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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따뜻한 사랑의 소리_소프라노 손지혜손지혜 soprano
손지혜 Sop.

WHY? <마농> 왜 봐야 할까?

손지혜가 말하는 오페라 <마농>을 봐야 하는 이유:

“파리 최고 식당에서 먹기 아까운 요리 음미하듯”

나라마다 음악의 특색이 굉장히 다른데 <마농>에서는 프랑스만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을 너무나 잘 표현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불어 대사가 있는 오페라 코미크라는 장르가 가지고 있는 연극적인 요소들, 불어의 아름다움을 모두 함께 느끼실 수 있구요. 또 그것을 프랑스 연출, 무대, 의상 팀이 환상적인 무대로 꾸며놓아 흔히 먹을 수 없는 파리의 최고의 프랑스 식당에서 예뻐서 먹기 아까울 정도의 요리를 음미하는듯한 공연이 될 거예요.

 

 

국립오페라단이 2018년 첫 정기 공연으로 프랑스 대표 작곡가 줄 마스네의 오페라 <마농>을 창단 이래 처음으로 무대에 올린다. 국내 무대에서도 전막 공연은 김자경오페라단(1989)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국내무대에서는 보기 힘든 작품이다. 이번 <마농> 프로덕션은 프랑스 스탭이 대거 참여하는 정통 프랑스식 무대로 화려하고 세련된 감각의 프랑스 미학을 감상할 기회다. <마농>의 주역으로 출연하는 소프라노 손지혜를 통해 마농 이야기를 들어본다.

 

 

Q‘소프라노 손지혜는 누구인가?’ 자신을 관객(대중들)에게 어필한다면?

(이를 테면, 얼마 전 내한한 소프라노 다니엘 드 니셰 의 경우, ‘오페라계의 비욘세’, 조수미의 ‘신이 내린 목소리’ 같은 닉네임이 있다. 자신에 대해 매력적인 닉네임 혹은 자신이 대중적으로 덜 알려졌다고 생각한다면, 어떻게 인식되고 싶은지?)

이 질문을 받고 보니 제가 제 자신을 정의한다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저에 대해서 더 잘 표현해 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저의 바램을 말하자면 ‘영혼의 소리’와 같이 깊은 마음의 터치가 있는 목소리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더 욕심을 내자면 사람들이 오드리 헵번의 화려한 시절보다 그 이후의 행보를 기억하듯이 삶으로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 주인공 ‘마농’ 캐릭터는 ‘팜프 파탈’로 사치와 향락을 좋아하고 남자를 파탄에 이르게 하는 일종의 ‘나쁜 여자’ 인데요, 마농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출연을 결정한 이유는?

<마농>은 <라트라비아타>의 비올렛타역처럼 많은 소프라노들이 꿈꾸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라트라비아타>처럼 자주 공연되는 작품이 아니라 기회가 많이 없구요. 마농은 카멜레온 같은 변화무쌍한 캐릭터로 등장합니다. 15살의 순진한 소녀부터 모든 쾌락을 맛본 후 비극적으로 죽어가는 때까지 마농은 자신의 호기심이 많고 변덕스러운 성격처럼 지루할 틈이 없는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전해주죠. 마농이 가지고 있는 이런 마음의 소리는 이것을 보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현실을 사는 우리에게 이런 극한의 상황을 맛보기는 힘들죠. 마농의 이런 선택을 보며 우리가 살아가면서 해야하는 수많은 선택들에서 무엇을 택해야 할까 하는 생각도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마농을 연기하며 세상에서 가장 순진하고 철없는 소녀로, 보자마자 함께 도망갈 정도의 열정적인 사람으로, 너무 쉽게 변해버리고 사치향락에 흔들리는 마음, 사치향락에 취해 사는 사람으로, 그리고 이제 취하다 못해 중독과 파멸로 치닫는, 그리고 이 모든 결과로 죄값을 치뤄야 하는 후회 가득한 삶을 산 한 여인을 관객들께 한명의 ‘마농’이 되어 그 스토리를 들려드리고 싶어요. 이 모든 표현이 저에게는 도전이고 그것이 마농 출연을 결정하게 했습니다.

