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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원석 같은 가치를 추구하다 _정치용 지휘자매 순간 최선으로, 100년을 이어갈 가치를 생각하다

 

정치용 지휘자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 예술감독)

국내 대표적인 교향악단으로 꼽히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제6대 예술감독으로 정치용 지휘자가 부임해 지난 2월 22일 취임을 기념한 음악회를 열었다. 이 날 음악회는 어렵고 무거운 곡으로 알려진 브루크너의 필생의 대작 ‘브루크너 교향곡 8번’ 단 한곡으로 유례없는 선곡에 놀라움과 함께 향후 코리안심포니의 행보에 새로운 관심을 끌게 했다. 초반을 지나며 점점 안정된 연주는 나름 기대 이상의 호응으로 청중들은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올해 코리안심포니는 정치용 지휘자와 함께 새로운 레퍼토리로 관객을 맞을 준비를 한다. 4월 교향악축제에서는 ‘스크랴빈 교향곡 2번’, 9월에 ‘닐센 교향곡 4번’ 등 다소 낯선 곡들이다. 취임 기념음악회가 끝나고 정치용 지휘자를 만나러 코리안심포니 사무실을 찾았다.

 

 

 

정치용 지휘자 ⓒ심규태

 

 

코심의 상주작곡가는 무조건 한국적인 냄새가 나는 것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속 발전하다보면 숨어있는 재능이 드러나고, 수준 높은 작품이 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 그때까지 코심은 기회를 주고 함께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100년 지나면 전통이 생기는 것이 아니겠는가.

                                                      ”

 

 

Q. 지난 취임 음악회에 대해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과 보완해야 할 점이라면?

 

‘브루크너 8번 교향곡’은 단원들의 저력은 물론 많은 경험이 필요하고 몰입하는 태도 등이 필요한데, 그런 것들이 긍정적인 신호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연주회의 완성도를 말하기에는 이제 시작이기에 다는 아니지만 부족하다 느끼는 부분은 음악적으로 소통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 본다. 서로 합을 맞추는데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지는 않다. 이번에 브루크너 곡은 일종의 과제였는데, 개인적으로는 정신적으로 중요한 부분으로 홍연택 선생님과의 약속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도 단원들과와의 음악적 교감을 생각해볼 때, 그보다 쉽고 재미있게 취임연주회로 좀 더 산뜻한 곡으로 시작해볼 수 있는 레퍼토리도 얼마든지 있었지만, 저는 그 길을 택하지 않았고, 그러고 싶지 않았다. 어려운 과제로 한번 부딪혀보자는 마음도 있었고, 홍선생님과의 약속도 있었고, 그런 것들이 나에게는 중요했고, 단원들도 연습하면서 서로 느낀 점들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만족스러운 부분도 있었을 것이고, 부족한 점은 채워나가고, 그런 것들을 앞으로 서로 간에 ‘과제를 가집시다’ 하는 시작점에서의 나의 메시지였을 수도 있다. 너무 쉽고 재미있는 것, 청중들을 의식해 취임이니까 화려한 곡으로 내가 스타가 될 수 있는 그런 것은 완전히 배제해버렸다고 할까. ‘브루크너 8번’을 취임연주회로 하는 것은 이세상 어디에도 없을테니까.

추모의 의미도 있었고, 그만큼 길고 어려운 곡을 통해 단원들과 손발을 맞춰보며 어떤 문제들이 생기나 시험해볼 수도 있었고, 그렇다고 청중을 무시한 것은 아니었고, 몰입감있게 연주를 들으셨다면 느끼셨겠지만 솔직히 그렇게 나쁜 연주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작은 실수들이 있긴 했지만, 자질구레한 것을 빼면 큰 틀에서 1시간 20분 동안 나름 괜찮았던 연주라고 할 것이다. 나는 연주가 끝나면 항상 내가 오늘 한 것이 최선이었다고 만족하는 편이다. 부족한 것은 채워나가자는 식이다.

