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손가락이 공연한 <신문지나무>는 1인극으로, 배우 황서원은 15년 동안 어린이연극만 한 배우인데 이번에 ‘아시테지’에서 올해 새로 만든 ‘자랑스러운 배우상’을 받았습니다. 오랫동안 어린이연극을 했을 뿐 아니라 흡입력 있게 극을 이끌어 가는 소중한 배우로 무대에 서왔습니다.

<신문지나무>의 무대는 나무들로 벽을 마감했고, 나무의자들이 놓여 있고, 무대 가운데에는 신문지로 만든 나무가 서 있습니다. 연극은 배우와 관객이 함께 신문지로 나무를 만들면서 시작합니다. 신문지를 돌돌 만 뒤 가위로 위를 조금 자르고 손으로 살살 잡아 빼니 신문지들이 따라 올라옵니다. 그렇게 만든 신문지나무를 무대로 가지고 나와 심습니다. (실제로는 나무 조각들 사이에 잘 박는 것). 관객이 심은 신문지나무 덕분에 무대는 더욱 풍성해졌습니다.

배우는 관객들에게 “나무는 우리에게 무엇을 줄까요?” 하고 묻습니다. 나무는 우리에게 맑은 공기를 주고, 먹을 수 있는 열매를 주고, 신문지를 만들 수 있는 종이를 주고, 햇빛을 가릴 수 있는 그늘을 주고, 비를 피할 수 있는 우산이 되어 준다는 걸 대사와 몸짓으로 표현했습니다. 이때 ‘산소’가 아니라 ‘맑은 공기’라고 한 대사와 동작을 표현하는 배우의 몸짓 때문인지 나무의 도움이 따뜻하게 다가왔습니다. 그 따뜻한 마음은 나무가 너무나 소중한 존재로 느껴지게 했습니다.

사람은 공기 없이는 살 수 없는데 나무는 공기를 줍니다. 사람은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는데 나무는 먹을거리를 줍니다. 심지어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종이의 원료이며, 한여름의 뜨거운 태양을 막아 주며 때로는 비를 피하게도 해 줍니다. 그런 소중한 나무가 무대 가운데 있습니다.

그런데 그 옆으로 좁은 도로가 나고, 양편에서 달려오는 작은 자동차 두 대가 맞섭니다. 할 수 없이 도로를 넓혔지만 이번에는 더 큰 차가 달려옵니다. 또 도로를 넓히고 더 큰 차가 오고, 또 도로를 넓히고 더 큰 차가가 오는 행위가 반복됩니다. 도로는 조금씩 넓혀지고, 자동차도 조금씩 커집니다. 하지만 결국 나무는 도로 안에 갇히게 됩니다.

그러다가 결국 나무를 피해 가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도로 모양이 찌그러지는 점 때문에 그 나무는 베어지고 맙니다. 나무를 베는 그 순간이 목이 잘려 나가는 느낌이었습니다. 관객들은 모든 동작을 멈추고,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숨이 멎을 듯하다 정적이 공연장에 흘렀습니다. 인간의 필요로 나무를 베는 행위가 목을 자르는 것과 같다는 것을, 나무를 지키기 위해 불편함을 참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가슴 깊이 느끼게 해 줍니다.

하지만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관객이 충격에 휩싸여 있을 때 배우가 여기를 함께 정리하자고 합니다. 그래서 쓰러진 나무며, 도로며, 자동차를 무대에서 치우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무대가 정리되고 나니 마치 앞서 있었던 일이 깨끗이 사라져 없던 일이 된 것 같았습니다.

연출가는 처음에는 나무가 베어진 상태에서 공연을 끝냈는데, 아이들이 충격을 받아 뭔가 마무리가 필요해 이 장면을 넣었다고 합니다. 극단 손가락은 북한산 아래 수유리에 30명이 들어갈 수 있는 소극장 ‘옐로우 바스켓’을 준비하고 다시 공연을 한다고 합니다.

공연을 마치면 극 내용에 맞게 어린이들과 함께 북한산 나들이를 한다고 합니다. 이 공연에서는 마지막 부분이 멋지게 바뀔 거라 기대해 봅니다. 우리 아이들도, 나무들도 더 이상 도로에 갇히지 말고, 자연 안에서 자유롭게 삶의 가치를 배워 나가는 세상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김소원 객원기자 (어린이문화연대 문화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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