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금의 크로스오버라는 독창적인 예술세계로 ‘해금의 디바’로 불리는 강은일(59) 해금연주자가 <제30회 해금독창회>를 열며 산조 프로젝트를 이어간다. 40여 년간 전통음악에 탐색해 오며 해금의 대중화와 확장을 위해 여러 예술장르와 전통음악을 접목하는 꾸준한 노력으로 이른바 ‘해금의 시대’를 열었던 그가 다시 전통의 본질로 돌아가 원형을 탐색하는 무대, 산조프로젝트 3탄이다. 강은일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신으로 늘 새길을 열어간다. 1998 해금 솔리스트로 전향해 크로스오버 작업을 시작했을 때도 당시 국악 크로스오버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았던 때였으나 이후 독보적 아티스트로 자라매김했다. 수년 전부터 산조에 탐닉해 <나는 한범수 올시다> <나는 지영희 올시다>에 이어 이번에는 <나는 서용석 올시다>로 전통을 이어간다. 왕성한 창작욕과 실험성, 열정으로 전통음악을 향한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강은일. 30회 독주회를 앞두고 그의 음악여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Q. 30회 독주회를 여는 소감이 느껴지나요? (오랫동안 해금연주자로 활동해 오셨는데, 특별한 감동이 있다면?)

전통음악을 하고 있지만, 더 깊은 전통음악의 진수인 성음과  길, 한배, 구조 짜임에 대해 진솔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참고할 수 있는 영상 음원들은 무수히 많은데 그것을 내것으로 가져오기에는 쉽지 않았습니다. '진수'라는 요소 하나하나가 엮이면서 벌어지는 현상들이 애매해서 잘 모르겠거나, 자만심으로 발전이 더디 되는 경우가 많지요. 저는 그것들이 궁금하고 깊이 알고 싶었습니다. 누구나 알고 싶다고 다 알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몇 배의 관심과 노력 그리고 심미안이 필요하지요. 그리고 깨달은 것을 무대에서 실현해 내고 싶습니다. 그것이 이제 저의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공연을 준비하면서 하나하나 이치를 깨닫고 되어질 때 그만한 감동이 없습니다. 또 노력하는 그 길의 과정에서 귀인들도 만나고 스승도 만들어지고 동무도 생기고..감사한 마음이 배가 됩니다.  

- 해금을 처음으로 알리게 된 계기와 그 과정에서 어떤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세요?

 교육열이 높으신 부모님 덕분에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바이올린을 배웠어요, 서양음악이 우리음악인 줄 착각하면서 배웠을까요? 태교부터 서양음악으로 교육 받은지라, 그리고 집에 피아노를 위한 방이 따로 있었고, 처음 손에 만져진 악기가 피아노와 바이올린이어서, 국악교육이 안되어져 있었기에 착각했겠지요.

 중학교 3학년 때 충무로 연극집단을 찾아가 연극을 하다가 처음 대금이라는 (보물같이 느껴졌어요) 국악기를 만나게 되었지요. 신기하기도 하고 저의 마음에 어떤 움직임이 있었던 것 같아요. 

혼자 국악고등학교에 찾아갑니다. 그리고 “나는 이것을 해야겠구나” 다짐을 하게 되었어요. 아무도 알려주거나 하라고 강요하지 않았는데, 제 맘에 하고 싶은 열망 같은 싹이 움텄던 것 같습니다. 반대하시는 부모님을 뒤로 하고 결국은 학교에 입학했고 경험하는 모든 것들이 신기하고 황홀했습니다. 소리에 이끌리고 무대에 매료되고 열정을 함께 쏟아붓고 싶었지요.

집에서 낑낑 깡깡하며 연습을 하는데 대학생인 오빠는 공부하는데 방해가 되는 소리라고 복장터져 했어요. 열심히 연습하던  어느날 엄마가 제 방에 뛰쳐 들어오시면서

“어머 은일아 어제와 소리가 달라졌다 너무나 듣기좋다. 슬프면서도 감흥이 있고 참 잘한다” 라고 칭찬해 주셨어요. 그때, 그 계기가 예술가가 노력했을 때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생각하는 첫 시작이었습니다.  

