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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SAL 제2회 정기공연 최호종의 'Cosmo'
  • 김종덕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 승인 2023.11.30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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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호 대표 예술감독이 이끄는 ‘SAL(전복된 해부학적 풍경/Subverted Anatomical Landscape)은 2021년 창단한 복합무용 단체로 지난 2023년 11월 10일과 11일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에서 제2회 기획공연을 개최하였다. 무용이라는 하나의 장르에 제한을 두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과 협업하며, 동시대적 과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취지로 창단되었다고 한다.

 

이번 공연에 안무를 맡은 최호종은 국립무용단의 주역 무용수로 요즘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가장 주목받는 무용수이자 안무가 중 한 명이다. 작품 <Cosmo> 내용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뇌>를 연상시킬 만큼 자극적이고 흥미로웠다.

‘과학적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인간 머릿속의 작은 우주인 뇌의 세계를 신비롭고 매혹적으로 묘사’한 베르베르의 『뇌』는 자극을 통해 감성의 만족이나 욕망의 충족에서 오는 최상의 정신적 쾌(快)를 선사한다는 내용으로 ‘인간이 무엇에 이끌려 행동하는지, 우리가 무언가를 하거나 하지 않기로 할 때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동기와 쾌락의 관계라는 추상적이고 까다로운 소재를 추리적 기법’을 통해 서술하고 있다.

최호종의 <Cosmo> 역시 즉각적인 만족을 제공하는 다양한 환경 속에서 자극을 통해 ‘결핍은 풍요로, 고통은 쾌락으로 전이’되지만, 결핍과 풍요, 쾌락과 고통의 균형점을 찾기란 쉽지 않다는 역설적인 표현으로 이 과도한 자극은 도파민(Dopamine/중추신경계에 존재하는 신경전달물질의 일종으로 행동, 감정, 학습, 움직임 제어, 보상 시스템, 욕구 조절, 즐거움 등을 담당하는 기능을 한다.) 중독으로 이어져 결국 파국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험성에 대한 경고인지도 모르겠다.

 

암전 상태에서 막이 오르기 전에 발 구르는 소리가 긴장감을 더하다가 막이 오르면 최호종은 그리스 신화에서 나오는 반인반수(伴人伴獸) 판(Pan/자연과 목축의 신)처럼 발굽 힐을 신고, 반라(半裸)로 머리에 두건을 쓴 채 뒷모습으로 욕망을 표출하듯 요동치며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다. 비이성적이고 공포의 대상인 판은 욕망의 표상으로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퇴장하고, 이어 강렬한 음악에 일상적 움직임을 반복하는 무용수들이 극한의 몸짓을 통해 얽혀있는 욕망의 덩어리를 분출하며, 희열과 고통을 동시에 느끼듯 격정적이면서 도발적인 움직임으로 관객에게 무수한 질문을 던지는 것 같았다.

최호종의 작품엔 주저함이 없다. 자신감에서 나오는 파격적인 움직임과 구성은 마치 평소에 온화한 그의 내면에 숨어 있던 욕망의 덩어리가 휴화산이 폭발하듯 무대에서 일시에 분출되고, 억눌린 감정을 기어이 모두 소진하고야 직성이 풀리는 그의 스타일은 이미 전작 <야수들>에서도 충분히 드러났다.

 

두 편의 작품을 통해 이제 갓 안무에 입문한 최호종은 이번 작품 <Cosmo>에서는 창의적인 어법과 다양한 아이디어, 자신만의 확고한 예술세계로 존재감을 확고하게 드러냈으며,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일 수 있겠지만 현실에서 해방감을 느낄 정도로 파격적이고, 흥미로운 구성과 같은 듯 다른 개성적인 무용수들의 정서와 일상적이지만 격정적인 움직임, 채우고 비우는 것에 연연하지 않는 과감함 등은 억눌린 일상의 감정에서 일탈하듯 내겐 통쾌한 순간이었다.

 

김종덕(국립무용단 예술감독)

 

 

김종덕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choom10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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