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 안무_'나의 아갈마'

무트댄스가 30주년을 맞았다. 1994년 김영희무트댄스를 시작으로 2019년 사단법인으로 전환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사)무트댄스(이사장 김정아)의 <BE-MUT>은 2024년 12월 12일과 15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진행됐다.

12일은 김영란 안무, 정석지 조안무의 ‘두 번째 화살’이다. 1995년에 초연된 ‘모르는 사이에’를 모티브로 이번 무대에서는 불가항력적인 첫 번째 화살이 아닌 스스로가 만들어내는 고통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부여한 두 번째 화살로 명중시켰다. 이 글에서는 15일, 4명의 안무작을 중심으로 평하고자 한다.

20~40대에 이르는 안무자들은 ‘무트(MUT)’의 의미와 춤철학처럼 창조를 향한 의지와 용기를 담아 각자의 시선으로 풀어냈다.

최시울 안무_21g

첫 문을 연 작품은 최시울 안무 및 출연의 ‘21g’이다. 21그램은 ‘영혼의 무게’를 뜻한다. 조명이 켜진 상태에서 무대 앞쪽에서 최시울의 무브먼트가 시작된다. 탑조명 아래 오케스트라 피트 앞쪽에서 껌을 씹는다. 막이 오르면 머리에 풍선이 매달려 있다. 램프가 내려오면서 공연은 마무리 된다. 다가오는 49일을 맞아 사랑하는 이의 영혼과는 이별을 고하지만 그 사랑은 영원히 간직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풍선껌, 풍선, 램프 등 오브제의 유사성은 단순한 물성(物性)이 아니라 ‘21g’이 지닌 메타포를 춤으로 형상화했다는 의미가 있다. 실험성과 창작성 좋다.

우지영 안무_;놓치는 연극'

블랙 의상을 입은 5명이 행진하듯 무대 오른쪽으로 걷는다. 우지영 안무 ‘놓치는 연극’이다. 성찰과 극복, 도전의 메시지가 솔로춤을 통해 무대에 퍼져 나간다. 다양한 춤표정이 어린 2인무, 4인무가 시선을 끈다. 무대 왼쪽의 작은 불빛이 등대처럼 켜져 있다. 짙은 음악 속에 5명의 춤이 경건하다. 조상희, 유다빈, 강은비, 이수정, 홍채은, 우지영이 출연한 이 작품은 성숙한 척 못내 견뎌온 시간을 반추하며, 다시 길을 걷고자 하는 의지를 춤으로 잘 처리했다. 놓치는 연극이 많은 삶이다.

강다연 안무_'에덴을 넘어'

사랑의 마음 품기를 희구하는 강다연 안무 및 출연의 ‘에덴을 넘어’. 히브리어로 ‘환희의 동산’, ‘태고의 정원’이란 뜻을 지닌 ‘에덴(Eden)’은 이상향, 낙원이다. 이 작품에서는 에덴이 목적지가 아니라 그 너머다. 흰 의상을 입은 강다연이 무대 앞쪽에 위치한 새 조각을 향한다. 마지막 장면에서도 새를 응시하며 마무리된다. 작품에서 새는 오브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타자이자 자아다. 순환의 의미도 감지된다. 나아가는 길에 대한 나침반이요, 사랑의 빛을 간직하고 나누고픈 메신저이기도 하다. 삶에 대한 감사까지 담은 솔로춤이 유유하다.

6명의 무용수 머리 위 사각 물체가 빛난다. 전형성 강한 무트의 호흡이 숨을 내쉰다. 들숨과 날숨이 교차된다.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이자 철학자인 자크 라캉(Jacques Lacan)은 우리가 원하는 그 어떤 것, 하지만 서로가 가지고 있지 않아서 줄 수 없는 그 어떤 것을 ‘아갈마(Agalma)’라 명명했다.

김지원 안무 ‘나의 아갈마’는 내 속에 있는 소중한 그 무엇을 모두가 알기를 소망한다. 백소영, 전수산나, 오승희, 임지우, 이정원, 정지혜, 김지원이 출연한 이 작품은 종반부의 몽환적 분위기가 복선 역할을 하듯 나와 너를 넘어 우리라는 관계에서 마주하는 ‘시대적 아갈마’, ‘상황적 아갈마’, ‘사회적 아갈마’까지 아우른다. 묵직한 화두를 던졌다.

무트댄스 30주년 기념공연 <BE-MUT>의 4명 안무자 무대는 철학과 춤이 점철된 참신성 강한 무대였다. 춤의 내일을 부른다.

이주영 무용칼럼니스트  jy034@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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