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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Pick] 북유럽의 서정, 피아노와 관현악의 선율로 만나다<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207회 정기연주회>

 

 

지휘 정치용 & 피아노 손민수

Edvard Grieg & Carl Nielsen

‘노르딕(Nordic)’이라고 일컬어지는 북유럽 국가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의 자연은 높고 험준한 산들과 협곡을 형성한 바위산들 아래 빙하에서 녹은 물이 흐르는 피요르 등으로 노르드인(Nordmän 북쪽에서 사는 사람)들은 춥고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왔다. 이러한 자연환경 속에서 북유럽의 신화는 온화한 기후를 지닌 지중해 연안의 풍족했던 그리스, 로마 신화와 달리 분위기가 염세적이고 비극적이다. 전체적으로 비장함과 황량함이 지배하며 일년내내 춥고 거친 황량한 환경에서 생존해야했던 북유럽의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고대 북유럽 사람들의 거친 생존방식 속에서 형성된 심성적 측면은 문화와 예술에도 반영되어 왔다. 북유럽 신화 중 게르만족의 신화는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Der Ring des Nibelungen > 4부작의 원류 모티브를 이루기도 한다. 북유럽의 신화는 이후 다양한 분야, 특히 판타지 소설, 영화, 게임 등에 영향을 미치며 수많은 작품들에 차용되어 활용되고 있다. 그런가하면, 북극의 자연환경은 백야, 피요르드 협곡, 오로라 등으로 신비롭고 황홀한 자연 풍광의 정취를 제공함으로써 감성적 정서를 품게 한다. 이러한 북유럽의 정서는 예술가들에게 그대로 반영되어 나타난다.

북유럽의 대표적 작곡가들로는 그리고, 시벨리우스, 닐센을 꼽는다. <페르귄트 모음곡>, ‘피아노 협주곡A단조’ 등으로 알려진 그리그와 ‘핀란디아’ ‘투오넬라의 백조’ 등으로 유명한 시벨리우스에 비해 닐센은 많이 알려진 작곡가는 아니다. 그러나 그의 교향곡 제4번 ‘말할 수 없는 것(불멸)’ op.29 는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의 파리편과 애니메이션 <은하영웅전설>의 OST. 에 쓰이는 등 OST나 BGM으로 쓰이고 있다.

 

Edvard Hagerup Grieg

그리그(에드바르 하게루프 그리그 Edvard Hagerup Grieg 1843-1907)는 노르웨이의 민속 전통에 뿌리를 둔 섬세한 서정성으로 작곡한 민족주의 음악가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에게서 피아노을 배웠고, 멘델스존과 슈만 풍의 음악 전통에 영향 받았다. 노르웨이의 젊은 민족주의 작곡가 리카르트 노르로크와 교우하며 음악적으로 발전했고, 피아노곡 <서정 소곡집> <페르귄트 모음곡> <홀베르그 모음곡> 등을 남겼다. 가장 사랑받는 곡은 〈페르 귄트 모음곡 Peer Gynt〉 작품 23과 〈홀베르그 모음곡 Holberg〉 작품 40이다. 노르웨이의 춤과 노래를 편곡한 작품 17, 작품 66과 특히 〈노르웨이 농민 춤곡 슬로터〉 작품 72는 리듬과 화성에 대한 그의 예리한 감각을 보여준다. 성악곡은 A. O. 비녜의 가사에 곡을 붙인 작품 33과 시가 〈산의 요정 Haugtussa〉 작품 67이 있는데, 이 작품들에서 그리그는 시의 정서를 그대로 음악으로 표현했다.

 

카를 닐센

덴마크 태생 작곡가 칼 닐센(Carl August Nielsen 1865-1931)은 초기에는 바그너와 같은 후기 낭만파 음악에 반발해 브람스와 같은 신고전주의에 몰두했다. 그러나 점차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으며 신고전주의와 모더니즘을 융합시킨 음악으로 국민악파에 합류한다. 닐센 또한 다수의 국민악파 작곡가들처럼 민요를 사용한 작품을 다수 남겼다. 닐센은 1865년 덴마크의 소도시인 소르텔룽(Sortelung)에서 가난한 가정의 12남매 중 7째로 태어났다. 가족이 음악을 좋아했던 덕분에 어린시절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배웠고, 8세쯤에는 간단한 자장가나 폴카를 작곡할 정도로 재능을 보였다. 1884년 덴마크 국립음악원에 입학해 작곡가로서 기초를 다진 후 졸업 후 덴마크왕립오케스트라의 제2바이올린 단원으로 활동한다.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이시기에 '현악 4중주 F장조'로 작곡가로 첫 데뷔, 그리고 '현을 위한 모음곡'으로 덴마크 음악계에 작곡가로 이름을 알린다. 이후 교향곡을 비롯해 칸타타, 관현악, 실내악 등 많은 작품을 완성했다. 1차세계대전의 영향과 결혼생활의 불화 등으로 작품 활동이 주춤하다 전후 재기해 극음악 <알라딘>(1919), 자기 성찰을 담은 대표작이자 명작인 된 <교향곡 5번>(1920), <목관5중주곡>(1922)를 발표한다. 66세의 생애 동안 교향곡 6개를 비롯해 협주곡, 관현악, 실내악, 오페라<사울과 다윗> <가면무도회>, 가곡, 합창곡 등 무수한 작품을 남겼다.

