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는 우리음악의 길로 가고 있는가? 근세 이전에 국악만 있었다면 양악, 곧 서양음악이 밀려들어오면서 국악이 뒷전으로 밀리는 현상이 벌어졌음은 우리가 잘 아는 바이다. 그런데 대체로 1960년대에 우리나라의 양악 작곡가들이 국악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국악기를 위한 곡을 작곡하기 시작한 것이 우리음악으로 가는 하나의 분수령이라고 보는 분들이 많다.

서양 관현악과 국악기가 협주하는 ‘가얏고와 관현악을 위한 주제와 변주곡’이란 정회갑의 곡이 1961년에 연주된 것이 그 효시라면 백병동의 가야금을 위한 ‘실내음악’을 1965년에, 강석희는 국악타악기와 남성 성악을 위한 ‘예불’을 1968년에 발표하는 등 양악과 국악이 만나는 작품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1970년대에는 창작국악의 시대라 할 만큼 국악기와 양악기를 결합한 곡들이 쏟아지면서 국악 창작과 양악 창작의 경계가 모호해지기 시작했다.

1980년대에는 대학에 국악과가 전국적으로 설치되면서 여기서 배출되는 인재들이 국악관현악단을 설립해 활동을 왕성하게 벌였다. 80년대 젊은 세대들에게서 민주화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사물놀이가 급속히 퍼져나가고 국악가요들이 대중들의 인기를 끌면서 90년대에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도 국악을 즐기는 국악의 대중화 시대를 맞았다.

바야흐로 사람들은 양악의 범주를 넘어서서 국악 전통을 비료로 해서 우리들의 감성과 정서를 담고 우리의 가락을 싣는 음악들을 만들고 비비고 즐기게 되었으니 이것이야말로 우리 음악에로 큰 걸음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천 년대에 들어와 국악의 대중화는 더욱 가속화되어 이제 국악은 보존되어야 할 옛 음악이거나 난해하고 낯선 음악만이 아니라 우리들의 생활 속에 있는 친근한 음악, 또는 국악인만의 음악이 아니라 우리들의 음악으로 느껴지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국악 축전, 국악 일주, 우리 소리 체험마당, 창작국악경연대회 등이 잇달아 열리면서 국악이 우리음악으로 되살아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창작국악이 이처럼 대중화되고 곡목도 풍성해졌지만 국악계의 고민도 깊어졌다는 점이다. 계속 이렇게 가다가는 국악이 하향 평준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진 것이다. 

우리의 음악전통은 인간정서를 좀 더 높은 차원에서 순화시켜주고 세계 어느 민족의 음악과도 다르게 구별되는 독창적인 음악이었다고 할 수 있고, 종묘제례악과 판소리가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받은 것이 바로 이러한 음악적 완성과 독자성, 고유성이 있었기 때문이라면, 현재 쏟아지고 있는 창작 음악, 창작 국악들은 그러한 기대에 완전히 부합한다고 하기가 어렵지 않느냐는 것이다.

국악의 현대화를 우리음악으로 본다고 해도 아직 논쟁이 많다. 언제부터인가 집박자 대신 지휘자가 등장하고, 연주자들의 마음으로 타던 관현악 양식이 이제는 지휘자의 지휘에 따르는 피동적 양식으로 변화한다는 주장. 작곡의 감성도 우리 것 보다는 서양적인 것에 가까워졌고 음계도 평조나 계면조보다 서양음계를 더 찾는다는 지적, 끝나지 않는 국악기의 개량문제에다가 창작음악들이 날이 갈수록 서구적 음악 어법과 감성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공연양식, 감성, 음계가 모두 서양 것이고 연주 악기만 국악기인 창작곡의 국적은 어디인가라는 물음인 것이다. 과연 우리음악은 무엇이고 우리음악의 표현양식이나 방법, 감성은 어디까지인지, 여전히 우리는 많은 고민과 갈등을 안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대중적인 인기만을 추구하지 말고 음악작품 자체의 예술성이 높고 우리 민족 고유의 독창성이 살아나는 음악이 되어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이의를 달지 못할 것이다. 동서양의 적당한 혼합, 크로스 오버, 또는 흉내내기가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 음악과도 확연히 다른 독창적인 우리의 음악을 우리는 찾고 기다리는 것이리라.

이동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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