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희 안무_블루 아워

이지희 무브포켓(MOVE POCKET)의 이번 세 작품은 독립작이되 점, 선, 면으로 이어지듯 하나로 수렴된다. <블루 아워>가 2025년 3월 8~9일(8일 관람),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 개최됐다.

세 작품에 대해 평자는 각각 다음과 같이 평한 바 있다. 2019 한국현대춤작가 12인전 무대에서 선보인 <Dots>에 대해선 ‘마침표 없는 마침을 <Dots>이란 작품을 통해 지성적으로 담아냈다’고 평했다.

<Dots> 듀엣

작가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아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2023년 서울문화재단 예술연구활동지원사업 선정작 ‘Pink Carbon Project, 예술의 사회적 실천을 모색하다’라는 제호로 쓴 글에서는 콘텐츠 측면에서의 ‘친환경예술 콘텐츠’, 융합 측면에서의 ‘의상과 무용의 화학적 결합’, 경영적 측면에서의 ‘ESG경영’ 지점 도달을 강조했다.

2022년 서울무용제 경연 부문에서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한 <블루 아워>는 ‘인류에 고(告)한 춤 보고서’로 명명했다. ‘춤을 통해 동시대적 사회 현상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움직임으로 사유한 무대’임을 역설했다.

가림다댄스컴퍼니(예술감독 손관중 교수) 대표를 역임한 무용가 이지희(한양대 겸임교수)는 출중한 춤 실력과 더불어 창의적 안무가다. 이번 아르코 무대에서 각 작품을 1, 2부로 구성해 자신만의 춤이 아닌 사회와 호흡하는 무용사회학(舞踊社會學)적 기치를 높였다.

Dots_이지희

이지희, 변민지의 듀엣 무대인 <Dots>. 두 명의 각자 솔로춤 후, 2인무로 이어진다. 격함과 부드러움을 완급 조절하는 힘이 상당하다. 편안한 전개가 돋보인 이 작품은 크고 작은 순간들인 점(點)의 점층적 확장을 통해 삶과 미래를 이어준 ‘커넥팅(connecting)’ 구현이 돋보였다.

저탄소 댄스필름 제작 과정의 가능성을 보여준 Pink Carbon Project의 <Our Skin>. 정윤정, 윤혁중의 움직임, 권재헌, 장한의 영상, 임소영의 친환경 의상이 삼박자를 이뤄낸 이 작품은 신체의 피부를 대지의 피부로 치환함으로써 이미지 형상화를 시도했다. ‘Our Skin’, ‘Pollution’, ‘Plastic’, ‘Return’이 제시하는 키워드가 직조돼 댄스필름의 성공적 안착을 알렸다.

블루 아워

블루(Blue)가 주는 색감은 일차적인 시각성을 넘어 사회, 환경 등 여러 면을 관통할 수 있다. 기호성 크다. 공연이 시작되면, 드론이 날기 시작한다. 무용수들의 느릿한 움직임이 시선을 끈다. 군무 속 물의 온도가 적외선처럼 형상화된다. 4열의 군무가 주는 비례미와 입체미는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다. 여자 군무와 남자 3명 무용수의 충돌과 어우러짐은 몸의 기호성을 높였다. 4장 ‘사막의 눈물’은 5장 ‘개와 늑대의 시간’으로 이어져 밀도감이 상승한다. 교차와 경계, 우울과 희망 등 안갯속 같은 삶의 단층을 통찰력 있게 짚어낸 <Blue Hour>는 메마른 땅 위에 숨을 불어넣으며, 생명이란 꽃을 오늘에 피워냈다.

‘기후위기 프로젝트’를 천명한 이번 무대는 사회와 환경에 대한 존중에서 비롯됐다. 안무자가 포착한 지점은 오늘이자 내일이다.

이주영 무용칼럼니스트  jy034@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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