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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극단 모시는사람들 <호랑이의 꽃길>

 

어린이 관객에게 배운다

 

하늘에서 꽃비가 내리고, 호랑이가 죽어갈 때 객석에 앉아 있던 아이들은 슬픔에 젖었다. 흐느껴 우는 아이도 있었다. 나무꾼 순몽이가 호랑이를 안고 울 때, 하늘에서 “금몽아, 내 아들아!” 하는 엄마의 소리가 들리자 내 옆에 앉아 있던 아이가 “하늘나라에서 만나나 보다.” 하고 혼잣말을 한다. 아이들의 가슴을 한껏 적신 이 작품은 극단 모시는사람들이 공연한 <호랑이의 꽃길>이다. 호랑이가 꽃길에서 만난 건 엄마였다.

아이들이 슬픔에 젖은 이 장면에서 나는 냉정했기 때문에 아이들의 감성에 감동했다. 어린이들은 등장인물의 감정에 쉽게 공감하고,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이야기의 주제를 직감으로 알아차린다. 엄마의 소리가 들렸을 때 나는 호랑이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엄마의 마음이라고 생각했는데, 옆에 앉은 아이가 하는 말을 듣고, 엄마와 호랑이가 만나는 거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 무대는 스크린에 비친 엄마의 무덤에만 빛이 있었다. 어두운 가운데 하늘에서 내린 알록달록한 여러 종잇조각들은 별처럼 반짝였다. 무대연출은 아이들의 감성을 더욱 자극하였으리라. 내가 이 훌륭한 마지막 장면에서 냉정했던 까닭은 이야기의 흐름에 깊이 빠지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호랑이의 꽃길>은 옛이야기 ‘호랑이 형님’ 이야기와 다르게 호랑이가 엄마와 동생 순몽이가 하는 이야기를 듣다가 순몽이가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미리 알았다.

그런데도 호랑이는 한결같은 마음을 갖는다. 호랑이가 한결같은 마음을 갖으려면 나무꾼 순몽이와의 우애든, 인간 엄마와의 교류를 앞서 보여줬어야 했는데, 그 점이 없었다. 그래서 엄마가 “금몽이를 내 아들로 삼겠다.”는 말은 뜬금없어 보였다. 이 지점에 묶여 그 뒤부터는 극에 몰입하기 힘들었다. 우애는 이 사건 뒤에 나타났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호랑이와 순몽이, 엄마의 감정에 몰입했다. 아이들은 나보다 관대했다. 나는 멋진 조명과 힘쓰며 열심히 하는 배우들 앞에서도 감정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아이들이 없었다면 나는 이 공연을 깊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공연이 끝난 뒤 설문조사에 응하는 아이들한테 포스터를 주는 행사 자리에 가 보았다. 아이들이 직접 설문에 답하기도 하고, 부모가 묻고 아이가 답하기도 했다. 물론 부모가 혼자서 하는 경우가 더 많았지만. 나는 몇 명 아이들이 하는 것을 유심히 보았다.

아이들은 극이 재미있었다고 했고, 가장 점수를 덜 받은 항목은 무대 소품이었다. 보통에 동그라미를 많이 했다. 그렇다고 아쉽게 느낀 이야기 흐름에 대해 내가 잘못 이해했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은 이렇게 쉽게 감동한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아이들은 직감으로 감동하고, 웃는다. 이런 사랑스런 관객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더더욱 정성들여 만들면 좋겠다. 서사구조에 조금 더 신경 쓰면 좋겠다.

<호랑이의 꽃길>은 도깨비 두 명이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도깨비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이 되었다가 극 중 인물로도 변신해 나무가 되기도 하고, 멧돼지가 되기도 한다. 공연장으로 들어서니 무대는 단출했다. 극단에서 내놓은 ‘보도자료’를 읽어 보니 ‘미니멀한 무대를 한가득 채워내는 것은 상상력입니다. 무대가 드러내는 여백과 상상의 이야기를 통해 관객의 상상과 특별하게 만나게 됩니다.’라고 쓰여 있다.

이 극단은 이야기를 중요하게 본 듯하다. 그래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도깨비를 중요하게 설정했고, 극을 열고 닫는 역할을 맡았다. 극에서 변화무쌍한 역할을 하는 역할로는 변화무쌍한 특성을 갖는 우리의 도깨비만한 인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극단 의도대로 이야기가 주는 맛이 그리 살지는 않았다. 특히 호랑이의 죽음에 슬퍼하고, 호랑이가 엄마를 만나 안도했던 아이들에게 도깨비가 나와 ‘형, 누나 동생과 사이좋게 지내야 된다’는 말로 훈계하면서 극을 마무리했던 부분이 크게 아쉬웠다. 이야기를 통해 관객의 상상과 만나게 한다는 의도를 살리려면 도깨비의 훈계는 없는 게 낫기 때문이다. 감성이 풍부한 우리 아이들은 잔소리처럼 말하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느끼고 있다.

 

김소원 객원기자 (어린이문화연대 문화국장)

THE MOVE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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