 

정치용 지휘 & 손민수 피아노

무덥고 긴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시작될 무렵, 심원한 북유럽의 음악 연주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는 가운데,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정기연주회에서 북유럽의 대표작곡가 그리그와 닐센의 연주를 준비했다. 정치용 예술감독과 함께 그리그와 닐센의 작품으로 북유럽 특유의 신비한 정취와 서정을 선사한다. 그리그 <페르귄트 모음곡 1번>, 닐센 교향곡 4번 <불멸>을 비롯해 피아니스트 손민수와 함께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한다.

‘북구의 쇼팽’이라 불리는 그리그의 모음곡 <페르귄트 Peer Gynt>는 노르웨이의 극작가 헨릭 입센의 시극을 위한 극음악이다. 5개의 전주곡을 포함 행진곡, 무곡, 독창곡, 합창곡 등 전체 23곡인데, 처음 피아노 2중주로 작곡되었고 후에 8개의 관현악곡으로 편곡됐다. 노르웨이의 <파우스트>로 불리는 이 극의 내용은 고상벽과 모험심으로 가득찬 페르 귄트가 모로코, 아라비아, 미국 각지를 방랑하면서 겪는 여러 에피소드의 역정을 그리며 결국 나이가 들어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자신을 기다려준 연인 솔베이지 곁에서 죽음을 맞는다는 것이다. 초연 후 그리그는 연주회용으로 각4곡으로 된 2개의 관현악 모음곡을 만들었다. 제1모음곡이 ‘아침의 기분’, ‘오제의 죽음’, ‘아니트라의 춤’, ‘산 속 마왕의 궁정에서’ 이고, 제2조곡은 ‘신부의 약탈’, ‘잉그리드의 탄식’, ‘아라비아의 춤’, ‘페르 귄트의 귀향’, ‘솔베이지의 노래’ 다. 이 중 ‘솔베이지의 노래’가 유명하다. 솔베이지가 떠나있는 연인 페르 귄트를 그리워하며 부르는 것으로 목가적이면서도 향수가 짙게 베어 있는 애절한 곡이다. 그 외에도 ‘아침의 기분’ ‘오제의 죽음’ 등도 따로 연주되는 인기있는 관현악인데, ‘오제의 죽음’의 경우, 1974년 8월 15일 문세광에 의해 저격되어 사망한 고 박정희 대통령의 영부인 육영수 여사의 장례식 때 장송곡으로 사용되어 전국민을 눈물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각 곡은 서로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으면서 페르 귄트의 여정이라는 한 맥락으로 통일된다. 그리그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이 작곡된 해(1868년)는 그리그가 결혼한 그 바로 다음 해로 행복한 시기에 작곡된 작품은 낭만과 행복, 희망, 풍요로움, 화려함, 담백한 민족적 정취가 더한다. 이 ㅣ곡은 여러나라 음악 스타일과 함께 고국 노르웨이의 정서를 표현하려는 그리그의 노력이 담겼다.

1악장의 도입 부분 피아노의 강렬한 하강이 주는 영웅적이고 열정적인 분위기로 ‘그리그 사인’(Grieg’s Sign)‘이라 불리며 친숙한 곡으로 알려져 있다. 2악장은 피아노 협주곡 레퍼토리 중 가장 아름다운 멜로디로 손꼽히며 로맨틱한 선율의 정수를 보여준다. 3악장은 노르웨이 민속음악의 선율을 담아 소박하고 경쾌하며 노르웨이 춤곡 리듬인 홀링(Halling) 리듬이 곡 전체에 사용된다. 노르웨이 전통악기인 하당게르 피들의 소리를 흉내 내어 음색적인 시도를 더한 것을 알 수 있다.

노르웨이의 부유한 농가에서 태어난 페르는 아버지가 죽은 후 마왕의 유혹에 넘어가 집을 떠난다. 연인 솔베이그도 내팽개치고 세계 각국을 떠도는 페르가 내기를 일삼고 여자를 유혹하며 방탕한 삶을 살다 빈털터리 늙은이가 되어 집으로 돌아가는데 그의 여인이었던 솔베이그는 그를 용서하고 받아준다. - <페르귄트>

 

 

”음악은 생명과 같아서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

   - 칼 닐센

 

닐센, 교향곡 제4번 <불멸> op.29

닐센은 국민악파 작곡가 중에서도 대담한 음악을 지향해 독자적인 음악세계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시벨리우스와도 대조를 이루는데 시벨리우스가 자연의 위대함을 음악으로 표현했다면, 닐센은 인간의 기질, 내면의 성장 등을 다루었다. 교향곡 중 가장 대표작인 4번<불멸>은 제1차 세계대전에 작곡된 곡(1914-1916)으로 닐센이 굳센 희망의 의지를 담아 발표한 작품이다. 이 곡이 작곡된 시기의 덴마크는 중립국으로 전쟁에 휘말리지 않으려 애썼지만 덴마크인들이 독일군으로 참전하며 고통을 겪었다. 이에 전쟁에 저항하는 자세로 이 곡은 쓰였으며 닐센 개인적으로 가정의 위기를 겪는 시기였고, 20여년 봉직하던 부지휘자에서도 사임하여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시기였다. 전쟁에 대항하는 생명과 의지, 한 인간으로서의 가치 등에 대한 탐구로 작곡 2년 후, 이 곡에 “Inextinguishable“ 이라는 부제를 붙였다. 4악장 아타카 의 뚜렷한 대비와 함께 ‘조성의 갈등’이라는 이 작품의 각 테마를 살펴보는 것이 감상 포인트다. ”음악은 생명과 같아서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 라고 했던 닐센의 말을 상기하며 북유럽의 신비로운 화성 속으로 들어가보자.

임효정 기자

 

9.13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그 리 그|페르귄트 모음곡 1번

그 리 그|피아노 협주곡

닐 센|교향곡 4번 <불멸>

 

임효정 기자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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