의 구들이다. 한식 한복 한옥은 우리의 유산이지만 모든 문화는 각 나라마다 독특한 자기의 것이 있기 때문에 냉정히 말하자면 세계성에 있어서 뚜렷한 경쟁력을 갖기가 어렵다.

일본인은 일본 집이 좋고 미국인은 미국집이 좋다. 중국인은 중국의 집이 편하고 좋은 것은 우리가 한옥을 좋아하는 것만큼이나 당연하다. 그러나 구들과 마루가 있는 한옥은 그 성격이 다르다. 단순히 한국에 국한되지 않고 세계적으로도 통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사항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과거 두한족열로 인한 건강건축인 온돌의 효능과 불을 가두고-불은 가두면 꺼지는 성질이 있다- 위로 올라가는 수직적인 불을 연기와 열기를 나누어 사용하는 방법으로 수평으로 뉘여서 방바닥에 축열하는 제작 방법을 몰랐기 때문이다.

서양은 벽난로와 같이 ‘서있는 불’을 사용하고 우리는 불을 깔고 앉을 수 있게 ‘누운 불’을 사용한다. 단지 지금은 불을 직접 때어 취사와 난방을 동시에 하는 방법이 아파트에 사는 현대인들에게는 불편하기에 더 이상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의 한식과 한복은 전통을 고수하면서도 현대화가 되었다. 그런데 왜 한옥만 이렇듯 아직도 대다수의 서민들에게 푸대접을 받고 있을까? 그 이유는 우리 한옥이 너무 과거의 전통에 집착한 나머지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우리 현대인들의 필요를 만족하지 못하게 현대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전적으로 전통한옥을 보존에만 치중하고 현대화하지 못한 한옥기술자들의 책임이다.

 

전통은 편하고 익숙한 것

 

사실 전통은 어렵고 힘든 것이 아니다. 편하고 익숙하면서 나름의 품격을 갖춘 것이다. 그러기에 오랜 기간 동안 우리 한민족의 전통으로 지금까지 이어온 것이 아닌가. 불편하고 비싸고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다면 아무리 품격이 있어도 계속 이어올 수 없기 때문이다.

막연히 전통을 사랑하는 국수주의적인 의견처럼 ‘비록 조금은 불편하지만 우리 것이기에 참고 견뎌 내야 하는 것‘이 아니다. 한옥전통을 이어가기 위해서 지금 이 시대에 편하고 익숙한 한옥이 요구되는 당연한 이유이다.

지금 편하고 익숙하지 않으면 전통은 더 이상 이어갈 수 없다. 불편하고 추운 한옥은 과거 시절의 한옥이지 지금의 한옥은 아니다. 농경생활을 영위하는 과거의 생활 패턴이 바뀌어 지금은 좀 더 높은 실내온도를 요구하고 있다.

겨울에도 마루와 거실을 계속 사용을 해야 하며, 과거와는 달리 실내에 위생적이고 기능적인 화장실과 주방을 원하고 있다. 그래서 그리 비싸지 않으면서 편리하고 따뜻한 그러면서도 전통의 품격이 있는 한옥의 출현은 이 시대의 요구이다.

 

전통의 발굴과 보전 - 현대화와 대중화

 

물론 문화재와 같은 전통한옥은 발굴되고 보존되어야한다. 그와 더불어 우리가 지금 사용하고자 하는 이 시대의 한옥은 현대화되고 널리 퍼져 발전하고 편리하게 변해야한다. 전통을 발굴하고 보존하는 일이 중요한 만큼 지금을 사는 우리들에게 적합하도록 현대화되고 변해야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 그 한옥전통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다.

편리하고 아름다운 한옥에 살고 싶지 않은 한국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 왜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한옥이 아닌 양옥에 살고 있는가? 결론적으로 충분히 과거 전통을 잘 전수하였다 하더라도 좁고 춥고 불편한 옛날의 한옥에는 더 이상 살기 싫어서이다.

아무리 품격이 있는 한옥이라도 한겨울에 두꺼운 솜옷(파카)를 입고 -한 방송의 연예인의 보여주는 집처럼-살 수는 없지 않은가? 바깥화장실과 부엌은 이미 현대인의 생활에는 전혀 맞지 않다. 아무리 전통이 좋아도 그런 집에서는 도저히 살 수 없다. 그래서 결국 현대화의 길목에서 한옥은 천덕꾸러기였다.

“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 길도 넓혀서...” 하면서, 아주 적은 수의 전통 한옥들만이 문화재로 지정되어 국가의 보조를 받아 근근이 그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그 나머지 농촌의 민가 한옥들은 박정희 시대의 새마을 운동으로 거의 사라졌다. 또한 도시의 많은 전통 한옥들도 개발논리와 부동산 투기 붐으로 개발상과 소위 집장사들의 역할에 의해 거의 사라져 갔다.

그러나 다행하게도 최근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한옥 붐이 일고 있다. 전주의 한옥마을을 비롯한 외암리 마을과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되어 안동하회마을 경주양동마을 등 전통한옥마을 등이 다시 각광을 받고 새롭게 단장 되었으며 서울 북촌과 은평 한옥마을도 천정부지로 집값이 뛰고 있다. 나라에서도 수백억을 쏟아 부으면서 한옥의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그것은 바로 삶의 질의 향상과 우리의 정체성 회복에서 찾을 수 있다. 좀 더 품격 있는 우리 집-한옥에서 살고 싶은 것이다. 또한 아토피걱정이 없는 친환경적인 집에서 자연과 호흡하며 자연과 조화롭게 살고 싶은 것이다. 한옥의 장점은 그야말로 친환경성이다. 그러면서도 품격있는 공간과 우리 한민족에게 익숙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서양의 건축가들이 주장하는 친환경(ECO-environment)성은 우리 한옥의 핵심이다. 이런 한옥이 과거처럼 편리하고 품격이 있으면서 가격도 저렴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겨울, 따뜻한 아랫목이 있는 그런 한옥에 살고 싶다.

 

김준봉

중국 북경공업대학교 건축도시공학부 교수 (문화재수리기능자/건축사/공학,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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