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으로 생명을 부여한 <RESPIRA>가 한국무용제전의 가치를 고양했다. 2025년 제39회 한국무용제전 대극장 경연작인 이 작품은 2025년 4월 16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개최됐다.

춤·이음 무용단(예술감독 안병주)의 회장인 신화원의 안무인 이 작품은 춤이음 특유의 춤적 응집력과 표현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린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경연작 이상의 가치를 가진 이 작품은 무용가 신화원을 브랜딩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창작춤의 미학성을 제고했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

작품 타이틀 ‘RESPIRA’는 ‘숨 쉬다’, ‘호흡하다’라는 의미를 지닌다. 생명체에 있어 ‘숨’만큼이나 소중한 게 없다. 안무자는 메말라 가는 세상을 향해 생명(生命)과 공존(共存)의 소중함을 일깨우고자 했다. 한마디로 ‘생명춤’이다. 공존(共存), 공생(共生), 공영(共榮)의 첩경을 소외된 숨소리에 천착해 풀어낸 점은 통찰력을 보여준 대목이다. 2021 대한민국무용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한 안귀호 연출이 더해져 무대는 더 빛났다.

공연이 시작되면, 바람이 거세다. 무대 중앙에 여자 무용수(권미정)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인다. 타는 숨의 모습을 호스(hose)를 물고 있는 군무진이 구현한다. 절규하는 듯한 몸부림과 주역의 반응이 호응한다. 무대 후방에서 빨간 의상을 입은 성은경과 무용수들이 들어온다. 앞의 나쁜 기운을 몰아낸다.

푸른빛 조명 속에 여자 무용수 2명이 생명의 이중주를 들려준다. 이중주는 세찬 빗소리가 돼 가뭄 속 단비 역할을 한다. 5명의 무용수가 피어내는 생명, 위로, 상생의 움직임은 숨소리를 자연스럽게 불러낸다. 오케스트라 피트가 내려간 후, 감성이 농축된 군무의 응집력이 폭발적이다. 숭고미 가득하다. 합(合)의 숨이 대지의 생명에 나부낀다. 신화원은 마지막 장면에서 아이를 안고 있다. 생명력 부여에 주효했다.

생명은 홀로서기가 아니다. 나와 너, 우리라는 언덕에서 같이 숨을 쉴 때 참 생명력이 발휘된다. ‘부유하는 방랑자’를 ‘소외된 자’로 바라본 안무자는 소외의 목소리를 경청하고자 했다. 아(我)와 비아(非我)의 간극을 좁힐 수 있기 때문이다.

생명의 숨소리가 춤·이음 무대를 통해 세상에 묵직하게 화두를 던졌다. 내일을 향한 생과 생의 물결은 때론 고요하게, 때론 포효했다. 본(本)과 생(生)에 대한 철학이 담지된 이 작품은 한국창작춤 고유의 춤적 특질을 발현해 다시 한번 생명과 공존을 각인시켰다. 물과 물이 만난 합의 숨은 생명의 노래가 됐다. 생명의 영속성(永續性) 창출이다. 생명의 숨이 생명력 있게 춤으로 탄생한 순간이다. ‘RESPIRA’는 이제 춤이 됐다.

이주영 무용칼럼니스트  jy034@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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