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순신>

우리에게 장군 '이순신'은 이름 그 자체로 불멸의 뜨거움으로 다가온다.

남성합창단인 이마에스트리가 창단 20주년을 맞은 기념 무대로  이순신 탄신 480주년과 8.15 광복 80주년을 겸한 기념으로 애국심을 고취하는 창작오페라 <이순신>을 준비해 공연했다. (2025.4.25-4.27 국립극장 해오름)   

4월 27일 일요일 오후, 국립극장에서 창작오페라 <이순신> 막공이 열렸다. 1층 객석 대부분을 초대 손님과 노인 관객들이 가득찬 가운데, '다큐 픽션 창작오페라' 라는 타이틀로 이순신의 삶과 전쟁 스토리가 연대기적으로 뽑아낸 다큐의 부분 발췌로 전개됐다. 전체 오페라는 3막 1장 구성으로 1.2부로 나뉘어 공연했다. 무대가 열리면 정면 전체를 영상화면으로 배경삼아 바다 위 수군들의 배가 포진한 스펙터클한 화면과 함께  해전의 스토리가 펼쳐진다.

거대한 규모로 시선을 압도하는 입체적인 영상기법은 선명하고 뚜렷해 우선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의기와 시대불변의 정의가 무엇인가에 대한 강한 메시지가 노래에 실려 150분간 전해졌다.

영화 <명량> +<한산>+ <노량> 의 이야기가 적당히 두루 담긴 익숙함과 친근감으로 우리 장수들ㅡ송희립, 나대용, 정걸, 어영담 등 ㅡ의 이름이 반갑다. 수많은 전쟁 속 인물 중 중국 장수 진린과 일본 장수 와키자카 야스하루의 등장, 와키자카는 '정명가도'의 아리아를 불러 분노를 일으키고..

류성룡과 이순신의 만남을 시작으로 스토리의 주축을 이루며 한국어로 이어지는 노래가 쉽게 다가온다. 서곡의 아리랑으로부터 마지막 커튼콜 아리랑까지 민족적 정서를 부추긴다. 1막 2장의 수군의 군무와 합창 <필사즉생! 죽으면 살리라>, 2막 1장 <승리의 합창-학익진! 일시집중타>등의 아리아가 의기를 충전시킨다.

솔로 아리아의 음악은 대체로 비슷한 선율로 단조로운데 비해 중창과 합창이 두드러진다. 특히, 2막 2장 폐허의 전쟁터에서 이순신과 류성룡, 선조, 원균의 4중창, 이순신과 류성룡의 2중창, 수군들의 합창에 이어 피날레로 <승리의 대합창>까지의 중창 아리아는 보이오케스트라로 불리는 남성합창단 이마에스트리의 남성 성악의 매력을 한껏 발휘해 청중의 마음을 뭉클하게 한다. 특히, "끌려가네 시린 마음 묻어두고.. 아리랑 멀어진다.." 라며 노래하는 <일본으로 끌려가는 조선 노예들의 합창>에 이르면 비분강개함을 금할 수 없다..

그러나, 다큐픽션창작오페라로 명명한 오페라 <이순신>은 시종일관 무대를 압도하는 거대 영상에 가려져 남성합창으로 특화된 보이오케스트라의 특색이 그닥 부각되지 못했다.

연출이 있었나? 싶게 무색한 연출은 단조롭고 평이한 나열식 전개로 극적 갈등과 긴장의 묘미가 보이지않는다. 거대한 영화적 영상 기법은 처음의 시원한 눈맛에도 불구하고 계속 그대로 이어지면서 피로감과 출연자들의 존재감을 작게 만드는 단점이 있다. 영상의 장점을 살리는 연출적 방식이 필요함에도 노래와 스토리 전개에만 매몰된 경향이 아쉽다.

달빛 아래 대금 연주, 태권도 군무 등은 대중적 엔터테인먼트 재미와 더불어 K-컬처로 해외 연주 등을 고려한 요소로 보이는데 효과적일 수도 있겠다. 훈련된 합창단의 단원들은 제각각 배역에 따른 고른 기량으로 노래하는데, 이 또한 주역 가수의 아리아가 노래할 때 부각하는 연출적 방식이 요구된다.

익숙한 스토리텔링의 국뽕에 매몰되지 않는 위인전은 무엇보다 참신한 연출 기법이 필요하다. 오페라의 연출 비중이 커진지는 한참됐다. 우수한 우리의 성악가들 탁월한 기량은 당연한 기본으로 오늘날 음악의 향유는 다양한 매체적 전파로 쉽게 소비할수 있기 때문에 라이브 무대의 오페라 매력은 연출적 기법에 의존하는 경향이다. 오페라의 탁월한 성악적 기량은 당연한 기본으로 고전적 방식이건 레지테아터이든 다큐의 팩션과 픽션의 어디든 신선한 연출적 해석이 필요하다.

이는 실제로 어제의 관객 대부분이 노인층 관객들로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태극기부대가 떠오르게 해서는 안되지 않을까. 젊은 관객과 해외 진출을 향한 보이오케스트라만의 창작오페라의 미래 비전에 한층 심도 있는 탐구가 달려있다 할 것이다.

임효정 기자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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