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목민심서』
(정약용, 다산연구회 편역, 창비, 2013년 17쇄)

새삼 정약용이 그리운 이유는 무엇일까. 하필 이 시점 어느 정치인이 본인의 저서 제목을 「강진일기」로 발표하여 그 그리움이 더한 것일까?

세상이 시끄럽고 고칠 수 있는 힘이 없으면 옛 군자는 관직에서 물러나서 고향에서 자연을 벗 삼아 시를 쓰고 학문을 닦으며 후학을 양성했다고 하지만 그건 한가로운 소리이다.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싸움에서 진다면 생명의 안위를 보장할 수 없는 것이 조선시대 붕당정치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육신은 온 일가족이 무참히 죽음을 당해야 했으며, 김종서, 윤휴도 그렇게 죽어갔다. 심지어 왕위를 이어 갈 사도세자마저 권력의 싸움에서 뒤주에 갇혀 그렇게 죽어야만 했다. 영조의 왕위를 이은 정조는 자신의 아버지를 죽음으로 몬 노론의 증오는 극에 달했지만 화합과 새로운 미래, 부강한 조선을 위해 진정한 탕평책을 실시하며 재위 25년간 태평성대를 누렸다.

그러나 의문스러운 죽음 뒤 다시금 노론일색 정권으로 정치는 진행되고 정조의 총애를 받으며 능력을 발휘했던 신하들은 모두 유배를 가는 신세가 되었다. 그 중 한명이 우리가 잘 아는 정약용이다. 28세에 문과에 급제하여 동부승지, 곡산부사, 형조참의 등을 지냈으나 천주교 신자라는 혐의를 받고 노론벽파가 죽이고자 작정했던 국문에서 간신히 살아남아 전라도 강진에서 18년의 유배생활을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나 정약용은 현실의 정치에서 떠났지만 이상사회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서 강진의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쳤고 재주가 있는 아이는 열심히 가르쳤다. 『흠흠신서』, 『경세유표』 등 역작을 남겼다. 그 역장 중 하나가 이번호에 소개하는 『목민심서』이다.

제목부터 특이하다. ‘목민’. 백성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심서’라고 제목을 붙였다. ‘목민심서’. 유배지에서 현실정치를 할 수 없었던 그는 마음으로라도 어려운 백성을 위해 일하고 싶어서, 『목민심서』라는 불멸의 고전을 남겼다. 원래 『목민심서』의 내용은 방대하다.

특히 지방 수령의 역할을 상세히 다루고 있는데 일종의 표준 업무매뉴얼을 집대성한 것이다. 지방 수령으로 부임을 받으면 먼저 해야 될 일과 또 지방으로 갈 때 꾸리는 행장은 어떠해야 하며, 부임행차와 취임, 현지에서 업무는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를 다루고 또 각종 업무를 수행하면서 수령으로서 해야 할을 일을 방대하게 다룬다.

“무릇 수령은 자기 고을 사람과 이웃 고을 사람을 관아에 끌어들여 만나서는 안 된다. 관부 안은 마땅히 엄숙하고 맑아야 한다.”,

“위로 올리고 밑으로 내려 보내는 문서들은 기록해 책자를 만들어 뒷날 참고하도록 하고, 기한이 정해진 것은 따로 작은 책자를 만들어둔다”,

“혼인을 권장하는 정사는 우리나라 역대 임금이 남긴 법이니, 수령된 사람은 마땅히 성심으로 준수해야 한다.”,

“무릇 재해와 액운이 있으면 불탄 것을 구하고 빠진 것을 건지기를 내 것이 불타고 빠진 것처럼 조금도 늦추지 말아야 한다.”,

“환난이 있을 것을 생각해서 예방하는 것이 재난을 당한 후 은혜를 베푸는 것보다 낫다”,

“아전을 단속하는 일의 근본은 스스로를 규율함에 있다. 자신의 몸가짐이 바르면 명령을 하지 않아도 일이 행해질 것이고, 자신의 몸가짐이 바르지 못하면 명령을 하더라도 일이 행해지지 않을 것이다.”,

“타일러도 깨우치지 아니하고 가르쳐도 고치지 아니하며 세력을 믿고 속이는 간악한 자는 형벌로 다스려야 한다.”,

“옆에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하는 말을 그대로 듣고 믿어서는 안 된다. 그냥 부질없이 하는 얘기 같아도 모두 사사로운 의도가 들어 있다.”

정약용은 죽어 180년이 지난 지금에도 우리 대한민국에 준엄한 가르침을 준다.

이용준(편집위원, 원주시청 문화예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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