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people
[THE MOVE 연간 기획] 한 스타일의 미래_국악

 

전통의 새로운 미래, 목멱산에 움트다

한덕택 남산골 한옥마을 예술감독

 

전통문화의 가치를 계승하고 보급하는 일에 있어 국악은 중요한 부분이다. 오늘날전통 국악의 현대화 작업이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전통문화와 ‘한 스타일’의 미래에 대한 전망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국악은 한국적 미의 전통을 어떻게 현대적으로 재생시킬 수 있을까. 남산국악당의 한덕택 신임 예술감독으로부터 전통(국악)의 현대화, 국제화 관련 미래적 가치로서 ‘한 스타일’에 대한 전망을 들어본다.

서울의 상징인 남산의 옛 이름은 목멱산이라 하며 도성의 남쪽에 있어 남산으로 불리어왔다. 사통팔달 충무로 필동2가 남산 위로 향하는 길목에 위치한 남산골 한옥마을은 그동안 주로 외국인들에게 전통문화체험 공간으로 늘 인파가 북적이는 곳이었다.

사드의 영향으로 중국 관광객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한적한 공간, 남산국악당에서는 오롯이 전통풍류가 울려 퍼지고 한옥마을 앞마당에선 ‘꽃도 보고 봄도 먹는 삼짇날’ 행사가 펼쳐졌다. 남산국악당 10주년을 맞는 올해, 남산골한옥마을과 서울남산국악당이 <남산골 한옥마을>이라는 통합 브랜드로 새 단장을 하고 한덕택 신임 예술감독 체제로 운영된다. 전통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여 살아 숨 쉬는 전통문화를 열어가고자 하는 한 감독을 만나 전통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본다.

 

 

“전통문화에 대한 접근 방법은 크게 보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원형을 계승, 보전해야 된다는 보전론자와 전통은 문화이기 때문에 변화하는 시대 상황을 고려해 적극 수용해서 활용해야 한다는 활용론자가 있습니다. 두 가지 입장이 틀린 건 아니고 보완해야 하는 것이죠, 일방으로 흐르면 안돼죠.

예를 들면, 눈에 보이는 유형의 문화재는 전자가 맞습니다. 숭례문을 복원 하거나, 고건축 등 물질적인 것들은 함부로 손을 대서는 안 되는 것이죠. 그건 우리안의 역사 왜곡이니까 보전이 맞습니다. 거기에 비해 비물질적인 무형문화재, 기능이나 예능(공연 예술) 등은 시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고 봅니다. 당대의 감수성이나 정서 등은 대중과 멀어지면 화석화되고 박물관화 되어 점점 잊히게 되는데, 그런 면에서는 활용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Q. 전통의 변형으로 현대화 작업이 많이 시도되고 있는 추세인데, 이 지점에서 고유한 전통의 원형질과 변형의 경계가 모호한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창극이 생긴지 80 여년 됐는데,‘창극은 이것’이라는 정립이 되지 않았죠. 형식논리에 빠지다 보니까 판소리에 근거한 창극 비슷한 국악 음악극, 국악 뮤지컬도 생겨 났는데, 서로 경계를, 벽을 쳐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창극이 판소리에서 시작했지만 본질이 뭐냐 하면, 소리죠. 내용의 본질은 해학과 풍자죠.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 서양악기를 쓴다든지 연출을 현대적으로 하는 것은 수용해야 합니다. 판소리의 원형질, ‘풍자와 해학’이라는 핵심 내용은 변하면 안 되죠. 그것을 지키지 않는다면 연극, 뮤지컬, 오페라 등과 차별화 되지 않기도 하고요. 국악음악극, 가무악극 등도 있고, 혼란스러운 거죠, 그러나 그 혼란이 나쁘지는 않아요. 발전의 한 과정이라고 봅니다.”

그는 문화는 생성 사멸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공공극장의 최근의 시도들은 상업적 성공과 별개로 대중에게 인기가 계속 이루어질 것이고, 민간에서도 이자람이나 최용석의 바닥소리 등이 시도되고 있는데, 무형문화재는 형체가 없는 것이고 변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가곡, 이수대엽 등의 노래는 조선시대에는 더 느렸죠. 너무 느린 음악이 대중에게 소외되었는데, 현대에 와서 빨라졌지요. 음악은, 예술은 철저하게 소비자 요구를 수용하고 대중적 시대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어야 합니다.”