 

- 관객들에게 앞으로의 코심은 '이렇게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을까?

그렇다. 올해 레퍼토리를 보면 알겠지만, 우리나라에 많은 교향악단이 있는데, 대개 레퍼토리가 비슷한데, 코심은 특별한 색깔을 담아야하지 않을까. 코심이 발레, 오페라 등 연 100여회의 반주를 하고, 외부에서의 이미지도 '생계형 오케스트라'라는 인식이 있는데, 적어도 정기연주회에서만은 새로운 레퍼토리를 찾아서 단원들도 관심을 갖고 불편하더라도 찾아보고, 익히면서 음악 하는 사람들로 자세를 잃지 않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티켓 파워가 다소 떨어지더라도 무대에서 우리가 즐거울 수 있는 레퍼토리를 찾고, 이런 음악을 했을 때, 분명 좋아할 수 있는 부류가 있을 것 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에 숫자는 적더라도 레퍼토리를 알차게 즐길 수 있는 관객이 오지 않겠나 하는 마음이다. 한편으론 <토요콘서트>를 예술의전당과 한 달에 한 번씩 하고 있는데, 굉장히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곡으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심포니와 협주곡을 선곡했다면, 정기연주회에서만큼은 예술적으로 특색 있는 곡으로 차별화해서 연주해야겠다는 것이 개인적인 포부이기도 하다.

 

- 연주력 상승이 과제이기도 할텐데, 코리안심포니의 가장 취약한 부분이라면, 또 이에 대한 보강 계획은?

취임연주회에서 처음 도입부분에 실수가 있어서 청중들에게 굉장히 집중력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었지만, 이어 점차 안정적으로 나아졌다. 보강이라면 두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는데, 잘하는 사람을 데려오거나 못하는 사람을 물갈이 하는 방법이 있고, 그것은 가장 쉬운 방법이다.

나의 방식은 시간을 갖고 수준을 끌어올리는 방안으로 기다리는 입장이기 때문에 빠른 변화와 혁신을 기대하는 사람들에게는 못마땅하게 여겨질 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연주자 입장에서는 생계의 문제와 연관되어 있어 자칫 불화로 이어질 수도 있어서 당사자들이 인정할 수 있는 때까지는 기다려주고 노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년 정도는 현재 단원들과 서로 알아가면서 맞추다보면 조금씩 윤곽이 드러나리라 본다.

 

- 코리안심포니와 함께 기대하는 목표는 ? 

음악을 하면서 목표을 세운다는 것이 어색하다. 하나하나가 가치 있고 소중한 것이라 여기고 외형적인 목표(브루크너 전곡 연주 라든가 하는)보다는 정신적인 목표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또 그렇게 살아왔다. 어떤 평가나 업적에는 별 관심이 없었고, 앞으로도 그렇지만 누군가에게 저 연주는 ‘보석 같은 연주’, 혹은 ‘살아있는 연주를 하는구나’ 하는 평가를 받고 싶은 욕심이 있다. 개인적으로 정치용이라는 지휘자에 대해 덜 알려져 있지만, 인기나 유명에는 요만큼도 관심 없는 것이 저의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떠난 후에 그 족적에 대해 좋게 평가받기를 원하고 그것이 제 목표이기 때문에 저는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다. 그동안 많은 지휘를 하면서 여러 평가가 있었겠지만, 여러 악단과 함께하며 단원들과 좋은 관계를 가져왔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는다.

 

- 코리안심포니만의 DNA가 있다면? 특별한 점이라면?

