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서울의 북쪽 외곽지역 강북문화재단의 발레<눈의 여왕>을 보기 위해 찾은 관람객들로 소나무홀 로비는 붐볐다. 서강석 대표 취임 후 기획한 흔치 않은 공연이었다. 서대표는 재단 설립 8년 차를 맞은 강북문화재단에서 다양한 장르의 공연 기획과 더불어 3.1운동, 4.19혁명 등 역사적 장소에 대한 정체성을 부각하는 축제를 새롭게 기획해 지역주민들의 자긍심을 고취한다. 

구청의 국민문화제<419합창제>에 이어 올해는 <제1회 419연극제>(3.28-4.19)를 통해 강북구의 정체성을 담아 지역 예술인들과 함께한다. 특히, 강북예술인들이 4.19혁명을 기념하기 위해 준비한 개막작 연극<하이타이>는 대한민국 최초 1인 30인 역의 모노드라마로 자부심이 크다. 무엇보다 지역문화진흥도 사람이 우선이라며 사람의 가치를 중시하는 서대표는 지역문화주체가 굳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Q. 강북문화재단의 올해 목표는 무엇입니까?

지역문화재단은 지역문화 진흥이 핵심이지요. 이른바 존재 근거입니다. 취임 첫해는 지역사회에서 역할과 위상을 높이고자 했습니다. 공연, 전시, 교육, 축제 등을 통해 구민들의 문화복지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인식 제고였지요. 일정 성과는 달성했다고 봅니다.

강북문화재단

올해는 강북구가 개청 30년이 되는 해로 재단도 강북 문화도약의 시대를 열고자 합니다. 강북다움의 지역문화생태계를 조성할 것입니다.  일상이 예술이고 예술이 일상인 강북! 문화의 향기 흐르고 배움의 즐거움 넘치는 강북! 함께 만들고 더불어 즐기는 문화 강북! 올해는 "역시 문화강북" 시작의 원년입니다.

-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입니까?

사람입니다. 지역문화진흥도 사람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람, 사람하지요. 그런데 어떤 사람이냐는 구체성에서 비어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한 예를 들자면 최고의 공연은 사람의 3위 일체입니다. 연주자도 관객도 우리 같은 문화기획자도 함께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이지요. 지역문화활동가 양성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좋은 문화사업도 지역의 활동주체가 없으면 일회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고, 지자체장이 바뀌면 일몰되는 좋은 문화사업도 많습니다. 그래서 사람입니다. 지역문화주체가 굳건해야 합니다. 

축제_강북 꿈꾸는 물고기

- 강북문화재단의 비전은 무엇인가요?

강북 지역문화진흥을 통해 구민의 문화복지 증진이 핵심 목적이지요. 지역 곳곳에서 문화의 향기가 흐르고 구민들의 즐거운 웃음소리 넘치는 그런 강북을 생각하면서 ‘오늘이 즐겁고 내일은 희망찬 강북’을 만들고 싶습니다.

- ‘역사로 꿈꾸고 문화로 빛나자’ 라는 슬로건인데, 지역의 역사적 특성이라면?

요즘 헌법 이슈가 핫하지요! 그런데 잘 모르십니다. 헌법 전문에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3.1운동의 발상지인 봉황각과 손병희 선생이 계신 곳이 강북입니다. 뿐만아니라 나라와 민족을 위해 헌신하신 이준 열사, 김창숙 선생, 이시영 선생 등 많은 선열들께서 계신 곳입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위대한 시작은 4.19혁명입니다! 국립4.19민주묘지도 강북에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강북은 역사적 성지입니다. 이러한 지역의 역사 정체성을 바탕으로 문화로 빛나는 강북을 지향하고자 합니다.

- 재단 설립 8년 인데, 지역사회와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고 협력하고 있습니까?

강북구는 재정적으로는 어려운 여건입니다. 소위 큰 기업도 단 하나 없는 실정이지요. 그러나 강북의 역사문화 자산은 어디에서도 만들 수 없습니다. 자연자산은 살 수도 없습니다. 역사와 자연은 곧 오늘의 강북이자 미래입니다.  재단은 지역의 소중한 자산에 지역 예술인과 주민을 연계해 강북다움의 지역문화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요즘 자주 듣는 "강북에서도 이런 공연을..."에서 "역시 강북이니까" 이렇게 변화 발전을 상상합니다. 

3월 조찬모임

참 소통, 소통.. 많이들 얘기합니다. 혹 전국에서 지역예술인과 매달 꼬박꼬박 조찬모임을 하는 곳이 있을까요? 소통은 일상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진정성이지요. 지역문화진흥의 주체인 주민과 예술인과 함께 하고자 하는 자세로 임하고 있습니다.

- 재단이 기획하는 올해 문화 프로그램 중 가장 주요한 프로젝트라면? 

올해 처음 시작하는 <제1회 419연극제>가 주요한 프로젝트 중 하나입니다. 419민주묘지가 있는 곳, 강북이 유일하겠지요!  작년에 강북에서 처음 선보인 <419합창제>가 있었어요. 전국에서 모인 419명! 사실 좀 안되긴 하지만... 하하(웃음) 419민주묘지에서 떼창의 감동은 잊을 수 없는 인생 장면입니다.

- 지역 커뮤니티와 재단은 잘 연결되어 있나요?

강북문화재단은 작은 조직입니다. 제가 2년 전 처음 왔을 때 13명이었습니다. 지금은 19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두 개의 공연장, 다섯 개 구립예술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100여 개 강좌 1,200명의 수강생이 있는 강북문화대학도 재단에서 합니다. 재단 일반회원도 만 이천명 입니다. 다양하게 지역과 연결되어 있지요. 소극장 강북진달래홀은 지역예술인이 만들어가는 커뮤니티 극장을 하고 싶습니다.

안애순 무용단 <어린 왕자>

8. 최근 강북구 관객들의 성향에 대한 변화의 흐름이 있다면?

‘강북은 이제 시작이다!’ 라는 자세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추세를 얘기하기는 어렵지요! 추세를 만들고 싶습니다. 참! 최근에 현대무용으로 재해석한 안애순 컴퍼니의 <어린왕자>.

 공연을 했어요. 지나가는 관객의 얘기입니다. "이런 공연도 강북에서 하네" 하나의 변화이지요. 아마 강북에서 현대무용은 처음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사실 강북이 현대무용의 시작인데...(현대무용은 크리스찬 아카데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사람’이 최우선이라는 서강석 대표의 경영 방식은 지자체인 구청과 직원들과도 협업이 잘된다고 한다. 지역문화재단의 모범을 만들고 싶다는 서대표는 아침에는 지역예술인들과 조찬모임을, 저녁에는 공연장에서 지역민들과 만난다. 군포문화센터, 군포문화재단, 하남문화재단을 거치며 다양한 성공사례를 만들어오며 이제, 강북에서 다시 변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임효정 기자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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