Q. 그럼에도 대중의 인기나 트렌드와 별개로 공공극장에서는 지향하는 방향성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국립국악원은 원형성을 지향하고, 국립극장은 현대적 창작, 세종문화회관은 두 가지를 다 하고 있는데, 전통의 변형도 토대가 굳건하게 받쳐줘야 하는 거죠. 국립국악원이 대중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하는 다양한 시도와 변화를 꾀하지만, 단원들은 늘 전통을 지키기 위해 기량을 연마합니다.

 

 

Q. 최근에 여러 국악 공연장이 생겨나고 재정비 되면서 국립국악원과 국립극장, 돈화문국악당, 국립무형유산원 등이 차별화 없이 중복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현재 전통공연 관련 7개의 기관이 전통예술을 가지고 각자 하고 있는데, 문화부 차원에서 기능을 분화, 집중과 선택을 해야 합니다. 유사한 기관 간에 역할을 분담해 원형질에 대한 복원, 계승, 학술적 기능과 연구, 전승, 창작 등 각 부분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겠지요.”

Q. 예산과 인력은 한정돼 있으니 역할 분담이 꼭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슈와 어젠다로 모두들 문제의식은 갖고 있는데, 의지와 별개로 여러 상황들이 있을 수 있어서 행정에서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가 연구 과제가 되겠죠. 현 시국 상황에서도 국민이 분개하는 것은 엉터리 시스템에 의해 국정이 혼란스러워 진 것이라고 한다면, 이참에 새 정부 들어서는 제대로 된 시스템에 의해 상식이 통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실행되었으면 합니다.

Q. 전통 분야 종사자들의 자발적인 정책 제안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 시대 전통이 가지고 있는 가치는 분명히 있습니다. 그전에 철저한 자기 분석과 반성이 있어야겠지요. 관행적으로 했던 거니까 그대로 답습한다면 발전이 없을 것이고, 대부분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만 국가 정책과 공공 부문이기 때문에 공공부문이 끌고 나가야 할 부분으로, 전통 예술의 바운더리에 있는 종사자들이 치열한 문제 제기를 하고, 기관 이기주의가 아닌 거시적 차원에서 단계적으로 로드맵을 짜고 기능 조절과 역할 분담을 해야 합니다.”

Q. 근래 음악, 무용, 미술,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 전통문화의 현대적 해석에 대한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전통의 현대적 해석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가장 중요한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이를테면, 판소리는 아무리 슬픈 상황에서도 해학과 풍자가 있어야 합니다. 예술은 한 바퀴 돌리고 풍자하는 건데, 지속성과 예술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덴티티와 서사 구조의 스토리텔링이 담겨야 합니다. 가르치려 하거나 정치적인 이야기가 직접적으로 공연에 들어있는 것보다 예술로 접근할 때는 다른 표현 방식으로 표현해야죠.”

Q. 한국 전통문화가 갖는 미학적 가치를 인문적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범주가 넓긴 한데, ‘여유’죠. 일본과 중국을 대비해 보면, 중국은 규모의 직선의 문화, 일본은 정밀함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자유와 순응하는 여유, 심리적인 여유, 개방적인 마음의 여유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에서는 왕조가 바뀌면 all or nothing 으로 전 왕조를 불태운다면, 우리는 이어받았다는 계승과 공존의 역사, 해원상생의 철학을 간직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한국인이 급해졌지만 자연과 조화하고 순응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마음의 여유가 있었습니다.

그는 궁궐에 가면, 바깥이 아닌, 안에서 주인이 되어 보라고 권한다.

