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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삶의 화두, 죽음에 대한 메타적 춤서(書)_사자의 서국립무용단 ‘사자의 서’
  • 이주영 무용칼럼니스트
  • 승인 2024.06.10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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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의 서

죽음을 통해 삶을 성찰하다. 국립무용단의 ‘사자의 서’가 2024년 4월 25~27일(26일 관람),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올려졌다. 김종덕 예술감독 취임 후, 첫 안무작이 무엇일지 귀추가 주목된 가운데 그가 선택한 것은 망자의 49일간 여정이다. 원전은 죽어가는 자와 죽은 자를 위한 안내서인 티베트 불교의 전통 경전 <티베트 사자의 서>다.

근간은 여기에 두되 안무자는 대만 작가 차웨이 차이의 설치전 <바르도(Bardo)>에서 창작적 영감을 받았다. ‘죽음과 환생 사이의 중간과정’이라는 의미에서 알 수 있듯 이 작품은 삶과 죽음, 산자와 남은자까지를 아우르는 메타(meta)성 강한 무대다. 문학, 종교, 무용이 만나 죽음의 미학을 보여줬다.

공연이 시작되면 9명이 앉아 있다. 무대 중앙 위에는 허공을 부유하는 망자들이 심판을 기다린다. 시각적 효과 크다. 복선 기능도 있다. 망자들은 각자의 위패를 두드린다. 불안과 황망이 교차된다. 무대장치 중 세로문의 개폐는 삶과 죽음, 죽음의 과정을 오가는 통로이자 감정교환이 생성, 소멸되는 역할을 한다.

 

오케스트라 피트에서 군무진이 올라온다. 숭고미 가득하다. 망자 역 조용진의 솔로춤이 죽음의 강 자체가 되어 흐른다. 망자의 독무에 스며든 다층적 감정은 이 작품을 끌고 가는 힘이다. 조명이 밝아지면 10명의 군무가 시작된다. 김재덕 음악 특유의 긴장감은 중독성을 더해 밀도를 높인다.

책을 뺏고 뺏으며 망자의 회상이 시작된다. 남녀 세 커플 춤은 감정폭이 넓다. 회상 속 망자 역의 최호종은 메시지를 전달력 강한 춤으로 형상화시켰다. 망자의 회상은 인생 각 시절의 모습을 통해 삶을 반추케 한다. 죽음에 대한 사유는 삶을 성찰하는 도구이자 결과물이다.

다층적 감정의 소유자 망자는 어느 순간 삶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는다. 고요한 행진이다. 마지막 장은 이렇듯 한 평생 살아온 삶의 고개 고개를 죽음이란 영원한 고개에 헌정한다. 사랑, 이별, 슬픔, 회한 등이 옹골차게 숨을 내쉰다. 망자 솔로춤 후, 무대 후방으로 걸어나간다. 여인의 꽃마중은 이승에서 마지막 여정의 징표다.

이번 공연은 전체적으로 단정한 미장센을 보여줬다. 한국춤의 컨템포러리성 구현 덕분이다. 서정과 서사의 균형감, 변주를 위한 노력도 엿보인다. 반복적 움직임이 주는 명암은 있지만 그로 인한 이미지 메이킹은 주효했다. 무엇보다 관객들이 춤의 행간을 채워가며 볼 수 있는 안무와 서사, 이미지 창출은 국립무용단 브랜드를 더욱 빛나게 했다. 의식의 바다(1장), 상념의 바다(2장), 고요의 바다(3장)로 구성된 ‘사자의 서’는 영원한 삶의 화두인 죽음에 대한 또 하나의 메타적 춤서(書)로 기억될 것이다.

 

 

 

이주영 무용칼럼니스트  jy034@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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