코심은 태동부터 남다르다. 일종의 외인구단적인 성격을 가지고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원래있던 곳에서 쫓겨난 것 같은 사람들이 뭉쳐서 잘해보자는 의지로 함께 하며 아픔을 갖고 모인 사람들이기 때문에 홍연택 선생님의 의지와 열정이 살아있던 오케스트라였다. 홍선생님 돌아가시고 큰 포스트가 사라지고 흔들렸던 시기도 있었고, 사재를 털어 해오다 힘겨워 그 후 국고 지원과 함께 국립예술단체 반주를 맡아왔고, 정체성 애매하게 지금까지 왔다. 코심이 정체성을 정확하게 찾았다고 하기 힘든 상황에서, 예술감독 입장에서 어떻게 스스로의 자부심을 일으킬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30대에 홍선생님을 알게 되고, 그 때 단원들의 열정적인 모습, 밤늦게까지 국립극장 창고 같은 곳에서 유지비 벌기 위해 찬송가 녹음도 하던 그 시절 – 그 DNA가 지금도 살아있다고 믿고 있다.

그 후 시간이 흘러 단원들도 많이 바뀌기도 했지만 오페라, 발레 반주하는 중에 임헌정 지휘자 때 브루크너 전집 녹음 등은 오케스트라 단원으로서 몰입감 가진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단원들이 많은 연주 횟수 등 열악한 환경 속에 피로감으로 정신적으로 정체성이 희미해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당신은 좋은 음악가고 악기와 함께 한 애증의 세월을 기억하며 음악 할 때의 행복감을 떠올릴 것”을 강조해 코심만의 자부심과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 ‘학구적인 지휘자’ 라는 이미지로 임헌정 지휘자와도 비슷하다는 평판인데, 시대의 트렌드가 재미있는 지휘자를 요구한다. 관객에게 자신의 매력을 어떻게 어필할 것인지?

감사한 말씀인데, 한편으론 ‘딱딱하게 보인다. 재미가 없잖아?’ 그런 뜻이기도 한 것 같다. 외부의 그런 평판에 대해 나름대로 깨보고 싶은 생각이 없지 않지만, 성향이 원래 그렇고, 그 이미지가 20여년을 굳어졌고,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쉽지 않은 것 같다. 임헌정 선생과는 수 십 년 지기로 형 아우하며 지내왔으니까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을 거다. 관객에게 어떻게 어필할 것인가는 내게는 화두 같은 거다.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서 관객과 보다 친화적인 태도를 시도하려고 하는데, 잘 안될 뿐이다. 청소년음악회때 해설을 해보니까 힘들었지만, 다각도로 노력하려고 한다. 

 

- 한국 오케스트라에 대해 '100년을 이어갈 전통과 가치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는데, 구제적인 실행 계획이 있다면?

유럽은 차치하고라도 유럽으로부터 파생된 러시아 등을 예로 보면, 레닌그라드나 모스크바필을 생각할 때 떠올릴 수 있는 곡이 있다. 쇼스타코비치, 차이콥스키, 라흐마니노프 같은 작곡가의 곡, 그런 것이 우리에겐 없다. 코심이 그 역할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또, 유럽의 경우 너무 좋은 작곡가가 있었기 때문에 그 곡으로 오케스트라를 발전시킬 수 있었다면, 우리는 전혀 그런 곡이 없어 지금부터 그 일을 해야 되는 것이라면, 그 선봉에 코심이 설 수 있다면 좋겠다는 것이고, 백년 뒤에 코심을 통해 우리의 훌륭한 작곡가 누구누구가 이런 곡을 쓸 수 있었다 하는 것이 나와야 제대로 된 전통이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어떤 오케스트라도 그 일을 한 적이 없어 기관으로서 오케스트라 구실을 제대로 못했다고 할 수 있는데, 그래서 이번부터 코심의 상주작곡가는 무조건 한국적인 냄새가 나는 것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처음에 유치할 수 도 있지만 계속 발전하다보면 숨어있는 재능이 드러나고, 수준 높은 작품이 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 그때까지 코심은 기회를 주고 함께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100년 지나면 전통이 생기는 것이 아니겠는가.

 

임효정 기자

 

 

 

임효정 기자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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