- 해금을 선택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국악고 처음 들어가서 악기들을 처음 접했고, 그 당시에는 가야금이 대세였어요. (가야금하는 선배들 중 멋있어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지요) 각자 하고 싶은 전공에 지망할 수 있었는데 저는 지망 순위에서 계속 밀리고 탈락해 경쟁이 필요 없는 전공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어요. 그 악기가 바로 해금이었습니다. ‘너는 해금이나 해라’ 그 말이 귓가에 아직도 쟁쟁합니다. 나를, 해금을 무시하는 것 같아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두고보자 나도 해금도 완전 멋있게 변할 거야, 그렇게 내가 만들꺼야!!!’

다짐을 속으로 수도 없이 되뇌었습니다.

- 그동안의 여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무엇일까요?

 ‘변화’지요. 변하고 싶은 생각. 해금이 사람들과 만나게 하고, 동시대에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는 음악을 하고, 멋지고 아름답고 진솔된 무대 만들고 . 그것들을 사람들과 나누고, 누구나 만지고 연주해보고 가까워질 수 있는 악기로 나도 그렇게 성장 하면서 변화하고 싶었지요.

그 변화는 실로 대단한 변화였어요. 결국은 해냈으니까요. 짧은 시간안에 전국민이 해금을 모르면 간첩인 세상을 만들었지요. 어디선가 한번은 들어본 소리로 바꾸었지요? 게다가 해금의 위상을 높였지요. 가능성이 많은 악기. 외국의 그 유명하다는 아티스트(바비멕펄린,퀸시존스,펫 매스니,조수미,살타첼로, 피아졸라퀄텟. nhk오케스트라. 일본 바로크 앙상블 일본 사미센 연주그룹 요시다형제 등등)들과 함께 무대에서 연주를 함께할 수 있고, 충분히 국제 무대에서도 세상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는 악기라는 점이요. 

어깨를 견줄 수 있는 악기라는 점이요. 누구와도 만날 수 있고, 어떤 장르(재즈,락,문학,춤,대중음악,클래식,프리뮤직)와도, 어떤 악기와도 함께 대화가 가능한 악기..(그래서 해금 더하기 무엇으로 '해금 플러스'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답니다) 그렇게 해금이 가지고 있던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저를 만나면서 더 확장되고, 열리고, 실험, 실천 되었던 것이지요. 해금의 스펙트럼이 다양하게 넓어졌습니다. 저는 제자신에게 자랑스러워요. 태어나 뭔가 이 세상에 남긴 일이 아닐까요?

이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악기로 인식되면서 후배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증폭되고 열렸어요. 전통음악만 해야한다는 기본의 선입견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지요. 좀 더 큰 자유를 꿈꿀 수 있는 악기가 되었고 그런면에서 자유로운 악기가 되었어요. 락 음악하는 후배, 재즈와 함께 하는 후배, 대중음악하는 후배, 클래식과, 즉흥음악과 춤과 연극과 다양한 각도에서 갖는 직업군과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내며 자기 자리를 찾고 다양한 분야로 새로운 영역을 확장하게 되었답니다. 20년간의 저의 노력이 그런 세상으로 가는데 일조하였다고 봅니다.

이제부터는 넓어진 스펙트럼 만큼 깊이도 깊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통을 다시 들여다보며 정신을 듣고 에너지를 얻으며 다음단계로 도약할 준비를 합니다.

- 해금의 고유한 매력을 표현하기 때문에, 어떤 감성적인 접근 방식이 있었을까요?

해금은 소리 그 자체로 독특한 소박한 매력을 가졌고, 또 그 안에서 나오는 농현이나 시김새 활질에서 나오는 감성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고 이끌게 만들어요. 특히 욕심없는 소리(활질)를 낼 때 여백의 미와 함께 소박한 삶과 비유되어 각성이라는 단어를 생각하게 된다고 합니다.

