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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훈을 주입하기보다는 멋진 서사를! -극단 단잠 <드림 스케치>

 

신도림역 테크노마트에 있는 ‘프라임아트홀’은 처음 가보는 공연장이었다. 어린이가 공연을 볼 때는 어린이용 방석을 올려놓고도 무대가 잘 보이지 않아 불편을 겪기도 한다. 그런데 이 공연장은 어린이전용극장은 아니었지만 어린이들이 공연을 보기에 불편함이 적어 보여 우선 반가웠다.

<드림 스케치>는 ‘신나는 타악 놀이극’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이부제만큼 타악 연주가 좋은 공연이었다. 냄비로도 멋진 소리를 냈다. ‘모두 배우들이 연주를 잘 하는구나!’ 하는 생각은 드는데, 이상하리만큼 신나는 타악 리듬에 빠져들지 못했다. 그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이야기 전개가 충분치 못하다 보니 이야기 재미를 느끼지 못했고, 그래서 음악에 빠져들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나 여겨진다.

무대 배경은 ‘물방울 개천’이었다. 그 개천에는 너구리 아저씨 ‘넝쿠리’, 오리 아줌마 ‘오리괙’, 맥주캔 할아버지 ‘비틀캔’, 어린 강아지 ‘푸들멍’, 물에 젖은 휴대폰 아가씨 ‘풍덩폰’, 천재 음악가 ‘두드리’가 모여들어 이야기를 풀어 간다. 풍덩폰과 비틀캔은 버려졌고, 푸들멍도 인간에 의해 유기되었다. 넝쿠리는 어미가 차에 치이면서 홀로 개천에서 살고 있다.

그러고 보니 모두 폐품들이며 버려진 존재들이다. 그래서 안내지에는 ‘폐품들이 꿈을 키워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 아이들에게도 꿈과 희망을 심어 주세요’ 하는 문구를 넣었나 보다. 극단에서는 버려진 존재들이 꿈을 키워 가면서 희망을 갖게 된다는 이야기를 담고자 하였다. 하지만 천재 타악 연주자 ‘두두리’의 등장과 그를 중심으로 한 타악 연주가 꿈을 이루는 과정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잘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꿈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납득하기 어려웠다. 주인에게 버려진 유기견 푸들멍의 꿈은 새 주인을 만나는 것이다. 비틀캔은 이 꿈을 이루기 위해 깨끗이 씻고 있으라고 한다. 물에 젖은 휴대폰에게는 부품을 갈아서 쓰임이 있는 휴대폰이 되라고 한다. 그들이 버려진 것은 인간이 편리성을 좇은 결과이며, 비인간적인 행위에 의해 저질러진 결과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방법을 제시하여 마치 버려진 원인이 그들 자신한테 있는 것으로 되어 버려 아쉬움을 주었다. 어린이들한테 ‘꿈을 갖자’는 교훈을 주어야 한다는 강박에 휩싸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는데, 두두리는 이런 대사까지 하고 만다. “꿈이 없으면 쓰레기야.” 꿈을 갖는 것과 꿈이 없으면 쓰레기라는 것은 접근이 다르다. 꿈이 없어도 쓰레기 삶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특히, 이 대사를 듣는 꿈이 없는 어린이는 큰 충격을 받았을 거다.

많은 극단에서 어린이 공연은 교훈을 심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교훈은 대사에 주제를 넣어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 속에 녹아 들어가게 해야 한다. 꿈을 꾸고, 꿈을 포기하지 않으니 결국 꿈을 이루게 되는 서사를 보여 주면 누구나 꿈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어린이가 공연을 보는 까닭은 어른과 같다. 일방적 가르침을 듣기보다 예술에 빠져 재미를 느끼고, 그 속에 감동을 받으며 여러 가치관을 배우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공연이 꿈을 키워 가는 내용으로 일관되게 이끌어 갔던 것도 아니었다. 교훈에 대한 강박으로 쓰레기를 버리지 말자, 이를 잘 닦아야 한다 같은 생활습관을 바르게 하는 교훈 전달까지 여러 이야기를 뒤섞어 버렸다. 또 비틀캔이 오리의 엉덩이를 만지는 행위는 매우 거북스러웠다. 공연을 본 6학년 여자아이에게 누가 가장 싫었냐고 물으니, “캔 할아버지요. 오리 아줌마한테 이상하게 행동해요.” 하고 대답했다.

등장인물들만 봐도 많은 문제의식을 극에 담고 싶었던 것 같다. 그 문제의식은 우리가 한 번은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기에 극단에 관심이 생긴다. 어쩌면 이 모든 문제의식을 한 공연에 다 담지 않고 하나씩 하나씩 풀어 간다면 더 좋은 공연이 될 거라는 기대를 가져 본다.

 

김소원 객원기자 (어린이문화연대 문화국장)

THE MOVE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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