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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벨 에포크’ 추억과 아름다운 풍경들_미셸 들라클루아<미셸 들라크루아, 파리의 벨 에포크>展

눈 내리는 물랭 루즈, 파리의 겨울 풍경은 낭만적이고 활기차다. 현존하는 아흔살의 프랑스 화가 미셸 들라크루아( 1933~)가 그린 파리의 아름다웠던 시절 그림 200점이 펼쳐지는 <미셸 들라크루아, 파리의 벨 에포크>展이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작가의 탄생 9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회고전으로 파리를 사랑하는 파리지앵의 정수를 담아 유년시절의 행복감과 따뜻함을 전한다.

 

1. 파리, 조감도, Paris, &#224; vol d'oiseau, 2017 &#169;Michel Delacroix

“1930년대 후반은 모두에게 ‘아름다운 시절이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의 시대였으니까요. 제가 행복한 어린시절을 살았다는 것은 제 인생에서 최고의 시작과 같았습니다.” _M. D.

 

1939년, 역시나 이보르에서, 1939, a ivors bien sur, 2009 &#169;Michel Delacroix

 

파리에서 태어난 작가는 10세부터 그림을 그렸고, 40세가 된 1970년대부터 불현 듯 파리의 옛 풍경을 그리는 화풍을 완성했다. 그는 가족에게 전해 들은 얘기와 자신이 겪은 어린시절의 추억으로 자신만의 옛 파리의 ‘아름다운 시절’을 그려낸다. 

 

눈 내리는 물랭 루주, Moulin Rouge sous la neige, 2022 &#169;Michel Delacroix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 1930년대 후반을 배경으로 한 파리의 풍경과 생활상을 지난 50년간 지속해서 그려왔다. 교육공무원이었던 아버지 덕분에 부족하지도 풍족하지도 않은 농민 부르주아적 삶을 살 수 있었으며, 어머니와 나비를 채집하거나 나무 아래서 노을을 바라보는 등 많은 추억들이 가득한 행복한 유년기를 보냈다. 축적된 그의 모든 그림들은 그의 ‘정신적인 유산’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나비 채집, La chasse aux papillons, 2015 &#169;Michel Delacroix

대부분의 작품에서 만날 수 있는 강아지의 이름은 ‘퀸(Queen)’으로 그가 어린 시절에 기르던 강아지다. 들라크루아는 작품을 완성하면, 퀸을 그리고 서명을 한 후 작품을 마무리한다. 들라크루아의 작품은 작품마다 등장하는 퀸의 존재 그 곁에 있는 대상, 때로는 소년 시절 작가의 모습 혹은 어른의 모습을 발견하는 묘미가 있다.

 

전시는 마차를 타고 1930년대로의 시간여행 하는듯한 7개의 섹션을 정거장으로 구성했다. 파리의 명소를 지나 파리지앵들의 소박한 삶의 모습, 파리를 수놓은 낭만적인 연인의 모습, 겨울을 맞이한 파리에서 벌어지는 각각의 이야기,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고향으로 가는 길에 만난 풍경,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의 순간들을 표현했다. 마지막 에필로그는 90세를 맞이한 작가의 최신작들을 만난다.

 

샹젤리제 거리를 올라가자, Remontons les Champs-Elysees, 2017 &#169;Michel Delacroix

첫 번째 정거장. 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

미셸 들라크루아가 평생 거의 모든 시간을 살아온 도시 파리에 보내는 찬사라 할 수 있는 파리의 명소들을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청소년기에 매일 걸으며 본 풍경들은 30여 년이 지난 사십 대가 되어서야 그의 캔버스 속에 재현되었다. 이 명소들은 모두의 문화유산이자 친구라던 미셸의 말처럼, 그의 생활 반경이 파리였기 때문에 그는 계속해서 파리를 그릴 수 있었다. 이번 정거장은 마차를 타고 과거로 돌아가 1930년대의 파리를 탐험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밤에 빛나는 물랭 루주를 시작으로, 개선문, 에펠탑, 노트르담 성당 그리고 파리 특유의 오스만 양식의 건물까지, 파리를 다녀온 사람에겐 파리에 대한 추억을, 파리를 가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파리를 꿈꾸게 할 것이다. 작품 속 미셸은 유년기에 키웠던 강아지 Queen과 함께 등장한다. 작품 속에서 미셸을 찾으며, 전쟁 이전에 화려하고도 고요한 파리를 만나보자.