 

- 자신의 음역과 성량에 가장 적합한 배역이라면? 가장 잘하는 노래를 꼽는다면?

공연을 하다보면 저의 장점을 잘 보여줄 수 없는 역할들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 <마농>에서는 저의 음역과 성량뿐만 아니라 연기 부분에서도 가장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요.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해왔던 어떤 역할보다 제일 적합한 역할이 아닌가 싶습니다.

 

- 타 예술 장르에 비해 오페라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오페라는 종합예술이에요. 보통 기악을 좋아하는 분들은 기악연주를 가고 발레를 좋아하면 발레공연에 가고 연기를 좋아하면 연극을 보러 갈텐데요, 오페라는 이 모든 분야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라고 표현할 수 있어요. 필요할 때마다 개별적으로 빵집, 문방구, 정육점 등등 찾아갈 수도 있지만 여러가지가 필요할 때 모든 것이 함께 있는 대형마트에 가듯이요. 그때 지휘자, 오케스트라, 합창단, 성악가, 연기자, 무용단, 무대, 소품, 조명, 의상 등등이 어떻게 완전히 하나를 이루어 한 호흡을 이루어 나가는지 눈여겨보시면 다른 공연에서는 볼 수 없는 즐거움을 느끼실 거에요.

 

- 성악가의 길로 접어든 계기가 있었는지? (어릴 때부터 가수가 꿈이었나요?)

제가 태어나기 전부터 부모님이 음악학원을 하셨고, 그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너무나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재능을 알아보시고 길을 이끌어주신 은사님이 계시구요. 어떻게 보면 제 선택적인 삶이라기 보다 운명적인 삶이었던 것 같아요.

-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라면?

다른 곳에서도 많이 했던 얘기지만 지금까지 했던 공연 중에서 2014년 국립오페라단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물론 공연 자체도 굉장히 좋았지만 저의 노래 인생에 있어서 또 다른 시작이 되었던 작품입니다.

 

- 성악가로 만족감과 행복을 느낄 때는?

성악가로서 가장 기쁠 때는 제 노래가 사람들에게 위로와 기쁨이 되는 거에요.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내 자신을 드러내고 과시하는 성악가가 아니라 따뜻함을 품은 사랑의 소리로 듣는 이의 마음을 만지는 성악가로 인정받고 싶습니다.

 

- 후배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내 자신을 보며, 그리고 내 자신을 위해 노래하게 되면 굉장히 힘들어져요. 다시 말해 진정한 만족과 행복을 느끼기 쉽지 않죠. 그것은 또 이 <마농>에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나를 지배하기 시작한다면 결국 그것이 나를 불행의 길로 인도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목소리조차도 내가 맘대로 할 수 있는 내 것이 아님을 겸허히 인정하고 겸손함과 온유함으로 음악과 관객을 대하는 마음과 소양을 가진 후배들이 많이 나왔으면 합니다.

 

- 올해가 한국오페라 70주년이 되는 해라고 합니다. 한국 오페라가 발전하려면 관객들에게 널리 사랑받아야 할텐데요, 성악가로서 소감과 관객에게 사랑받는 오페라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국의 역사와 함께 걸어온 한국 오페라가 이 짧은 시간 안에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해온 것을 봤을 때 우리의 선배님들이 불모지와 같은 성악의 길을 가시며 한국에서, 또한 온 세계에서 흘린 땀과 눈물을 기억하게 됩니다. 그런 선배님들이 계셨기에 그 닦아놓은 길로 저희가 더 편하게 갈 수 있었구요. 지금의 세계적인 수준도 선배님들이 쌓아놓은 터 위에 발돋움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한 한국 오페라가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한국사람들의 예술적 재능과 열정과 관심에서 나왔다고 생각하는데요, 저희에게는 오페라 관객들의 더 많은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 세계에서 인정받는 한국 성악가들이 한국에서 더 좋은 무대로 선보이는 기회가 많았으면 합니다.

 

강영우 기자

 

 

강영우 기자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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