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침묵한다_안무 강지혜, _사진 최시내

공연 제목이 주제를 말하고 있는 <바다는 침묵한다>.  2024년 12월 19일(목), 대학로예술극장에서 묵직한 화두를 던졌다.

강지혜댄스컴퍼니 대표이자 윤미라무용단 대표를 맡고 있는 강지혜의 안무작 ‘바다는 침묵한다’는 순도높은 창작성으로 무용의 사회학적 시각을 무대에서 구현했다. 2023년 12월의 ‘춤･작가전’에서 ‘氷:빙’을 통해 환경, 트렌디한 이슈 등을 선점해 자연과 인간의 공존이란 숭고한 길을 춤으로 탐색한 바 있다. 해당 작품에서 단초를 마련한 이번 무대는 전막으로서의 완결을 위해 구성, 오브제, 움직임, 음악 등 다양한 요소를 적극 활용해 바다의 침묵이 강함을 인류사회에 고(告)했다.

인류는 공동체다. 자연, 기후, 환경 등 공존이란 이름을 부여하는 개체들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운명과 동행하는 요소다. 안무자는 직면하고 있는 환경 위기의 현실을 성찰적 시각과 미학적 관점으로 직조시켜 인간과 자연이란 두 수레바퀴의 오늘과 내일을 짚고자 했다. 병들어 가는 바다, 그 신음하는 바다의 소리에 귀기울여 함을 역설(力說)했다. 침묵하는 바다에 생명을 부여한 무대다.

공연이 시작되면, 물소리가 들린다. 탑조명 아래 현(絃)의 울림 속 느릿한 솔로춤이 대지를 적신다. 끝없는 비로 대지를 적시는 ‘물의 땅’이 시각화 된다. ‘물의 땅’, ‘검은 눈물’, ‘유한의 바다’로 전개되는 작품구성에서 첫 대목이 편안하게 객석에 전달된다. 솔로춤과 군무가 어우러져 활기차다. 무대 중앙에 위치한 붉은빛 도는 원형 구조물의 메타포가 강렬하다. 춤이 온기를 더해 침묵과 외침을 오간다.

비닐봉지를 든 여자 무용수의 솔로춤과 검정색 의상을 입은 군무, 빠른 템포의 군무 속 솔로춤의 대조미는 강렬함을 넘어 춤을 다시 한 번 조각하는 미학성을 발현했다. 대조는 비교를 넘어 점층(層漸)과 점감(漸減)을 오갈 수 있는 장치다. 안무자의 재치다.

검은 눈물을 흘린 바다는 유한함에 다다른다. 종반부는 이번 작품의 하이라이트다. 안무자가 가장 역점을 둔 포인트 장면이다. 무대에 무수히 널브러진 쓰레기 봉지들, 그 속을 유영하는 무용수들, 물이 담긴 비닐봉지 하나 등이다. 이들은 안무를 통해 침묵의 소리를 전한다. 고요하되 거침없다. 거침없되 고요하다. 바다의 침묵이 주는 경고를 직설적임이 아닌 때론 역설적(逆說的)으로 전달한다. 무엇보다 어지럽게 놓인 비닐봉지들의 색깔이다. 봉지들은 무채색이 아니라 컬러풀(colorful)한 색을 사용해 강렬함을 주었다. 이는 화려한 쓰레기가 주는 내적 외침이라 볼 수 있다. 시각성이 강한 무용예술에서 오브제의 적절한 선정과 구현은 작품의 이미지와 서사를 담아내는 데 긴요하다. 안무자는 이런 점을 놓치지 않고 수용함으로써 커뮤니케이션 전략에 성공했다.

한국춤의 현대화 작업을 수행하고 있는 안무자 강지혜는 ‘사과’, ‘이방인’, ‘홀로추는 춤’, ‘숭고한 입맞춤’, ‘나를보다’, ‘氷:빙’ 등 다수의 안무작을 낸 무용가다. 최지원을 비롯해 이화연, 김민아, 신애린, 이진아, 추한율, 강민정, 김조은, 김채원, 박효빈, 이채연 등이 침묵의 소리를 전한 메신저로 참여했다. 바이올린, 피아노, 더블베이스, 기타, 베이스기타, 드럼 등으로 이루어진 세션은 춤의 감정선을 효과적으로 담아내는 데 기여했다.

바다라는 자연, 자연이란 환경에 주목해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공생을 창작성 있게 구현한 이번 작품은 무용의 사회학적 시각에 춤미학을 교차시켜 2024년도를 의미있게 매듭진 무대다.

이주영 무용칼럼니스트  jy034@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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