5. 부드러운 산들바람, Jolie brise 2012 &#169;Michel Delacroix

두 번째 정거장. 파리지앵의 멋진 운명

두 번째 정거장에서는 1930년대 파리지앵의 삶으로 들어가 본다. 파리 특유의 오스만 양식의 건물들과 거리 사이로, 다양한 가게들이 자리 잡고 있고 그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건물의 창문 사이로 이불을 털거나 밖을 쳐다보는 사람들, 비 오는 파리의 풍경, 거리에서 물건을 옮기는 마차와 장사를 위한 수레, 주말에 강변에서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 평화의 수호자로 불렸던 경찰들, 1930년대 옛 파리의 생활상을 보다 더 집약해 놓은 공간으로 파리지앵들의 소박한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미셸은 자기 작품은 1930년대를 기록한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와 자기 경험을 조합하여 그려낸 옛 파리에 대한 인상을 그린 것뿐임을 강조한다.

 

6. 이 세상에 둘 뿐, Seuls au monde, 2010 &#169;Michel Delacroix

 세 번째 정거장. 파리의 연인들

세 번째 정거장에서는 사랑의 도시, 파리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파리의 풍경을 배경으로 화면 어딘가에 작게 사랑에 빠진 연인들의 낭만이 시선을 끈다. 대부분 작품은 밤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심야에 애절한 연인들의 애끓는 마음을 엿볼 수 있다. 파리의 명소 혹은 평범한 골목에서 벌어지는 연인들의 애정어린 장면들을 보면, 사랑에 빠졌을 때는 꼭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파리에 가라는 미셸의 메시지를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한다.

 

13. 겨울 이야기, Un conte d'hiver, 2020 &#169;Michel Delacroix

네 번째 정거장. 겨울 이야기

네 번째 정거장은 눈 내린 파리를 배경으로 한다. 미셸의 화폭에는 눈이 내린 풍경과 함께 펼쳐지는 파리지앵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현재 겨울의 파리에는 눈이 드물게 내리지만, 1930년대의 파리는 지금보다 더 추웠고, 보다 눈이 자주 내렸다고 미셸은 전한다. 미셸이 그린 겨울의 그림들에는 눈싸움하는 아이들, 중절모와 붉은 목도리를 하고 우산을 쓴 채 지나가는 중년의 남성, 눈을 빗자루로 쓰는 사람, 석탄을 실어나르는 수레를 끄는 사람, 마차의 말을 끌고 가는 마부, 도시의 평화를 지키는 경찰, 가스등을 가는 사람, 벽난로에서 나온 굴뚝의 연기까지 다양하게 등장한다. 1930년대 옛 파리의 생활상을 잘 보여준다.

미셸의 아내 바니 들라크루아에 따르면, 미셸은 42도가 넘는 한낮 캄보디아의 작업실에서도 눈이 내리는 그림을 그려낸다고 한다. 그에게 눈은 실재하는 것이라기보다는 행복했던 기억의 표상이며, 마법을 불러일으키는 밤의 요소인 셈이다.