활대를 사용하는 운궁법과 왼손 줄을 주무르는 그 기술을 터득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 느낌을 표현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리고 무엇과 만나서 협주 할때는 그 상대방이 말하려고 하는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소리가 큰 악기와 같이 협연할 때 해금은 아무리 소리를 크게 한다고 해도 당해 낼 제간이 없지요. 당연히 다른 방법을 찾아내야 합니다.

- 이번 독주회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준비하셨나요? 관심 있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몇해 전부터 산조 프로젝트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해금산조류의 명인들을 한분 한분 모셔다가 음악이 어떻게, 왜 나왔을지 연구하고 명인들의 꿈이 무엇이었을지를 생각해 보는 프로젝트입니다. 명인님들 살아생전에 뵙고 질문드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선생님들 가락을 만져보고 타보고 호흡을 같이 하며 제가 가야 할 길을 생각해봅니다.

그동안 <나는 한범수 올시다>. <나는 지영희 올시다> 를 무대에 올렸고, 이번 세 번째로 <나는 서용석 올시다> 입니다.

- 해금 연주자로서, 전통과 현대 음악의 균형을 맞추는 데 어려운 점이 있습니까?

(전통적 해금 음악과 현대적인 해금 음악을 어떻게 조화롭게 작동할 수 있는지, 강은일만의 연주 기법이 있다면?)

저는 현대음악에 조금더 특화 되어 있는 연주가처럼 비춰지지만 전통에도 많이 심취해 여러장르의 전통에 대한 공부하기를 좋아합니다. 특히 굿에서 발생한 음악들에 관심이 많고요.

전통에서 나오는 기법과 수법 호흡 등을 현대 음악에 적절히 안배하고 차용해 연주하면 훨씬 더 화려하고 색채감 있는 음악으로 변하게 되더라구요. 보편성과 독창성이 보이는 예술로 승화된다고 할 수 있을까요?

- 미래의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나는 강은일 올시다’를 통해서 나는 누구인지, 무엇인지를 깨닫는 것, 제자들을 잘 가르치고 키우면서 남은 무엇인지를 깨닫는 것, 만인의 해금으로 세상을 예술로 깊어지게 하여 사람이 살만한 곳으로 인양하는 것입니다.

- 지금까지 연주자로서 삶을 통해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특별한 경험이 있다면?

1) 신림동 청소년 쉼터에 가서 학생들과 함께 울며 연주했던 기억이 납니다.

2) 폐교 되어지는 학교에 찾아가 교실에서 리허설 하는데 창가로 들어오는 햇살에 행복해 하며 연주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3)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살타첼로와 협연하던때 관중과 연주자와 호흡과 바램이 하나로 일치되던 그 순간을 잊지 못합니다.

4) 바비멕펄린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둘이 공연했을 때 우레와 같았던 그 함성과 박수 갈채를 잊지못합니다.

5) 미국 캘리포니아 디즈니홀에서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고 끝났을 때 박수갈채를 잊지못합니다. 커튼콜하면서 제가 막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6) 헝가리.코스타리카.스웨덴 등 외국 공연에서 수없이 받은 박수갈채와 환호성들. 기사들.

7) 청와대 공연에서 끝나자마자 노무현 대통령님이 달려나와 제 손을 잡아주시며 칭찬 듬뿍해주셨던 장면,

8) 2018년4월 27일 평화회담 만찬장에서 문재인 대통령님 김정은위원장님 두 정상분들 모시고 한 그 공연은 잊쳐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 이 계절에 듣기 좋은 해금 곡으로 추천한다면?

제 음반을 추천해도 될까요? 언제 들어도 좋을것같습니다

1집 오래된 미래  (비에젖은해금, 헤이야, 비상, 오래된미래 등)

2집 미래의 기억  (봄날. 미래의 기억, 눈사람, 서커스 등)

3집 선물  (남몰래 흘리는 눈물, 구름의태동,카루소, 도나우강의 잔물결 하바나길라,썸머타임등)을 추천드립니다.

그 외 4집 해금랩소디. 정음반 만남 음반등이 있습니다.

임효정 기자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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