“운현궁에 가면 대원군이 되어 보세요. 서쪽으로 인왕산 자락, 남쪽으로 남산이 보이는데, 수천그루의 나무가 있는데 굳이 나무를 심을 이유가 없죠, 그런 자연과의 순응, 조화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에- 굿-에 잘 드러나 있는데, 원한, 치정 관계에서도 유럽이나 중국이 응징, 복수라고 한다면, 우리는 비극이 없습니다, 처용도 한국사람 아닌데, 개방적이니까 처용이라는 서역의 사람을 받아 들였고, 해원상생의 이념으로 원한이 아닌,‘한’- 풀어서 소멸시키는 것이죠.

‘푼다’는 것은 죽은 자와 산자가 화해하고 편하게 살 수 있는 것으로 굿에 잘 남아있습니다. 굿이 제의적 기능으로 미신으로 했지만 굿은 축제적 기능도 있고, 예능적 기능도 있습니다. 한국 문화의 원형질이 굿에 담겨 있는데, 저는 굿을 축제적, 예능적 기능면에서 애정을 갖고 보고 있습니다.

Q. 근래에 보신 공연 중 전통의 가치를 보이며 현대화 한 공연을 꼽는다면?

지난 3월 1일, <씻금>을 봤는데, 처음에는 걱정을 좀 했어요. 굿판이 무대에 오르는 것에 대해서요, 그런데 굿판이라는 형식 속에 이 땅을 살아간 몇 세대의 여자들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잘 녹여냈었어요. 세월호도 배로 형상화 해서 애잔한 느낌을 주고, 이윤택 연출자가 고민을 많이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우들도 참 열심히 해서 무당이 아닌, 인위적으로 학습을 한 것임에도 그 맛을 알고 있어 감동을 주더군요.”

Q. 평창올림픽과 관련된 ‘문화올림픽’에 대한 논란이 분분합니다. 소치올림픽 등의 모방이 아닌, 차별화된 우리만의 문화를 보여주어야 한다면

문화올림픽은 긴 시간 준비해야 하는데, 전형적인 관료들의 보여주기식으로 급조된 느낌이 듭니다. 이제는 국가가 주도하는 메가 브랜드는 촌스러울 수 있어요.

지역민이 만들어가는 로컬리티가 있어도 좋거든요, 주최가 평창군민, 강원도민이 되고 국가가 지원하면 되니까요. 강원도가 가진 힘이 천혜의 자연 아닙니까? 때 묻지 않은 도시의 아이덴티티로 감동을 줘야 합니다. 설피(겨울철에 덧대어 신는 신발) 체험 하나만 해도 신기합니다. 또, 평창에 면 단위마다 풍물패가 수십 개씩 있습니다.

Q. 남산국악당의 운영 계획도 궁금합니다

남산국악당은 큰 공연장도 아니어서 세종문화회관 등과는 경쟁이 안되고, 제작 공연할 조건도 안되기 때문에 기획 중심으로 가려고 합니다. 우선적으로 청년 국악인을 발굴하고 육성해서 인큐베이팅하는 베이스 캠프가 되고자 합니다. 또 무엇보다 국악인, 소비자, 동호인, 매니아들이 좋아하고 찾아올 수 있는 편안한 공연장과 야외 공연장의 인프라를 살려 친숙한 생활속의 국악 공간으로 거듭나고자 합니다.

 

 

한덕택 예술감독은 국문학 전공자로 전통 문화 분야의 실무적 전문가로 통한다. 국악과 밀접한 국문학 속에서 굿, 풍물, 민속학 등 전통문화에 대한 향수로 국회 관리직을 그만두고 1981년부터 전통문화 기획자로 활동하며 한국방문의해 세종즉위식으로 성과를 보이며 한류문화산업과 운현궁 운영 등 기여하며 2015년 대한민국 한류대상(전통문화예술공로대상)을 수상했다. 그는 이제 운현궁 9년의 예술감독 경험을 살려 새로이 둥지를 튼 남산에서 전통문화의 새 장을 펼쳐 보일 꿈을 꾸고 있다.

 

한덕택 프로필

 

문화콘텐츠 기획자. 전통문화평론가

느티나무인문학당 대표

남도민속학회 홍보이사

전 운현궁 예술 감독

전 전통공연예술학회 출판이사

한류문화산업포럼 사무총장

고려대 국문학과 및 동대학원

임효정 기자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월간 더무브 THE MOVE,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임효정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