 

17. No&#235;l &#224; Paris, 파리에서의 크리스마스, 2022 &#169;Michel Delacroix

다섯 번째 정거장. 메리 크리스마스(Joyeux Noël)

다섯 번째 정거장은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한 그림을 선보인다. 프랑스에서는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동안 실제 전나무를 사서 집에 와서 크리스마스 트리를 꾸미는 풍습이 있다. 미셸이 그린 크리스마스의 풍경은 이를 반영하듯 도심에서 트리를 판매하는 사람들, 대형 트리를 설치하는 사람들, 또 밤이 되자 점등된 트리를 즐기는 사람들까지 다양한 군중들이 그려져 있다. 그들은 각자 모두의 크리스마스를 행복한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 어린 시절 독일 점령기를 살아낸 미셸은 전쟁 중임에도, 크리스마스에 소박한 선물들을 받았고 검소했지만, 행복하게 보낸 기억으로 가득 차 있다고 전한다.

 

16. 파리를 기억해, Je me souviens de Paris, 2023 &#169;Michel Delacroix

여섯 번째 정거장. 길 위에서

여섯 번째 정거장에서는 미셸이 그린 길 위의 풍경을 볼 수 있다. 파리에서 고향길로 오가는 길 사이의 숲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주요하게 다뤄지는데, 자동차를 타고 가는 길과 고요한 숲속에서의 승마 혹은 숲을 이동하는 유랑민들을 다루고 있다. 대부분 작품은 미셸의 유년기 파리에서 이보르를 왕래하며 기억한 풍경들로, 숲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자연 친화적인 풍경 속 고요한 평화를 느낄 수 있다.

 

일곱 번째 정거장. 우리의 사적인 순간들

일곱 번째 정거장은 파리지앵들의 바캉스 혹은 여가를 보내는 사적인 순간들을 소개한다. 특히 화가에게 안식처였던 전원의 풍경을 만나본다. 미셸은 어린 시절 방학 때마다 파리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가족들의 사유지가 있던 이보르(Ivors)에서 보냈다. 미셸은 나치가 파리를 점령했던 시절에도 이보르에서 다소 평온한 날들을 보낼 수 있었다. 특히 그는 이보르에서 어머니 마들렌과 함께 라퐁텐 거리에서 나비를 채집했던 기억, 그리고 나무 밑에서 일몰을 함께 본 장면을 추억하곤 한다. 미셸의 그림에서 나오는 전원풍경의 대부분은 이보르에서 보낸 어린 시절을 담고 있다.

 

 

에필로그. 그리고 아직도

마지막 정거장에서는 아흔의 화가가 최근에 붓을 뗀 최근작을 만나본다. 정원이 있는 집의 스튜디오에서 매일 그림을 그리는 화가는, 보다 작업에 매진하기 위해 최근 외부에 스튜디오를 증축했다. 미셸은 그림이 평생 자신과 함께한 최고의 친구였음을, 그리고 죽는 날까지 그 친구와 함께할 것임을 말한다. 미셸의 최근 작품들은 여전히 그가 그려왔던 파리의 풍경들, 눈 내리는 거리, 어두운 밤의 풍경,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 미셸은 하루 대부분의 일과를 그림을 그리고, 또 강아지 칼리, 아내 바니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그는 해질 녘 석양을 보면서 신에게 자신의 영혼을 바치겠다는 기도로 보내고 있다. 아흔이 된 화가에게 그림은 인생의 전부였고, 그는 여전히 붓을 쥐고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다.

Michel Delacroix &#169;Jun-Sung Lee

노화가는

“저는 긴 삶의 끝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저의 소박한 그림들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습니다.

저도 많은 사람들처럼 큰 만족, 몇몇 기쁨 그리고 많은 잊을 수 없는 슬픔, 때론 짊어지기엔 무거운 슬픔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그림만큼은 언제나 저를 놓지 않았어요, 저에겐 최고의 친구였습니다.

신에게 경의를 표하며. " _M.D

 

 

 

추운 겨울에 만나는 전시는 마차를 타고 옛 1930년대 파리의 아름다운 시절로 시간 여행하듯 돌아보며 파리를 다녀온 사람에겐 파리에 대한 추억을, 파리를 가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파리를 꿈꾸게 할 것이다.

 

- 24.3.31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이미지 제공: 한국경제신문 <미셸 들라크루아, 파리의 벨 에포크>

이수민 기자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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